2017.9.24
황룡동굴의 규모에 비해 좀 임팩트가 약한 듯한 작은 현판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뭐랄까, 이게 더 매력적인?
내용물이 아무리 좋아도 포장지가 실체를 누르는 사례를 워낙에 많이 봐 와서리... 차라리 담담한 흰 바탕에 검은 글씨만 있는 작은 현판이 훨씬 쿨해 보이고, 황룡굴 내부에 이런 장관을 숨기고 있으면서 짐짓 아닌 척 능청을 피우는 듯한 맛까지 준다.
오히려 이런 게 더 노련한 마케팅 기법같다는 느낌? ㅎㅎㅎ
여행기간 : 2017.9.24~27
작성일 : 2018.4.11
동행 : with 'J'
여행컨셉 : 촬영 인스펙션
입구 들어서자 마자, 허리를 숙이면서 다녀야 하거나, 좁아서 한 명씩 지나가야 하는 상황, 일찌감치 예상했던 바...
입구만 그렇지 더 들어가자, 산수화가 펼쳐진 듯 거대한 공동으로 된 광장같은 구역부터 대로라 할 만한 곳까지 다양한 모습니다. 현란한 색상의 조명 덕분에 더욱 기이하게 보이고.
원래는 이렇게 우르르 다른 분들과 함께 들어왔지만,
여기저기 신기한 형상을 하고 있는 종유석들을 찍어대는 통에,
금새 앞 사람과의 거리는 멀어지고, 어쩌다 우리만 외따로 다니게 되었다.^^
전체 길이는 14km 정도나 된다는데, 보통 관광객들이 걷게 되는 총 길이는 4km다. 장가계 관광지 중에서는 제법 긴 거리의 트래킹 코스가 하필 지하에 있는 셈^^.
이미 방향감각은 물론 고도 감각도 상실했지만, 전체를 깊이에 따라, 지하 1층 세계부터 지하 4층 세계까지로 구분을 해 놓았다. 물론 어디가 어딘지 느끼긴 쉽지 않지만...
그 덕에 계단을 따라 오르거나 내리는 길들이 있다는 정도만 이해될 뿐 ㅋㅋㅋ.
그리고 4km를 그냥 노지로 걸으라고 하면, 참 곤혹스런 일이지만, 이렇게 가시거리가 짧고 어두운 곳을 다니면 금새 거리감각마저 잃어버리기 마련.
현란한 석순과 석주들에 반해 막 눈이 돌아가는 코스들을 탐방하면 어느새 끝나 버려서 오히려 아쉽게 된다. 그리고 다시 지상으로 나와서는,
"별로 걷지도 않았는데, 다리는 왜 이리 아프지?"
하기 마련^^
걷기 시작한 지 좀 되었는데, 갑자기 물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강이 짜짠하고 나타난다.
심지어, 여긴 배도 있는 선창가가 아닌가. 실제 물이 흐르는 지하강인 것 같지는 않고 고인물 같긴 하지만 길게 이어지는 수로형으로 되어 있어서 보트를 타고 제법 이동하는 맛이 있다.
박쥐들이 오글오글 모여있는 높다란 천장 아래 폭도 넓고 깊이도 깊어 보이는 지하강이라...
물소리는 동공 전체를 울리면서 독특한 청량감을 만들어 낸다.
청량감의 실체는 실은, 선창 바로 옆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소리. 그걸 받아낼 요량으로 세운 팔각 우물 같은 구조물에는 이미 물이 찰랑찰랑 거리고 있다.
이곳은 석회가 녹은 물기가 많이 튀어서 늘상 미끄러우니까 조심해야 한다. 안내하는 분들도 너무 가까이 접근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여기서도 순서대로 오는 배를 잡아타고 이동을 한다. 배를 타고 공동의 한 가운데를 미끄러지면서 구경하는 맛이 일품이기도 하지만, 다음 목적지까지 강을 따라 이동할 목적이 더 큰 듯.
배의 동력으로는 전기 모터를 사용하는 것 같다. 조용하고 전혀 기름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 전에 필리핀 팔라완의 지하강에 갔을 때는 실제 레인저들이 노를 저어서 이동을 했었다. 물론 배를 타고 둘러보는 것만을 관광 포인트로 잡은 곳이니까 경우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이런데서 노를 저어서 이동하면 참 운치 있을 것 같은데...
