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가계 17_ 천문산 3 : 드론 추락의 추억

2017.9.25

by 조운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드론이 전혀 명령을 듣지않고 서서히 고도를 낮추는 특이한 경험을 했달까?
장가계 천문산이 절벽으로만 이루어진 게 어쩌면 다행이었다. 떨어지는 광경을 섬세하게 쳐다보면서 컨트롤할 수 있었으니... 그닥 다시 체험하고 싶지 않은 이날의 경험.

덕분에 또 하나 크게 배우긴 했다.
공항 근처에선 절대 드론을 운용하면 안된다는 것을.


여행기간 : 2017.9.24~27
작성일 : 2018.5.1
동행 : with 'J'
여행컨셉 : 촬영 인스펙션



화산에 이어, 이번에 가지고 간 팬텀4는 참 고생이 많다.
화산에선 절벽면을 타고 상승하는 강풍 앞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던 녀석이 이번엔 맥을 못추고 자동 프로그래밍에 따라 알아서 착륙... 오로지 착륙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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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저 코너 잔도 위에서 드론을 띄웠다.
아까 유리잔도보다야 낫지만, 그렇다고 띄우기 용이한 장소는 아니었다.
몇몇 사람들이 이런 산에서 색다른 걸 시도하는 우리 모습을 지켜본다고 주위에 몰려드는 바람에 더욱 협소해졌고, 머리 위로 나뭇가지가 있어서 키 높이 정도만 띄워서는 얼른 바깥으로 보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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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은 원통형의 잔도를 외곽에서 쭉 따라 되돌아가서 유리잔도 위를 거니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또 멀리서 조망하는 샷을 찍으려 했다. 그리고 쭉 뒤로 빼서 고원의 평평한 천문산 정상까지 한 앵글에 담아내고 유유히 운해 속으로 페이드 시키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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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체는 우리 키 높이보다 약간 더 높은 곳, 우리가 서 있는 잔도에서 10m 정도 떨어진 지점까지는 조정이 가능했다. 딱 거기까지...
기체를 내리는 것도 전후좌우 이동하는 것도 가능한데, 딱 한 군데 위로 상승이 안된다. 왜 그렇지? 바람도 별로 없는데... 송수신에 이상이 생길 정도의 거리도 아니고, 지구자기장의 영향이라면 모든 명령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아야 하는데, 유독 위로 올라가는 것만 안된다. 살짝 당황스럽다.
그것도 잠시, 서서히 고도가 떨어지는 게 아닌가...
이미 우리가 서 있는 잔도로 다시 불러들이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고도가 낮아졌다. 근처 어딘가에 착륙시키려 해도 모두가 깎아지른 절벽들 뿐이다.

순간, 장가계 공항과의 거리가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른다. 모든 나라에서 공항에서부터 10km 반경에서는 드론 비행이 금지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선 자율적으로 지켜야하는 거로 되어 있지만, 최근 DJI 측의 펌웨어 업데이트(강제 업데이트로, 업데이트를 하지 않으면 기기 작동이 되지 않도록 했기에)를 했는데, 업데이트 내용이 비행금지구역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대충 해석하면서 읽었던 내용중에... 비록 비행금지구역 바깥에서 드론이 이륙했더라도 운용중에 비행금지구역 안으로 들어가면 자동으로 착륙이 진행된다는 내용이 있었던 게 떠올랐다.

아뿔사!!
그럼 잔도에서 아예 기체가 뜨지 않았어야지...
나중에 지도상 공항과의 거리를 제어보니 우리가 드론을 띄운 지점이 애매하게 공항에서 10km 내외가 되는 곳이더라는... 아마도 띄울 때는 적용되지 않던 프로그램이 바로 적용되어서 비행금지구역의 메뉴얼대로 고도를 서서히 낮추면서 착륙했던 것 같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회수 가능한 곳으로 안전하게 착륙시키는 것.
기체 상승과 함께 카메라의 방향 전환도 안되었다. 오로지 아래 위로만 조정되는 카메라... 애초 카메라를 천문산 쪽으로 돌려서 띄웠더라면, 고도를 서서히 낮추면서도 담을 수 있는 것들 조금은 담았을텐데.
작은 드론 기체는 점차 멀어지면서 깨알같이 작아졌고, 저 아래 온통 숲으로 된 곳 중에서 한 군데 약간 벗겨진 곳이 비상착륙지로 선택되었다. 멀어서 정확하게 어떤 곳인지, 거기로 길이나 있을 지... 여튼 완전 숲 속으로 떨어뜨릴 수는 없었으니, 거의 유일한 대안이었다.
일단 산 높이만도 1.5km아닌가? 어느새 조종기와의 거리가 3km를 넘어서자, 아예 기체는 보이지도 않았다. 대신 카메라를 통해 모니터하면서 조종하는 게 고작이었다.

점차 착륙장소가 가까워지자, 그곳이 어떤 건물이고, 주차장에 풀장까지 갖춘 시설이라는 게 파악이 되었다. 간신히 지붕을 넘겨서 주차장 어디쯤 착륙시키려고 할 때, 송수신이 완전히 아웃~~


IMG_0225_Wide1080mark바람.jpg 사진 한 가운데 나무가 없는 작은 점이 착륙장소였다 ㅠㅠ

땅과의 거리는 고작 수 십 미터 였으니, 그대로 주차장에 착륙했거나, 인근에 있을 터...
장가계 사무실로 전화를 넣었다. 마침 이사님과 통화가 되었고, 대략적인 위치와 건물 구조를 알려주니, 원시림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센터일 것으로 짐작이 된단다. 성수기를 위한 안전 점검 기간으로 현재 운영하지는 않는 곳이라는데...

무조건 찾아와 달라고 반강제로 협박을...
그렇게해서 천문산에서의 드론 촬영은 끝이 났다. 유일한 드론 기체는 수 km 절벽 아래,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쳐박혀버렸고...ㅠㅠ

거의 천문산을 다 돌고 천문동에서 통천대로를 따라 내려가는 셔틀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쯤 전화가 왔다.



찾았어요. 건물 근처 나무에 걸려 있두만요.



휴...
천문산의 반대쪽 능선에서 촬영을 했더라면 어렵게 허가를 구하고 가지고 간 드론으로 많은 걸 건질 수 있었을 테지만... 가이드말만 들었어도...
아니다. 아무도 다치진 않았고, 기체도 약간 긇히기만 했지 다시 회수한 게 어딘가.
중국에선 강제로 비행금지구역에서의 메뉴얼이 철저하게 이행된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아낸 것도 수확이라면 수확^^
근데 또 재밌는 게, 이렇게 떨어지면서도 녹화는 했다는...
그리고 'J'가 천문산 영상을 편집하면서 또 그걸 한 두 컷은 사용할 수 있었다는... 유리잔도고 뭐고 기대한 모든 것들은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멀리멀리 구름속을 거닐 던 드론이 영상속에선 유유자적하는 모습으로 여유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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