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9.24
시원한 황룡굴 속을 돌아다닐때는 전혀 몰랐는데, 막상 밖으로 나오니까 피로가 확 몰려온다.
4km나 되는 거리감각이 전혀 없는 길을 칠랑팔랑 걸었으니... 장가계의 절경은 역시 기초체력이 어느 정도 받쳐주는 감상자의 자세가 되어야 오롯히 눈과 가슴에 담을 수 있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무릉원 상가 거리에 있는 한국식 보쌈집에서 점심을 먹고 보봉호로 향한다.
말이 호수지... 대륙은 몽땅 이렇게 스케일이 큰 건가?^^ 심지어 인공호수라는데 말이다.
여행기간 : 2017.9.24~27
작성일 : 2018.4.11
동행 : with 'J'
여행컨셉 : 촬영 인스펙션
무릉원구의 중심부는 영정구보다 더 작은 느낌이다. 도로를 먼저 구획해서 만든 것처럼 골목마다 거리마다 비슷비슷해서 좀 헷갈리긴 하지만, 4차선 중심 대로와 이면도로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건 파악^^
원래 맛으로 승부하는 집들은 이런 간판 따위에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집에 간판 보고 들어오는 사람 없다'는 어떤 프라이드?^^
제대로된 한식으로 나온다.
반찬이 죄다 익숙하다^^. 집 떠나 중국에 온 지 며칠이 지났건만, 중국 요리를 접한 것보다 한식을 더 많이 접한 것 같다. 현지분들, 한국인들이 중국 음식에 거부감이 많다는 걸 너무 의식하는 듯... 내내 이왕이면 한식으로 안내를 해준다.
물론 나쁘진 않다.
외국에 오면 늘 색다른 도전에 대한 흥미 잔뜩이지만,
늘 먹던 맛과 거진 비슷한... 한국에서라면 최고의 보쌈집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더라도, 조미료 쓰지 않고 거의 시골집 밥상 같은 맛을 내는 "흥부네"는 대만족.^^
밥을 커다란 보온 찬합에 가득 담아서 마음껏 먹으라는 방식도 재밌다.
쭉 이어지던 비슷비슷한 거리가 끝이 나려고 한다.
중소도시지만 도심 한 가운데를 달리는 듯 하더니, 갑자기 길이 끝나고 어울리지 않는 산수가 가로 막고 있다?
'참, 여기 무릉원 한 가운데지?'^^
길가 어딘가 주차를 하고 걸어서 들어간다.
장가계에까지 자율 대여 자전거가 있다.
큰 도시에서도 흥행을 했다고 하지만, 정작 필요한 건 이런 중소 규모의 도시가 아닐까 싶다. 특히 외지인 방문자들에게는 말이다. 왠만한 곳은 이거 빌려서 다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다.
허나... 위챗으로 결재해야 하다는 거~ 언제쯤 외국에서 온 이방인들에게도 이 혜택이 주어질런지...
조금만 걸으면 "보봉호 투어센터"가 나타난다. '여객중심'이라 적고 '매표소'라 읽으면 되는 법^^
실은 황룡동굴도 그렇지만, 이곳 보봉호수도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은 아니다.
무릉원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되었기도 하고, 국가삼림공원으로 지정이 된 지도 제법 지났는데, 숙소나 식당 기념품 샵들과 달리, 국가 자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런 풍경구 운영권이 개인에게 있다는 게 살짝 납득이 잘 되지는 않는다.
황룡굴은 한 농부가 발견한 걸, 장가계 어느 부자가 운영권을 사 들였다고 하고, 이곳 보봉호는 헬기로 이 지역을 지나던 어떤 부자가 양어장으로 이용되던 작은 보봉호를 위에서 보더니, 물을 채우면 큰 관광자원이 되겠다고 판단하고 허가를 얻어 인공호수를 조성했단다... 허 참^^
원래 있던 양어장용 호수에 더 많은 물이 갇히도록 보를 좀 올렸더니, 가장 긴 호수폭은 무려 2.5km나 되고, 수심은 최대 72m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발생 유래만 봐서는 뭐 대단할까 싶은...
