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가계 07_장가계 보봉호 02, 유람선

2017.9.24

by 조운

뭐니뭐니 해도 보봉호에 온 유일 이유, 관전 포인트는 유람선 투어다.
잔잔한 물살을 가르며 소리없이 미끄러지는 유람선에 앉아서 보는 절경, 그리고 생각지도 않았던 재미 요소들.
"우리는 한 배를 탔잖아~"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왔으니 잠시나마 공동체가 되어서 전혀 억지스럽지 않게 즉흥적으로 어울리도록 유도하고 또 그게 쉽게 만들어지는 게 큰 재미가 되어준다.
어느 나라를 가나 중국인들은 시끄럽고 염치없는 사람들로 낙인이 찍혀서 인기가 별로 없다. 심지어 호텔이나 식당에 '중국인 없음'이라는 문구로 호객을 하거나, 사드 갈등으로 제주도에 중국인들 발길이 끊어지자, 이때 제주도 여행을 가야한다며 국내 수요가 쑥 올랐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들...
근데 오늘 그들이 배려가 부족해 보이는, 염치가 없어 보이는 행동이 어쩌면 남 눈치 보지 않은 게 습관이 된 문화일 뿐이라는 항변에 백번 공감하는 재밌는 경험을 하게 된다.
'중국인들과 여행을 하면 또 이런 재미가 있구나' 뭐 그런 느낌?
자신의 잣대로만 만사를 평가하지만 않아도 이렇게 큰 보상을 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준 경험.


여행기간 : 2017.9.24~27
작성일 : 2018.4.11
동행 : with 'J'
여행컨셉 : 촬영 인스펙션




사람들이 모두 승선하자, 배가 출발한다.
수시로 출발하니, 보채거나 치열하게 자리 싸움하는 일 불필요하다. 그냥 일행과 같이 타고 싶으면 다음 배를 이용해도 되고... 비수기라서 그런지 직원이나 여행객이나 마음의 여유가 넘친다.

IMG_1317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장가계는 산에서 생활했던 전통적인 소수민족 토가족의 본고장이다.
토가족 차림의 아가씨가 각 배마다 해설을 위해서 승선한다. 일종의 스튜어디스.
그냥 복장만 그런 게 아니라 여기 종사하고 있는 모든 승무원은 다 실제 토가족 아가씨들이라고 한다.

IMG_1325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IMG_1320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IMG_1405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IMG_1321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빼어난 산세를 하늘에서 파악하고 이런 대장관을 기획한 이의 아이디어나 추진력에 박수를 보낸다.
워낙 가까워서 하나만 달랑 들고 간 렌즈가 좀더 넓은 화각을 못 잡아 내는 게 안타까울 뿐...

IMG_1333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호수는 협곡을 따라 조금씩 꺾으면서 들어가는 구조다. 금새 출항지는 산줄기 너머로 사라지고 오로지 산수경계만 가득. 사람들이 자아내는 탄성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조용한 호수 위를 빙빙 돌 때쯤, 호수 한쪽 산자락에 떠 있는 집이 다가온다.
아무것도 없이 자연만 있어도 아름답지만, 이런 전통 가옥 하나가 더해지자, 운치 백배~

IMG_1331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홍등을 내 건 간단한 집이다. 근데 작은 배가 한 척 걸려있는 걸 보니, 누군가 안전사고에 대비해서 경계라도 보는 용도인 것 같다...

IMG_1335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가 아닌 것 같다?.
우리가 가까워지자, 잘 차려입은 건장한 남자가 난간에 턱 자세를 잡고 선다.
그러더니 단가 한자락을 쫙 뽑는다.

IMG_1336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목청도 남다르지만, 온 산에 부딪혀 메아리가 거대한 울림을 만들어 낸다. 이거 왠만한 공연장 수준이다.
소리가 끝나자 저절로 우뢰와 같은 박수와 환호를 보내게 되어 있다^^.
승무원이 일러주는 대로 다같이 "호웨이~"를 연발한다. 정확한 뜻은 모르지만, 분위기상 "부라보~"가 아닐까 싶다. ㅋㅋ

IMG_1340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많은 배들이 운행되고 있지 않아 더 좋다. 잊을만하면 간간히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배를 만나는데, 이때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호웨이~"하며 인사를 나눈다. 조용하던 호수에 한차례 까르르소리와 함께 색다른 재미가 되어 준다.

