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9.25
산을 뚫는 에스컬레이터...^^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 천문동 에스컬레이터가 맞긴 하다.
예상했던 그런 마루금길을 가는 건 아니라는...
놀랄 일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체 천문산 코스지만, 이번엔 정말 찐~한 놀라움을 받았다.
여행기간 : 2017.9.24~27
작성일 : 2018.5.2
동행 : with 'J'
여행컨셉 : 촬영 인스펙션
정상에 있는 리프트 종점을 넘어서면 산 속으로 한적한 계단길을 타고 내려온다.
북사면에 속하는 곳이라 습기가 많고, 온천지 이끼들이 감싸고 있는 신비로운 바위들 사잇길로 내려오는데, 아마도 천문산에서 가장 아늑하고 평온한 곳일게다.
이후에 만나게 될 과격한 길을 앞둔, 그러니까 폭풍의 눈?^^
이끼낀 숲이 끝나자, 갑자기 넓은 개활지가 나온다.
원형의 나무와 비석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데크길이 뻗어있는...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듯한 설계가 독특한 곳이다.
그래서인지, 마치 도장을 찍은 듯한 다양한 상징들이 눈에 많이 띈다.
이후 한참은 참 평이한 길이다. 내려가기에도 오르기에도.
음... 꼭 모두에게 그렇지는 않다.
아래쪽에서 한무리의 중국분들이 올라오는데,
헉!!
휠체어를 들고...
가족들이 다리가 불편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우리와는 반대로 오르고 계신 모양이다.
천문산이 케이블카, 리프트, 엘리베이터 등 워낙 접근하기 쉬운 편의시설을 잘 갖추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중간 중간 계단들과 오르막 내리막들이 있는데...
아들과 사위로 보이는 분들이 휠체어 탄 어머님을,
딸 또는 며느리들이 아버님을 부축하며 한걸음 한걸음씩 오른다.
이 색다른 모습이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그렇다고 굳이 이 대목에서 "효(孝)"가 떠오르지는 않는다.
두 분 부모님이 정말 간절하게 원하는 게 자식들에게는 수고스러운 일일수도 있지만, 자식들 입장에선 그런 부모님과 하루 정도 보내는 수고가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이 모습에서 읽히는 건, "사랑(愛)"이었다.
'추억과 감동'으로 남게 될 '부탁과 수고'의 바탕에는 사랑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해 주는 것 같다.
노구의 부모님을 모시고 저렇게 천문산에 같이 가자고 자식들이 제안했다면...
부모님 살아 생전에 서로간의 강한 유대감과 추억을 남기고 싶다는 욕구, 바로 사랑일테다.
혹은 부모님이 천문산에 가고 싶다고 했다면...
대부분의 부모들이 거동이 힘들 정도가 되면, 자식들 힘들게 할까봐 천문산에 같이 가자는 말을 할 수 있을까? 비록 휠체어를 메고 가더라도 부모님과 함께 천문산에 가는 걸 자식들도 원할 거라는 강한 믿음이 있어야 말을 꺼낼 수 있지 않을까? 이건 무조건 사랑이다.
그들은 지금 천문산을 즐기면서 동시에 서로가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사랑을 확인하는 중이리라.
아들네들이 흘리는 구슬땀이 참 행복해 보여, 한참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