비수기에도 이렇게 많은 관광객이 들어오는 곳에서 너무 많은 걸 바라면 안되는...ㅋㅋ
고요한 물을 미끄러지는 배에 앉아 사진을 찍는 맛이 일품이다. 이렇게 어두운 곳에서 저속 셔터를 쓰니 오히려 독특한 느낌과 배의 속도감까지 얻게 된다.
더러 좁아지기도 했다가 맞은편에 다가오는 배가 스치듯 지나는 경험도 했다가...
하늘이 열린 듯 천정이 뻥 뚫린 독특한 지형으로 파고 드는 모든 과정이 아이맥스 영화관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을 줄 정도로 매끄럽게 이어진다.
걸어서 이동하는 길도 있는데, 꼭 배를 타고 이동해 봐야 이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강추!!
천장이 점점 더 높아진다 싶더니, 머리 위를 가로 지르는 아치형 다리도 보인다.
길을 따라 테두리 조명을 넣어서 이색적인 풍경. 수많은 종유석이 만드는 기이한 형상으로도, 이런 색다른 디자인으로도 볼거리는 차고 넘친다.^^
중간 기착지다. 끝까지 가도 되지만 여기서 대부분 내려서 탐방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가이드는 저 계단을 오르는 것도 힘들고, 끝까지 가야 더 많은 걸 볼 수 있다고 내리지 말자고 그런다.
거의 우리만 탄 배가 얼마가지 않아 종점에 내려준다.
처음 배를 탔던 곳 만큼이나 넓은 개활지지만, 이용하는 사람들은 소수다.
아까 사람들이 다수 내린 곳으로 가서 탐방을 해 보질 못해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나쁘지 않은 판단인 것 같다. 어두운 곳에서 점점 사람들과 멀어지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지금부터가 사실 본격적인 종유석 관람 코스.
느닷없이 천장에서 폭포를 이루는 이런 곳엔 앙각으로 기막히게 조명을 넣어서 운치 돋는다. 어두워서 사진이 잘 잡히지 않지만, 다행히 물방울이 잘 보이게 나왔다.
석회 동굴이 만들어 내는 장관 중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멋지다고 생각하는 풍경.
깜짝 놀랄 만큼 키가 큰 석순들도 볼만하지만, 마치 염전이나 다랑이논 모양으로 기이하게 펼쳐진 풍경은 발생 원연이 궁금할 정도로 신기하다.
어쩌면 계절에 따라, 혹은 다른 원인으로 석회질이 녹은 물이 늘거나 주는 빈도차가 발생하는 것 같다. 고여서 가라앉아 있다가 넘치면서 낮은 담을 만들게 되고... 세월이 흘러 이런 기괴한 모양의 주름을 잡는 게 아닐까?
놀랍게도 이렇게 깊이 들어왔는데도 돌틈으로 뭔가 식물이 자라고 있다.
본 적 없는 이끼류 같은데, 얼핏 보면 클로버처럼 생긴 애들이 습도와 기온만 맞지, 전혀 태양광을 받을 수 없는 이곳에서 연약한 줄기로 잎을 띄워낸다. 생명력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길을 따라 좌 석순, 우 염전?^^
신비감이 반복되니 좀 무덤덤해지나 싶다가도 또 다른 형태의 예술 작품이 끝도 없이 나타나서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어느새 아까 사람들이 잔뜩 내렸던 중간 선착장 위의 아치 다리까지 왔다.
마침 다시 사람들을 실으러 내려가는 빈 배 한 대가 다리 아래를 미끄러지듯 통과하고 있다.
LED로 길을 따라, 계단을 따라 만들어 놓은 라인도 그림이 된다. 아까 내린 사람들은 이 길을 오르게 되지만, 굳이 내려갈 필요가 없으니, 바로 출구 방향을 향해...
