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9.25
우리가 살려고 가는 곳이 아니라 잠시 머무는 여행지에서는 날씨가 그 지역의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두 번 갔던 팔라완의 지하강에서 한 번은 천국을 봤지만, 한 번은 그냥 밋밋했던 경험을 통해 날씨의 중요성을 완전히 체감했다.
장가계가 보통 습기가 많고 쨍한 날이 드물다고 들었는데, 오늘 천문산에서 만난 푸른 하늘은 행운이다.
산에서 운해나 운무로 뒤덮일 때의 느낌도 좋지만, 이렇게 가시거리가 긴... 맑은 날이 주는 만족도에 비할까?
특히 우리들이 선택한 천문산의 마지막 코스, 통천대로를 내려오는 동안에 날씨 덕을 톡톡히 봤다.
어... 풍경이 참 좋았다는 의미도 있지만, 안보이는 길이었다면 더 무서웠을 거라는 의미까지... 반반^^
여행기간 : 2017.9.24~27
작성일 : 2018.5.3
동행 : with 'J'
여행컨셉 : 촬영 인스펙션
셔틀은 에스컬레이터가 시작되는 산의 절벽면 바로 아래에서 출발한다.
수시로 오가는 셔틀은 순서대로 오르기만 하면 되고, 손님들이 차면 출발한다.
차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꼭 뒤를 돌아 천문동을 한 번 더 보길 바란다. 바라보는 각도와 거리에 따라 각각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니까.
여러 대가 동시에 운행하는 셔틀이 마치 다단의 케익 위에 놓인 데코레이션 같다^^
통천대로를 가다보면 더러 케이블카가 바로 머리 위를 스치는 코너를 지나기도 하고,
성벽 사잇길 같은 소로가 나오는가 하면,
왼쪽 오른쪽 어느 자리를 타더라도 허공 위를 달리는 듯한 공포도 체험할 수 있다. ㅠㅠ
통천대로 근접샷 좀 담아볼거라고 운전석 바로 옆 앞자리에 앉았는데, 롤러코스터 맨 앞 좌석을 다퉈 앉는 이유를 알 것 같은... 겁도 많으면서 무모한 짓을 한 거지^^
산이 도로 위를 덮치고 있는 이런 코너길을 수도 없이 지나더니,
절벽면에 내 놓은 터널도 여럿 통과한다.
근데 뭔 터널이 이렇게 좁은지... 혹여 터널 내에서 마주오는 차량이라도 만나면?
그렇게 정신없이 온 몸이 계속 좌우로 쏠리는 경험을 했는데도 아직 차례 멀었다.
"그래도 어디가서 이런 멋진 풍경을 트레킹샷으로 담아볼 수 있겠나? 그자 친구야?"
하면 뒤로 돌아보니, 나보다 더 무서워하는 'J'는 아예 영상을 찍지도 못하고 웅크리고 있다.
우리에게 통천대로 트레킹샷 따위... 없다.^^
끝날 것 같지 않은 통천대로가 드디어...
셔틀 종점 주차장에 내려서도 멀리 천문산과 천문동이 다 보인다.
여긴 밤이되면 "천문호선쇼"가 펼쳐지는 곳이란다. 저 뒤로 보이는 천문동과 산수 전체를 무대 배경 삼아 펼쳐지는 장쾌한 스케일의 쇼가 압권이라는데, 우리는 다음 일정 때문에 쇼를 보지는 못했다.
언제나 아쉬울 때 거는 주문도 있다.
우리에겐 쇠털같이 많은 날이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