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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가계 22_천문산 8 : 천문동까지는 하늘길

2017.9.25

by 조운

지금까지의 경험만으로도 천문산이 얼마나 다채로움 가득한 곳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잔잔한 감동이었다면 이제부터 하이라이트로 돌진.
천문동을 만나는 순간, 입이 떡 벌어지는 건 당연한 것, 거기까지 가는 트래킹 코스는 천문산을 죽기 전에 올라보라는 이유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약간의 고소공포는 이제 뭐~^^





여행기간 : 2017.9.24~27
작성일 : 2018.5.2
동행 : with 'J'
여행컨셉 : 촬영 인스펙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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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지은 길이름. 하늘길~^^ (잠시후 딱 들어맞는 이름이라고 모두들 동의할 듯...)
하늘길로 가는 관문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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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에 슬쩍슬쩍 보이는 길은 분명 땅에 발을 디디며 가는 길 같지는 않다. 당연히 산정 고원 끝에 위치한 천문동이니, 마루금을 따라 갈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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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데크길을... ㅎㅎㅎ
우리나라의 국립공원, 도립공원 등 등산객이 많은 곳, 특히 관목들도 겨우겨우 붙어서 살아가는 바람 많은 마루금길에 데크로 길을 많이 덮어뒀다.

사람의 답압, 그것도 수도 없이 오가는 등산객의 답압이 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TV 다큐를 본 적이 있다. 짧게는 수십년간, 길게는 수백년간 풀 한포기 자랄 수 없다고 한다. 단단해보이는 땅은 실은 작은 기공들이 가득한 공간이고, 그 기공들 속에는 지렁이 같은 일꾼과 미생물들이 가득 살고 있어서 식물이 자랄 수 있는 공간과 미네랄을 제공해 준단다. 고작 6~70kg의 어른이 지나는 답압이지만, 쌓이고 쌓이면 이내 모든 기공들을 없애버리고 완전히 생명이 없는 죽은 땅으로 둔갑시켜 버린다고 한다.
가뜩이나 식생환경이 열악한 고산의 마루금길에 답압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데크를 설치하는 사례가 많은 이유다.
음... 그렇더라도 이렇게 데크를 높게 지은 건, 자연환경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자는 의미만은 아닐 듯^^
아예 길을 나무보다 높게 냈다는 건, 나무에 가려 경관을 놓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모든 것이 여행객들의 편의만 너무 신경 쓴 것 같긴 하지만, 뭐 그렇다고 자연에 더 큰 해를 미치는 방향은 아니니... 콘크리트 골조도 아니고 온리 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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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접근성 덕분에 남녀노소 복장이나 등산화 등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오를 수 있고, 천문산의 매력을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그래도 완전히 등판이 젖도록 땀을 빼고서 만나는, 그 순간의 절경이 주는 맛이라는 것도 있는데... 천문산에 그런 맛까지 요구하는 건 무리^^
대신 이 꼭대기에서 연인들이 손잡고 칠랑팔랑 데이트 즐기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는 거니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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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너무 좋은데... 늘 이렇게 화창하지는 않나보다.
오늘만 바람도 없고, 구름도 없는 듯. 간간히 고사목들이, 변화무쌍한 날씨가 만들어내는 지리산 장터목 능선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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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전체가 목재로만 만들어졌고, 아주 높은 각 위에 하늘길을 내어 놓았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한 번에 지나는 게 아닐까?
괜한 걱정근심 좀 그만하고 싶은데... 천문산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것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다보니... 오로지 혼자의 노파심같다. 지나는 사람들 표정은 아무렇지도 않다. 너무 무심한 표정에 오히려 더 겁이 난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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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이 졸업여행이라도 왔는지, 스머프 복장에 신선한 웃음과 재잘거림으로 이런 하늘길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대로 다니듯 뛰어다닌다.
'참 싱그러워서 좋다만, 안뛰면 안되겠니?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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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아래로는 천문동과 산아래를 연결한 그 유명한 버스길, "통천대로"가 한눈에 잡힌다.
아흔아홉 구비를 돌고 돌아 가는 길이, 위에서 보니 흡사 모더니즘풍의 작품같다.
결국 산을 내려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겁주겠다는 거지?
다른 선택은 없다. 협곡의 정 중앙에 있는 호수(천문호선쇼가 열리는 곳)까지는 영락없이 버스를 타야한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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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결론내리자면 천문산은 참 다리가 편하지만 심장이 쫀득쫀득해지는 산이라고 할 수 있을 듯.
'나중에 저 길로 내려가는 버스를 탈 때는 왼쪽에 앉아야 하나 오른쪽에 앉아야 하나...'
지금 이 순간 뭐 이따위 계산을 하고 있는 아재가 한심하긴 하지만서도...

하늘길 데크에 대한 호불호는 둘째치고, 여튼 덕분에 가리는 것 전혀 없이 완벽하게 천문산의 16봉과 그 아래 영정구 시가지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는 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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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며 다가오는 각진 정상은 천문동 양쪽의 끝에 뭔가 시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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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곳이 바로 천문산에서 개최되는 윙수트 다이빙 대회장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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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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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수트라는 걸 입고는 그냥 허공에 뛰어내린다. ㅜㅜ
트랜스포머 후속편에 나와서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진 정말 극단적인 익스트림 스포츠다.
왜들 그러시는지는 잘 모르지만, 저기서 출발해서 사진의 오른쪽 끝에 있는 천문동을 관통하기도 한다고...
허기야, 비행기를 타고 천문동을 통과한 적도 있다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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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길이 살짝 오른쪽으로 꺾이는 부분부터 윙수트 다이빙 대회장이 있는 절벽 아래의 움푹한 곳이 보이기 시작한다. 천문동이다.
약 2,000년 전 어느날, 쩍 소리가 나면서 절벽 안쪽 돌이 떨어져나가서는 지금과 같은 문이 생겨버렸다고 한다. 덕분에 산 이름도 기존의 것을 버리고 하늘문, 천문(天門)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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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동은 아래에서 조망해야만 한다. 거대한 구멍 사이로 파란 하늘이 들어와야 진정 천문이다.
천문다운 모습은 잠시후 만나기로 하고...
천문동으로 가는 길 중간에 하얀 천을 덮어쓴 곳이 휴게소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한다. 아까 봤던 "산을 뚫는 에스컬레이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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