아까 우리보다 먼저 내렸던 사람들은 방금 우리가 지나쳤던 길을 건너뛰고 가는 셈이다. 뭐 앞으로 나타날 장관들을 생각하면 이쯤 빼먹어도 어떨까 싶긴 하지만, 천선수폭포나 염전(?)모양의 바닥 무늬 등을 놓치는 건 좀 아쉬울 듯... (그런게 있는 지 모르겠지만 서도^^)
여튼 이 먼 곳까지 왔으니 풀 코스로 돌아보는 걸 권장한다. 후회하진 않는다.
지금까지 본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정말 석순 잔치가 펼쳐진다.
염라대왕 옥좌
맑은 호수가 있고 제법 큼직막한 공간 한가운데 염라대왕이 앉는 다는 옥좌가 있다. 색깔마저 피빛^^
전세계 어느 석회굴을 가나 석순의 생김으로 참 이름들 잘 갖다붙이기 마련... 허나 이 동그랗고 짜리몽땅한 석순 이름은 정말 잘 정한 듯 ㅎㅎㅎ
바람이 일겠나, 땅이 흔들리겠나? 명경과 같은 물에 비친 모습까지도 한 풍경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황룡굴의 하이라이트.
저 수많은 쪼삣한 석순들을 미사일에 비유하곤 한단다. 발상이 좀 유치하긴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여긴 무기고라 할 만큼 다양한 높이의 날씬한 석순들이 빼곡하다.
무기고치고는 정말 넓다.
직선으로 뻗은 탐방로 계단을 따라 쭉 내려와야 한다.
예전에 어떤 관광객이 가지려고 잘랐다는 석순이라며 소개해 준다. 뚝 부러진 자리가 확연하다.
그리고 그 사람은 형사처벌되고 민사소송으로 도산해 버렸다고...
절대 만지지 말자!! 폐가망신할 수도 있으니...^^
석순이야 우연한 조화로 지 생기고 싶은데로 생겼을테지만 도드라진 모양새를 갖춘 놈들은 이름을 얻어, 당당하게 명함을 앞에 걸어두고 있다.
일종의 상술이랄까? 병풍처럼 나란한 석순을 후광 삼아 황제의 그것처럼 황금색의 옥좌를 만들어서 사진을 촬영해 준다. 근데 또 많이들 찍는다는...^^
사진을 찍을 때마다 터트리는 플래쉬 때문? 다른 곳 보다 좀 밝아서?
옥좌 근방에만 풀들이 자라고 있다. 다른 곳들과는 확연히 다른 푸른 생명들이 있다는 게 신기방기!
명판을 보니, 19.2m에 이른다는, 이 동굴에서 최장신 석순 되시겠다. 100만 위안의 보험에도 들었다는 지체 높으신 양반이지만, 그냥 길가에 있다...^^
후궁
맨 뒤쪽에 자리잡아 이름도 '후궁'.
여기까지 이어지던 길은 반대편 기슭을 따라 왔던 방향으로 유턴.
길은 입출구를 따라 이렇게 다단으로 중앙의 석주나 석순들을 관찰할 수 있도록 내어 놓았다.
거대한 공동을 막 떠나는 계단에 '회음벽'이라고 붙어 있다. 더러 벽을 향해 소리를 질러보지만 많이 모여 있는 사람들의 발소리에 묻혀 울리는 건지 아닌지 확인이 잘 되지는 않지만...
더러 소리 지르는 분들이 괜히 계단을 내려 가려던 사람들만 놀래키게 되더라는... ㅋㅋㅋ
그나저나 막판에 사람들은 다 어딜 간 건지?
어쩌다 정말 우리들만 외따로 출구를 향하는 행운을 얻었다. 전세를 낼 수 없는 한, 황룡굴에서 이렇게 적막한 순간을 즐길 수 있다니...
동굴 속은 역시 시원하다. 그렇게 더운 날씨도 아닌데, 밖으로 나오니 갑자기 한증막에 들어온 듯한...
덩달아 카메라 렌즈도 결로현상으로 아무리 닦아내도 금새 습기가 차 버린다.
의도는 아니지만, 덕분에 황룡굴과의 이별샷은 야릇하게 몽환적인 삘 충만한 사진이 되어 버렸네~^^
더운 날에는 피서지로도 딱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