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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가계 23_천문산 9 : 천문동 & 에스컬레이터

2017.9.25

by 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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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오면 이제 거의 트래킹은 끝난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에겐 그 동안 긴장의 연속이었던 심장도 달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도 다리를 좀 쉴 겸, 휴게공간을 제공해 준다.
사진 맨 왼쪽에 있는 돔형의 구조물이 천문동까지 산을 뚫어서 냈다는 에스컬레이터 입구다.
중국 명산들마다 인공의 손길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어떻게 산을 뚫어서 에스컬레이터를 집어 넣을 생각을 했는지... 산에 많은 사람들이 더 쉽게 접근할수록 산의 생태에는 무조건 안좋은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허나 중국이라는 거대한 대륙에는 특구로 지정해서 이렇게 접근 편의성을 고도로 끌어올린 곳들보다 더 많은 원시림들이 남아있을테니, 크게 반대 여론이 없는 거겠지?






여행기간 : 2017.9.24~27
작성일 : 2018.5.3
동행 : with 'J'
여행컨셉 : 촬영 인스펙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내려가는 방법도 있긴 하다. 사실 그 쪽이 더 땡기지만, 천문산에 수시로 오를 수 없는 객의 입장에선, 색다른 체험을 해 볼 기회도 버릴 수 없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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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만 보면 뭔가 허술한 방공호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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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케팅을 하고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간다.
SF영화의 우주선 내부 장면이 연상되는 반짝이는 철제 구조물 속을 끝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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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절경을 둘러보며 산행하는 느낌이 더 좋은 나같은 사람들에겐 그닥 큰 감흥이 없다.
초반에 놀라움과 신기함은 잠시... 직선의 에스컬레이터를 다 내려가면 다시 또 다른 에스컬레이터가 시작된다. 그렇게 몇 번인지도 모를 직선 에스컬레이터가 살짝 살짝 방향만 틀어져서 이어지는 구조다.

당연히 좀 지루하다.
지루해 할 사람들을 위해서 벽면에는 천문산을 홍보하는 여러 사진들이 촘촘하게 붙어 있는데, 예의 윙수트 하나 걸치고 창공에 몸을 맡긴 사람들의 사진들이 많다. 그걸 입고 천문동을 통과하는 무모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두 절벽 사이에 외줄을 걸고 걸어서 건너는 사람까지...
이해 안되는 심리를 만나면 종의 다양성^^에 새삼 놀란다.
이럴 땐 무조건 주문을 외자. 다윈, 다윈... 레비스트로스, 레비스트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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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동까지 통천대로로 올라와서 우리와는 반대로 산을 타는 사람들도 많다. 천문산 코스는 어느쪽으로 해도 좋을 것 같긴 한데, 천문동을 하이라이트로 생각하면 우리처럼 유리잔도부터 출발하는 게 정석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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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에스컬레이터의 끝.
산행 코스를 반대로 하는 사람들이 서로 교행하면서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잔도를 이중으로 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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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구를 바라보는 북쪽 방향이 천문산의 정면이라면, 남쪽 사면을 통해 천문동까지 연결된 잔도는 산 뒤쪽 경치를 만끽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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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사진을 자세히보면 천장에서 물줄기가 떨어진다.


수직 각도가 90도를 넘는 천문동 절벽면에, 그것도 석회질의 투박한 암반에 어떻게 저렇게 가로로 나무씨가 싹이 났을까?

바위 자체에 습기를 많이 머금고 있나보다 했더니...
천문동 천장에서 물줄기가 떨어진다. 가물 때도 이 물은 끊임없이 떨어지는 것 또한 천문산의 신비스런 현상 중에 하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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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봐도 여기가 한 때는 막혔던 곳이었다는 게 믿기지를 않는다. 어느날 툭하고 바위가 떨어져나가 생긴 구멍이라 여겨지지 않는 그런 크기?
지금도 가끔 돌멩이들이 떨어지고 더러 여행객이 다치기도 한다는데, 워낙 높아서 아주 위험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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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물이나 바위를 막으려고 천문동 내 탐방길을 따라, 이렇게 안전막을 지붕처럼 세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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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에는 가장 정면을 노리고 전체 천문동 구멍을 담아본다.
느낌?
장엄하달까, 뚫린 통로로 지나는 바람이 무척 시원했고, 마치 굴 속에 있는 듯 서늘한 기운도 좀 있다. 인간의 눈에는 신령스런 현장이고, 그런 기운이 가득한 곳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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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은 곳에서 뒤로 돌면... 저 아래 통천대로의 시작점까지 계단이 일자로 이어져 있다.
근데 계단의 각도가 장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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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지사 여기까지 왔는데, 뭐든 다 해보는 거지... 계단으로 내려가보려고 몇 걸음 걸었지만, 올바른 선택이 아니었다. 자꾸 몸이 앞으로 쏠리는 기분이다... 원칙이고 뭐고 얼른 다시 올라왔다.
미끄러운 계단을 걷기에 적합하지 않은 신발 밑창을 어줍잖은 핑계를 대면서...^^

신이 있다면, 아이큐 재능 뭐 이런 걸 좀 더 주시지, 왜 이렇게 겁을 많이 부어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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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을 위한 또 다른 선택은 또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것.
계단 옆으로 난 회랑을 따라 쭉 걸어오면 안전하게 모셔다 주려고 기다리는 두 번째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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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저리 많은 사람들이, 나보다 연로하신 분들도 오가는 계단을 한 번 가야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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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참자.
옆에서 조망하니 더 무섭다. 길이도 정면에서 봤던 것 보다 훨씬 더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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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런 핑계로다가 막판까지 문명의 이기로만 주유하게 되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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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의 끝은 계단 아래 천문동 광장으로 바로 연결된다.
아주 넓은 광장에는 행복한 표정으로 추억을 담느라 여념이 없는 여행객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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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이 순간을 기록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이 천문동을 향해 각자의 폰을 집어들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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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경을 보고 어찌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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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 킹콩이 양팔을 들어올리고 있는 듯한... 꽉 찬 힘이 느껴진다. 마치 팔시름중인 두 건장한 남자들이 꼼짝않고 있는 상태같다. ㅋㅋㅋ
숨막히는 장관이 바로 눈 앞에 있고, 방금 거기서 내가 내려왔다는 벅찬 마음까지 드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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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 어디를 둘러보나 감탄, 감탄...
킹콩의 두 팔부터 이어지는 협곡을 따라 제 멋대로 통천대로가 그림을 만들면서 이어지고 그 아래로 영정구 시가지가 쫙 펼쳐져있다.
천문산의 백미. 최고의 뷰 포인트는 역시 천문동 광장이다. 가이드가 천문산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서, 통천대로 셔틀로 내려와야 제대로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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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제 저 길을 내려가야 하는 거군...
천문산 케이블카를 탔던, 장가계 시내 한 가운데서의 편안한 시작을 빼고는 쉴 새 없이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게 해 주는 곳이 천문산이다.
영화에 비유하자면, 치밀한 구성력을 가진, 탄탄한 시나리오 같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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