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4~1.15
나비암이라...
나비바위나 접암(蝶巖)이 아니라 나비암? ㅋㅋㅋ
아재는 아재인 듯, 요런 거 보면 잘 참지 못하는 거 보면.
여튼 말로만 듣던 나비암을 지난 번 "내 맘대로 낙동정맥 종주" 시도 과정에서 봤거든.
당연 함 가야하는 거지~
여행기간 : 2017.10.14~10.15
작성일 : 2018.5.31
동행 : 비박이 처음인 선배, 친구들 3명과
여행컨셉 : 텐트 비박
최근 혼자서 비박을 다니다가 우연히 학창시절 동아리 선배와 만나게 된 자리에서 비박의 쾌감에 대해서 얘길하다가... 일이 커져버렸다. 함 데리고 가 달란다.
학교 다닐때 정말 좋은 선배였지만 장구를 가르칠 땐 또 무섭기 그지없는 그런 선배.
맞지만 않았지, 거의 죽이고 싶을 정도로 독하게 연습을 시켰는데...
원래 아웃도어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기도 하고, 비박을 새로운 취미활동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이려는 태도 등 거부하기 힘들었다. 당연히 장비 따위 아무것도 없는 상태. 뭐 내꺼 같이 쓰면 되는 거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여자 선배라는 게...
우리 사무실에서 자초지종 설명을 하고 멤버를 더 모집하기에 이른다.
동아리 생활, 특히 풍물패 생활을 하다보면, 서로 볼 거 못볼 거 다 보게 되는지라 딱히 남녀라는 개념 희박하기도 하고, 그나마 난 띠잽이를 하다가 바로 쇠를 쳤지만 우리 마눌님은 주구장창 장구를 쳤던지라 오히려 나보다 둘이 더 막역하기도 해서...
괜히 혼자서 "그래도 유부남인데..." 하는 이상한 생각을 한 건지도 모른다.
여튼 사무실에서 디자인하는 친구 녀석이 덜컥 가겠다고 나서고, 그녀의 여자 친구도 결합.
일이 어쩌다가 그리 됐는지, 왕초보 3명과 함께 비박을 하게 생겼다는 거 ㅠㅠ
좀 지난 얘기지만, 야간 산행 동호회에서도 활동을 했다는 누나와,
산 타는 걸 정말 싫어하지만, 한 번쯤 산에서 자보는 경험을 해 보고 싶다는 친구,
그리고 아웃도어라면 뭐든 해 보려는 당찬 그의 여자친구까지...
음...
나비암(출처 : 다음블로그)
트레킹 코스 짧고 정말 잠만 자기 딱 좋은 자리로 잡아야 하는데... 그때 나비암이 떠올랐다.
금정산이야 버스가 동문까지 가기도 하고, 동문에서 나비암까지 걸어봐야 15~20분이면 충분하고, 혹시 체력이 된다면 아침에 텐트 걷어서 북문을 거쳐 고당봉에 함 올랐다 내려가도 되고...
멤버들이 모두 붙임성이 좋고 매너가 있으니, 모르는 사람이라도 금방 친해질테고... 됐네. 가자.~
좀 이상하긴 하지만, 그렇게 나비암 비박일이 다가왔다.
산에서는 할 게 별로 없다.
익숙해지면 참 좋은데, 처음에는 도시인들이 적응이 어렵다. 금정산이야 이동통신이 잘 되는 곳이겠지만, 그렇다고 그 좋은 곳에 가서 유투브를 볼 것인가, 드라마를 볼 것인가.
늦은 오후에 온천장 지하철역에서 3명이 만났다. 친구의 여자친구는 주점을 운영하고 있어서, 장사를 마치고 결합하기로...
울산에서 내려오는 누나가 차를 가져왔고, 모든 장비들은 내가 그 전에 미리 나눠 줬다.
