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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가계 18_천문산4 : 산에 울리는 '소오강호'

2017.9.25

by 조운

아직 가야할 길이, 봐야할 풍광이 많다. 추락한 드론 생각은 빨리 잊을수록 좋다만...
팬텀4와 내가 궁합이 별론가? 불과 얼마전엔 낙동강에 수장시켰고, 다시 사서 처음 들고 중국으로 온 건데...
자꾸 생각나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거지. 그래도 빨리 잊으려고 노력해 본다. 이제 갓 천문산에 올랐는데...
최악의 경우 잃어버리기 밖에 더 하겠나. 서안에서 찍었던 영상들은 모두 백업을 해 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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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다짐과는 달리 드론을 날렸던 곳을 계속 쳐다보게 된다. 그래본들... ㅠㅠ





여행기간 : 2017.9.24~27
작성일 : 2018.5.2
동행 : with 'J'
여행컨셉 : 촬영 인스펙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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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도는 계속된다.
우리는 저기 멀리 보이는 다리까지 절벽면에 붙어 있는 잔도를 계속 따라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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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정상과 맞은편 정상 간에 놓인 구름 다리 위로는 이렇게 리프트 형태의 로프웨이가 지나다닌다.
그 아래로 절벽면 모양에 따라 구불구불한 잔도를 걸어야 하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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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산 잔도 중에서 가장 안전하게 서로서로 사진 찍어주기 좋은 장소가 이 곳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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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듯, 이어진 두 거대 절벽 사이로 잔도가 180도로 만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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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내밀어 바라보고 있자면, 무섭긴 매한가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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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누가 번역 알바를 해도 꽤 짭짤하게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 아무나 지나가는 한국인 붙잡고 한 번 점검만 했어도 이런 번역투는 피할 수 있었을텐데... 첨엔 픽 웃음이 나더니, 계속 이런 식이 반복되니 무시당하는 느낌도 살짝 든다. 약소국 국민의 자격지심이겠지만... 대범하게 웃고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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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거대한 바위들이 이런 모양으로 생겨서는 마음을 심쿵하게 하는 건지...
왼쪽에 있는 절벽면으로는 천문산에서 또 하나 유명한 '귀곡잔도'가 있는데, 얼마전 산사태로 점검 중이란다. 당분간 통행금지. 아쉽... 아니다. 잔도는 이 걸로도 충분하다. 얼른 멀쩡한 산길을 디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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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도가 끝나고 다리를 건너기 직전에 이런 공간이 있다.
귀곡잔도나 구름다리, 유리잔도 등으로 갈라지는 교차로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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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치는 장가계 여인의 반주에 맞춰, 다른 사람들 시선 따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몇몇 아주머니들이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르고 있다.
어디서나 풍류를 즐기는 태도는 무조건 대찬성!!. 이런 고즈넉한 산정 고원의 야외 노래방이라...
나도 이런데서 광석이 형님의 "그날들" 정도 뽑아보고 싶은 맘이지만, 애써 참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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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곡잔도로로 가는 길은 당분간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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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리를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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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이런 풍경을 가리켜,
"비경"이라 그러나보다. 운해가 조금 더 버텨 줬더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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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교치고는 그렇게 많이 흔들리지 않는다. 워낙 높은 곳이라 강풍이 심할 때도 있어서 줄을 타이트하게 설계한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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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와 이쪽 산정고원을 산책하고, 맞은편 운몽산정(천문산 꼭대기)까지 리프트를 타고 되돌아가는 코스다.
그냥 리프트를 타러 오는 정도라고만 생각했는데, 절대 놓치면 안되는 게 숨어있다.
최소한 우리 나이 때의 아재들한테는 반드시, 꼭 만나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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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어진 산길을 따라 오면 다시 이런 광장을 만난다.
우리들도 한 좌석 차지하고 목도 좀 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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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를 가든 가옥의 외형은 그 지역의 산세를 닮았을 게다.
우리의 처마보다 한껏 들어올린 중국의 지붕구조는 험준한 악산의 그것처럼 보인다.
다소곳함보다는 당당함이, 자연스러움보다는 화려함이 느껴진다. 이런 처마 모양이 처음엔 허세로 느껴지더니, 막상 산수를 만나보니 충분히 이해되고 또한 자연과도 제법 어울린다 싶다.
바로 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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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처자를 보게 된다. 스커트를 휙 들어올린 듯한 처마 밑에 병풍까지 두르고 앉아있다.
20현 개량 가야금 같이 생긴 '고쟁'이라는 악기를 들고, 동방불패 삘나는^^ 의상까지 차려 입은 어린 친구다.
여행객들에게 신청곡을 받아서 즉석에서 연주를 하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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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쟁"이라... 중국 사극에서 자주 들리던 바로 그 음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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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꼭대기 하늘 아래, 오목한 이 공간에 울리는 청아한 소리가 참 깨끗하다.
어린 친구면서도 제법 음을 희롱(농음)하는 손놀림도 훌륭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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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소리에 일순간 모두들 귀를 기울이고 탄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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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겐 직장이고, 또 더러 저런 아저씨들이 짓궂게 굴때도 있을 터,
연주할 때만은 표정 하나 변함없이 집중하는 모습이 매혹적이다.

이런 곳에서, 원하는 음악을... 자동으로 음이 떠오른다...


소오강호, 천녀유혼.



그녀의 복장때문에라도, 어린 시절 동경의 대상이었고, 고단한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탱해주던 누나였던... 임청하와 왕조현이 바로 떠오르게 되어 있다는...ㅎㅎㅎ
(찾아보니 임청하는 54년생, 이모님 쯤 되지만^^)

그들의 풋풋했던 얼굴이 떠오르는 건 조건반사와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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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신청 가능한 곡들 목록에서 찾아본다.
여긴 중국이고, 그 영화들은 전부 중국 반환 이전의 홍콩영화 전성기의 것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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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있다. 한 곡에 30위안, 두 곡엔 50위안.
이럴 때 액수가 무슨 대수라고...

바로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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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오케스트라가 동원된 영화주제가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독주가 훨씬 더 낫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잃어버린 누나를 다시 찾은 듯... 잠시지만 코밑 시꺼매지던 까까머리 시절로 여행하기에는 충분했다. 정성껏 노스텔지어를 불러 오는 그녀의 연주에 박수를...
명산에서 이런 특이한 경험을 하게 해준 그녀의 이름은 "주소아"란다.




그냥 리프트 타러 가는 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다른 세대에겐 어떨 지 모르지만, 우리 또래의 아재들에겐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만나는 횡재와도 같을 게 분명하다.
천문산에 오른다면, 절대 놓치지 말기를...
왕조현에게 비싼 번역비 지불하고 팬레터 보내봤던 까까머리 시절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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