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가계 28_장가계의 야간산책, 계포거리(溪布街)

2017.9.25

by 조운

숙소 일정이 좀 이상하긴 하다.
어제는 종일 무릉원에서 보냈는데 다시 영정구로 가서 자고,
오늘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영정구에 있는 천문산에서 보냈는데, 다시 무릉원으로 와서 숙소를 잡았다.^^
덕분에 쭉 영정구에서만 지냈다면 놓쳤을 명소를 발견했지만... 바로 계포거리.





여행기간 : 2017.9.24~27
작성일 : 2018.5.4
동행 : with 'J'
여행컨셉 : 촬영 인스펙션




계포(溪布)라... 냇물이 마치 천자락처럼 흐른다? 이렇게 시적인 표현을...
무릉원 중심, 그러니까 우리가 식사와 마사지를 받았던 곳 바로 옆이다.
작은 무릉원 타운은 밤이 되자 더욱 한적하기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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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조명들이 켜진 건물이 모여있는 곳이 있다.
한국 관광객들은 거의 오지 않는 곳으로, 주로 중국 내국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요런 게 또 여행에서의 재미거늘...

우리가 스타트지점으로 잡은, 큰길 옆의 계포거리 입구는 때마침 많은 중국 관광객들이 몰려 있었는데, 약국에서 중약 쇼핑을 하고 나오는 모양인지 다들 양손에 약봉지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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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체 관광객들을 뚫고 본격적으로 거리 탐사에 들어가 본다.
앗, 근데 저건... 마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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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노까지...
대로에서도 환히 보이게 영화를 상영하는 집이 먼저 반긴다. 얼마만인가? 추억의 "레옹"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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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평범한 거리는 아닌 것 같다. 들어서자 마자, 사면으로 영화를 상영하는 스크린을 내 건 주점이 있고, 인근의 분위기는 바닥부터 건물 외양들이 모두 작심하고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다.
마치 중국 사극의 영화 세트장으로 들어서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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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술, 음료,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많은데, 모두 다 깔끔하고 전체 분위기에 일조하는 조화로운 인테리어들이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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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시기, 혹은 민국시기가 연상되는 거리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기념품 등을 파는 가게나 카페들 앞에는 테이블까지 밖으로 나와 있어 운치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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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맛뵈기였고, 이 다리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계포가로 들어서게 되는 것 같다.
이 다리는 으리빵빵한 지붕을 이고, 관문 역할까지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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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면 바로 광장.