배낭 세 개, 침낭 세 개, 폼 매트 3개, 3~4인용 텐트 하나, 2인용 텐트 하나. 기타 등등
산성버스를 타고 동문에서 하차, 산행 같지도 않지만 산행을 시작한다.
아뿔싸... 디자이너 친구의 체력이 이렇게 약할 줄이야 ㅜㅜ
불과 15분 정도의 거리를 덕분에 거의 한 시간 가량 걸려서 나비암에 도착하고야 말았다는...
덕분에 사진이 없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라 별빛, 달빛도 없는 나비암.
좁아터진 나비암 앞 평지에 텐트 두 동을 치고나니 밤중이다.
그런데, 모든 장비를 챙겨온 내가 무색하게 누나한테 미리 줬던 배낭 안에서는 치맛살, 부채살, 안심들이 가득 들어있는 게 아닌가? 이 무슨 호사란 말인가^^
나의 비박은 늘 종주 트래킹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거의 누룽지나 인스턴트 국거리, 비상식량 및 라면 한 두 봉지가 전부인데... 그래도 18~20kg이나 되니까 어쩔 수 없는데...
덕분에 이 캄캄한 산속에서 소고기가 물려, 배가 터질 것 같아서 도저히 더 먹지 못하는 참 낯선 경험을 다 해본다.
주점을 운영하는 친구 여자친구(실은 우리들의 단골집이기도 하다^^)는 오늘따라 북적이며 가지 않는 손님들때문에 버스도 끊어진 시간에 전화를 한다. 택시를 타고 올라가고 있다고.
원래는 남자친구가 마중을 나가야겠으나, 도저히 그 길을 갔다오게 할 수 없는 저질 체력의 친구를 대신해서 내가 도로까지 마중을 나가고, 택시 문이 열리자 가게에서 파는 맥주와 안주거리를 또 잔뜩 사 짊어진 배낭을 들고 내리는 이 아가씨... 와우~
초보들과 오면 좋은 점은 굶어 죽을까봐, 과식을 걱정할 수준으로 진수성찬을 준비해 온다는 거?^^
여튼 그렇게 늙은 처녀, 총각들과 유부남 하나가 뷔페식 저리가라 할 요상한 비박을 하게되는데, 밤늦도록 노니는 이유는 오로지 내일 트래킹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방법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ㅋㅋㅋ
아침이 밝았지만, 난감하다.
새벽부터 얼핏 빗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점점 굵어지는 비 덕분에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고 그냥 누워있다. 일기예보에 없던 비, 고도가 높으면 일기예보하고 맞지 않을 때가 많긴 하다. 판초를 하나도 안 들고 왔으니, 산행은 포기해야 할 것 같고, 엉망으로 벌여놓은 흔적 수습도 쉽지 않다.
에라 모르겠다. 우리는 아침 대신 남은 맥주와 안주들을 축내기로 결정.
이렇게 지화자하는 뭐 그런 생소한 비박 스토리를 완성한다^^
그 뒤로?
온천장까지 다시 버스를 타고 가서는 영도의 핫하다는 커피숍에 다같이 가서 커피까지 마시고...
뭐 어때? 비박은 이래야 한다고 누가 정해놓은 것도 아니니 뭐.
요즘도 가끔 비박 가자는 친구와 그의 여자친구. 대답은 늘 같지만,
"어, 그럴까?"
구체적인 계획으로 진행하지는 않고 말이다. ㅋㅋㅋ
누나는 갑자기 잡힌 나의 해외 장기출장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가, 올해 2월 본격적으로 트래킹 비박을 한 차례 더 하게 된다. 그것도 이번 겨울 내내 가장 추웠던 날에 말이다.
지금도 한 번씩 전화해서는 빨리 겨울이 왔으면 좋겠단다. 내가 겨울이 아니면 안간다고 뻥을 쳤거든...
그나저나 점점 겨울이 다가오는구나...
여기서, 중요한 교훈!!
함부로 비박을 권하지 말자, 내가 피곤해 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