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9.25
천문산은 장가계에서 원가계에 이어, 두번째로 국가삼림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석회질의 침식으로 일대에서 유일하게 우뚝 쏫아 있는 기이한 형상을 자아내고 있는데, 바다 속에서 오랜 퇴적의 결과로 만들어진 게 융기한 모양을 그대로 보여주는 산정의 고원형태가 장관이다.
여행기간 : 2017.9.24~27
작성일 : 2018.5.1
동행 : with 'J'
여행컨셉 : 촬영 인스펙션
전체 길이 7,455m나 되는 세계 최장의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일단 기온이 확 바껴있다. 1,279m라는 해발고도를 가만히 앉아서 올랐으니 당연. (가만히 앉아만 있지는 않았군. 막 흥분해서 사진찍는다고 가끔 일어서기도..^^)
1,400미터 고지에 있는 잔도를 따라 걷는다.
구름층이 아까보다 다소 약해졌지만, 완전하게 아래쪽 능선의 위용을 보여주는 것보다 100배는 운치를 더하고 있다. 잔도 아래는 그냥 수직 절벽이다. 평소라면 무서워서 오금을 저릴 겁많은 아재들이지만, 구름층 덕분에, 신비감에 취해서 무서운 줄도 모르고 걷는다.
맨 처음 통과해야 할 코스는 "유리잔도"
매도 먼저 맞는 편이... 사실 발 아래가 고스란히 보인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과 상상만으로도 등골이 서는 두려움이 교차하지만,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는 길인데, 별일이야...
이러면서 스스로를 달래고 어르면서 들어간다.ㅜㅜ
유리의 투과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모든 탐방객들은 면으로된 덧신을 신어야만 한다.
이런데다가 길을 내면 안되는 거 아냐?^^
덧신을 신고 앞으로 가더라도 바로 유리바닥이 나오지는 않는다. 한팔 간격이 채 될까말까하는 길에서 아직은 여유로운 얼굴의 사람들이 제각각 인생사진들 남기느라 모델 코스프레 중^^
시간이 갈수록 운해가 걷히는 게 확연하게 보인다.
조금이라도 넓은 곳이 나오고, 드론 운용이 가능해지면 바로... 초초한 맘인데, 이런 좁은 잔도에서는 안될 것 같다.
그 순간...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바닥과 난간 모두 유리로 된... 왜... 도대체 왜... 이런 길을 만들어서는...
유리는 전혀 밟지 못하고 절벽에 붙어서 게걸음으로 가는 아주머니,
아예 주저앉아서 진퇴양란에 빠진 아저씨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자칫 정신줄 놓으면 영락없이 저렇게 되리라...
'정신 차리자.' 스스로 되풀이 다짐을 해 보지만, 속수무책이다. ㅜㅜ
용기를 내어 난간 끝에 서서 발 밑을 담아본다.
오로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인데, 사람들이 갈 생각을 않는다. 다들 무서워서 걸음이 안 떨어지는 거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다들 짜릿한 순간들을 즐기며, 자신의 얼굴표정과 주위 풍경을 함께 담을 좋은 각도를 찾아서 손이 분주하다. 이럴때 종의 다양성을 느낀다니깐...
사진으로 담았으니 알았지, 맞은편에 저런 모양새의 산정고원 절벽이 있는 줄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절경만으로도 충분한 나 같은 사람도 있겠고, 이렇게 자극적인 무모함 속에서 살아 있음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거고...
골인 지점에서 탐방객이 벗어 놓은 덧신을 가지러 망태를 둘러맨 직원이 무슨 평지 대로 지나듯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들 사이를 빠져 나간다.
얼마나 여기서 일을 해야 저렇게 될까?^^
발 밑으로 아무것도 없는 것도 불안해 죽겠는데, 이렇게 많은 몸무게로 짓누르면서 거의 멈추다시피 앞으로 가지지 않는 상황이... 공황상태 직전으로 마구 몰아간다.
카메라를 난간 바깥으로 내밀어서 한 컷을 담는 게 무진장 힘들다.
중간 쯤 왔나? 아예 카메라를 난간 바깥에 매 달고는 탐방객들이 스스로 담기 힘든 앵글로 사진을 담아주는 직원이 있다. 역시 생각하는 건 다 비슷하군^^
대담한 아주머니들... 감히 머리를 밖으로 내밀고 난간에 저렇게 기댈 엄두를...
저 앞으로 종점이 보인다. 그래봐야 잔도의 폭은 전혀 달라지지 않지만, 우선 바닥이라도 불투명해지는 게 어딘가...
유리잔도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던 우리들은 바닥이 다시 시멘트로 바뀌는 지점에 와서야 이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독사진 한 장씩 박아본다.
시나브로 사라지는 운해에 유리잔도의 공포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렇게나 대고 눌러도 전부 그림이 되어버리는 풍광이라니...
유리잔도를 통과하고나니 살 것 같은 나와 달리, 아쉬운 듯 유리잔도 끝부분에서 마지막 촬영으로 분주한 사람들이 정체를 만들어 내고 있다.
유리잔도는 거의 수평이지만, 이어지는 잔도들은 조금씩 고도를 내려가는 계단들이 군데군데 이어진다.
우리 옆 절벽 위가 평평한 고원일테고, 마치 원통처럼 된 고원의 수직 절벽면을 붙어서 가는 방식이 천문산과의 첫 만남이라니...
토가족 전통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부터 잔도를 벗어나 숲 길로 갈 수 있다.
조금 있다가 가야할 절벽사이의 구름다리도 보인다.
다리 반대쪽에 있는 저 절벽에도 이 곳 만큼이나 무서운 귀곡잔도가 있는데, 얼마전 폭풍때 절벽에서 떨어진 바위로 막혀서 안전 점검 중이라고 한다. 누구에겐 불행이겠고, 내겐 다행이랄까^^
기복신앙이야 어느 나라 건...
전국민이 색상에선 통일된 기복 상징을 가지고 있는 중국. 그래서 중국의 산들은 다들 이렇게 붉은 띠들이 나부낀다고 보면 된다.
앗, 꼭 중국인들만 그런 건 아닐지도^^
'다운아, 누군지는 잘 모르지만, 꼭 시험 합격하거라~' ㅋㅋㅋ
산길을 따라 걷노라니, 맞은편에서 가다오는 일군의 중국 여행객들이 떼창을 하며 지나친다. 흥이라면 우리 민족도 어디가서 지지 않는다는데, 꺼리낌 없기로는 중국인들 따라갈 수 없을 듯...
살짝 잔도 폭이 넓게 된 코너가 나타났다.
그래, 바로 여기다. 우리는 여기서 드론 가방을 열고 세팅한다.
가이드는 조금 더 가면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계속 우릴 말린다만, 그렇게 기다려 줄 운해 모양새가 아닌지라, 막무가내로 무조건 여기서 바로 지금 날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미 운해라 하기 민망할 정도로 쪼그라든 흰 구름들.
저 정도 거리면 구름속으로 들어가서 색다른 분위기 연출 정도는 가능하리라...
잠시후, 우린 가이드 말을 듣지 않은 걸 땅을 치고 후회한다. 여행지에서 가이드 말을 잘 듣는 게 중요하다는 뼈아픈 교훈은 다음 포스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