중국은 어딜 가나 이런 광장들이...
해방 이후 우리 현대사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정치적으로만 보면, 민중들과 권력욕을 가진 소수 위정자간의 대결이었다고 볼 수도 있는데, 참다 참다 응집하는 민중들의 힘은 주로 이런 광장에서 폭발하곤 했었다.
덕분에 위정자들은 광장이라는 광장은 모두 없애버리는 통제를 반복했다.
어느 나라를 가든 흔하게 볼 수 있는 이런 광장을 유독 우리나라에선 찾아보기 쉽지 않다. 서울 시청광장이 다시 "광장"(텅빈 공터)이 되는데도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는 게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지역의 광장들은 아직도 분수대가 놓여고 나무를 심었거나, '잔디를 보호합시다' 따위의 글로 줄을 쳐서 못 들어가게 하는 곳들이 더 많다.
내가 다닌 대학의 강의실 앞 광장도 7~80년대를 겪으면서 잔디밭과 파고라가 들어서서는 아직도 그 상태 그대로다.
중국은 민중의 시위가 없는 나라다. 천안문사태 이후 철저하게 민심 응집의 여지를 통제해 오고 있기때문이란다. 우리는 마음의 광장은 남긴 채, 시각적 광장을 빼앗겼고, 그들은 시각적 광장은 있지만, 마음의 광장을 잃었달까...
중국 곳곳에서 이런 광장만 만나면 느닷없이 씁쓸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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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치하고... 텅빈 광장을 중심으로 화려하게 네온을 밝힌 상점들이 빙 둘러싸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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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자리에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벤치들이 쭉 이어져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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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한가운데는 거대한 아궁이와 어울릴 만한 거대한 팬이 거리의 상징물처럼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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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나 온 다리 말고 반대편으로는 양 갈래의 길로 나뉘는데 그 중 메인로드를 버리고 실개천이 이어진 좀더 작은 길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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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길 중간을 흐르는 이 개천이 계포의 유래가 아닐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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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과 기념품 샵이 구역별로 나뉘어진 듯, 이 골목은 주로 아기자기한 제품들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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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리나나 작은 타악기 등을 파는 가게에서는 주인장들, 객들이 합주를 하기도 하는데...
곳곳에 사람들이 앉아서 그냥 거리의 흥취를 즐겨도 좋을 만큼, 울려퍼지는 소리가 듣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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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에 이끌려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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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실력은 뭐 고만고만 하지만, 그 흥 만큼은 일급 연주자 못지 않은 젋은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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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옆에 있는 오카리나 가게도 들른다.
입구에 전시되어 있는 얘들은 한때, 김영동씨가 연주해서 우리한테도 많이 알려진 "훈" 아닌가.
그가 몽골쪽과 중국 여행을 하면서 음색에 반해서 '바람의 소리'라는 앨범까지 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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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아주머니께 한 곡 연주를 부탁드렸더니...
밤에, 이 아름다운 곳에서... 뭘 연주해도 분위기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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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거의 끝부분인지 좀 컴컴한 곳까지 왔더니, 실개천 위로 거리의 이름까지 적힌 앙증맞은 나무 다리가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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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쪽의 광장과 달리, 이곳엔 넓게 사각형의 못을 두고 옅은 조명으로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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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계포)거리는 따로 물건을 사거나, 식당에 들르지 않아도 거리를 산책하는 재미가 가득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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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포가가 있는 블록의 한 쪽 끝으로 가자, 아주 큰 상징물이 있다.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술잔이라는 설명과 함께^^
때마침 밝은 달이 떠 있어... 저 거대한 술잔에 찰랑이도록 가득 술을 따라 놓고 그 위에 올라서서, 잔에 비친 달을 보며 한 잔 기울이고 싶은 충동 가득한 바로 그런 밤 분위기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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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광장으로 되돌아가는 길은 메인로드를 따라 간다.
훨씬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먹거리를 비롯한 다양한 가게들도 규모가 훨씬 크고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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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장가계를 와도 원가계나 천문산만 보지만, 실은 장가계도 이렇게 사람들이 추억을 쌓고 인생 사진을 나누는 어느 동네와 같은 풍경도 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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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방식으로 밤마실을 만끽하는 사람들은 전부 중국 내국인들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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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걸린 거대한 밥솥, 고소한 향으로 유혹하는 떡가게, 직접 증류 과정을 목격할 수 있는 전통 술도가 등 이국적인 가게들이 눈길을 잡아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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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이런 것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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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매나 두부만드는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한 곳들도 있어서, 아이들과 같이 와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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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다시 오니, 이제 절정에 이른 거리는 아까보다 더 생동감이 넘치고,
쿵쾅쿵쾅... 복층으로 된 주점에선 무슨 공연이라도 하는지 최신 음악 소리들이... 2층 난간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을 따라 젊은 청춘들도 흥을 묻히고 같이 나와 아래쪽 거리를 구경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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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어둡지만 조용하게 산책을 하기에는 그만일 듯해서, 광장을 지나 안 가봤던 길을 따라 탐사를 조금 연장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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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들리는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까지 잦아들자, 그야말로 영화 "홍등" 촬영장으로 들어선 듯한 이색적인 골목들을 누빌 수 있었다.
이런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계포거리... 밤늦도록 노닐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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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빠져나오니, 아까 우리가 들어섰던 입구는 저 건너편 대로쪽이었고, 이쪽은 냇물이 흐르는 고즈넉한 풍경이다.
화려한 듯, 절제된 조명이 잔잔한 물에 비친 전체 타운의 모습도 그만인 곳.

장가계에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안 와봤더라면 무척 아까울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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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장가계, 무릉원 쪽 숙소를 계획한 분들을 위해서...


생각지도 않은 재미와 낯선 음식에 대한 도전... 이런 게 여행의 맛이지~
어쩌면 마사지 받으며 한숨 자서 더욱 모든 것들이 몽환적으로 다가왔던 걸지도 모른다 ㅋㅋㅋ. 그래 몽환적인 맛이 바로 계포의 맛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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