IMG_1343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승무원은 요소요소 잘생긴 기암절벽을 만나면 앞으로 나와서 뭔가 설명을 해 준다.
당연히 우린 못 알아듣지만^^

IMG_1353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비록 말을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부드럽고 우아한 몸짓으로 설명을 하는 모습이 풍경과도 퍽 잘 어울린다.

IMG_1344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또 나타난 수상가옥. 이번엔 여성분이 나선다.

IMG_1345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아까 테너같은 울림과는 또 다른 낭낭한 소리가 한 번 더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이거 참... 너무 괜찮은 아이디어 아닌가^^
세종문화회관 부럽지 않을 자연 공명 시스템을 절묘하게 재미로 바꿔주는 아이디어다. 소리가 귀로 들어오는 동안 실내 공연장과는 또 다른, 공기의 밀도까지 전해지는 것 같다.

IMG_1358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호수의 끝부분까지 들어왔다. 터닝 직전에 홀로 서 있는 석각같은 것이 있는데, 자연석이란다.
배가 다가가는 동안 승무원의 설명이 이어지더니, 갑자기 사람들의 탄성 소리가 새어나온다.

IMG_1362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마치 잔뜩 머리 장식을 이고 있는 여인의 옆 얼굴처럼 보인다 싶더니, "선녀 바위"란다.
보기에 따라서는 일본 만화영화 주인공 같은 느낌이 좀 나는^^

IMG_1364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선녀바위 주변 풍경이 가장 그윽하다. 일부러 심어 놓은 것처럼 작은 돌섬 위에 독야청청 나무 한 그루가 있질 않나, 그 배경으로 거리에 따라 그라데이션을 만드는 봉우리와 수면의 어울림도 그만이다.

IMG_1371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나오는 길에는 뭔가 보봉호에서 새로운 휴게소나 레스토랑이라도 준비중인 듯한 곳도 있다.
들어서 있는 촌락의 모습은 그 자체로 그냥 그림이다. 뭘 준비하는 지는 몰라도 숙박까지 가능한 곳이라면 인기가 더 좋지 않을까 싶다.

IMG_1376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우리 배에 탄 분 중에 유독 저 아주머니께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수시로 일어나서 핸드폰 촬영에 열심이더니,

IMG_1391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결국은 승무원이 앞으로 불러내서 노래 한 곡을 요청한다. 앉아달라는 지시를 여러번 어긴 벌칙성 요청이겠지?
허... 근데 또 빼고 그런 성격 아니시네. 한 차례 까르르 하시더니 성큼 앞으로 나서는...

IMG_1394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남자 가수가 있는 집앞을 지나면서 뭔가 짧은 노래 한 자락을 한다. 유명한 곡인지, 따라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순간을 완전하게 즐기는데 무슨 눈치. 체면 차리는 것 따위 안중에 없다.

IMG_1397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아주머니 노래를 듣고 그걸 또 받아 주는 남자 가수의 센스.^^
중국분들 절대 주위사람 눈치 안본다. 그렇게 일일이 눈치 다 보면서 피곤해서 못 산다는 주의.
어쩌면 그런 태도가 인생에서 과외의 재미와 추억을 만드는 걸 수도 있다. 일본인들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도 너무 꾹꾹 눌러두며 사는 건 아닐지...

IMG_1400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어느새 40분이 흘렀나보다.
벌써 출항지가 성큼 다가와 버렸다.

IMG_1403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선창 뒤로 보이는 기괴한 모양의 봉오리는 두꺼비 봉오리란다.
정말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두꺼비 머리같다. 어디나 참 잘 갖다 붙인다는...^^

IMG_1412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거의 보봉호 유람이 끝나려는 순간.
승무원이 노래를 한 곡 뽑겠단다. 이곳은 굳이 마이크나 엠프가 없어도 자연 에코가 빠방해서 누가 해도 실력 이상의 소리가 나오긴 하지만, 이 아가씨... 노래 솜씨가 예사가 아니다.
분명 보봉호 입사 면접 항목에 "노래부르기"가 있다고 본다^^

IMG_1411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잠시지만 자세한 해설과 노래까지 선보인 승무원의 깔끔한 마무리 덕에, 보봉호 유람은 모두에게 더욱 산뜻한 이미지로 저장이 된다.

함께한 분들이 하선하고 다시 셔틀을 타고 떠나는 동안, 우린 주차장 맨 안쪽 구석으로 들어가서 드론을 띄운다.
물 위를 미끄러지듯 유람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산세를 하늘에서 보는 건 또 다른 거니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중국 장가계 06_장가계 보봉호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