여튼 티케팅을 하고 안으로 들어가 본다.
표를 주고 들어서면 호수가 바로 짠~ 하고 나타나는... 뭐 그렇진 않다.^^
다시좁은 협곡을 따라 도로가 길게 이어져 있다. 아마도 여기서부터 풍경 산수가 화려해서 이렇게 일찌감치 매표소를 둔 게 아닐까 싶은...
걸어가거나 수시로 다니는 셔틀을 타고 이동하면 되는데,
바로 이런 마이크로 버스를 타고 가면 금새다.
경관이 좋아 걸어가는 사람들도 더러 보인다. 걸어가도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란다.
우린 드론까지 들고 가니, 그냥 편하게~
출발하자마자 차창 밖으로 이런 요상한 폭포를 발견한다. 분명 물이 나오는 지점은 저 바위 구멍이렸다?
요 수상한 폭포이야기는 나중에 후술하는 걸로... 얘기하자면 길다. ㅋㅋ
아직, 천문산, 원가계 등을 가 보지 않은 상태지만, 거기도 케이블카 엘리베이터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고 하니... 장가계에 오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등산복 패션 쫙 갖추고 오지만, 이렇다 할 등산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렇게 험준한 지형인데도 장가계에 어르신들이 많이 오는 이유는 고도의 접근성을 위한 여러 교통시설들 덕분. 멋진 풍광은 최대한 즐기되 가능하면 걷는 것 특히, 오르막을 다니는 건 최소화하는 전략^^.
여기까지 오는 길은 살짝 고개를 넘기도 한다. 30분이면 일부러 산책 코스로 잡아도 될 정도고 아름다운 구간이지만 평지가 아니면 셔틀이 고생을 대신해주는 시스템이다.
덕분에 신속하게 도착.
셔틀 주차장만 보이지 사전 지식이라곤 1도 없는 우리들 눈엔 당최 호수가 안 보인다. 어떤 느낌일지 예상조차.
대신 적막강산 속으로 쑥 들어온 오목한 곳을 둘러싼 서라운드 산세는 참...
중국 수묵화에서 봤던 바로 그 산세로구나~
그렇게 빙그르르 한 바퀴 촌놈 티를 좀 내주고 주차장을 빠져나가기도 전에 호수물이 어른 거리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거대한 호수라는 것도 바로 알 수 있게 된다.
우리가 타야할 배다. 보봉호 유람선.
이걸 타고 3~40분 정도 유람을 하는 코스란다.
호수 한 가운데로 들어가는 배 위에서 드론을 날리면 장관이겠는 걸? 생각만 했지... 쉽지 않을 것 같다. 움직이는 동체에서 그것도 물 위에서... 위험하다.
이륙은 별 문제 없을 것 같지만, 낮게 지붕이 있는 구조라서 착륙시, 배의 움직임에 맞춰서 잡을 자신이 없다. 안되면 우린 또 포기가 빠른 편^^. 대신 하선한 다음 육지에서 날리는 것으로~
72m가 얼핏 감이 안오지만, 왠만큼 맑은 물이 아니라면 수심 5m만 들어가도 위에서 형체 확인도 어렵다. 더구나 산정에 갖힌 호수가 그렇게 맑을 리도 없고... 그냥 조심하자. 혹여 드론이 물에 떨어지면 기체야 망가지는 거야 당연한 거고, 메모리카드 조차 건지기 난망할 상황이 바로 그려진다. 아서라~
방금 사람들이 내린 배에서 일꾼들이 연신 뭔가를 꺼내서는 끙끙대며 육지로 올리고 있다.
저렇게 네모난 블랙박스 같은 걸 몇 번을 반복해서 날라 가더니 쌓는다. 알고보니 전기배터리.
이곳 보봉호의 배들도 모두 전기를 동력으로 움직인다. 장가계의 환경을 지키려는 노력이겠지만, 국가삼림공원 안이라서 더더욱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우리 입장에선 소음, 냄새 없으니 오롯히 풍경 감상에 집중할 수 있어 좋은 거고...
스리살짝... 유람선은 한 번의 출렁임도 없이 부지불식 간에 호수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