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운 Aug 20. 2018

발리-대만 대가족 여행 01> 대가족의 항공권 잡기

몇 해 전, 아버지 칠순 잔치를 할 때는 돈만 있으면 그렇게 일이 힘들지도 복잡하지도 않음을 경험했다.
친지 어른들, 부모님 친한 지인분들 모시고 식사 대접하는 거 였지만, 바쁜 생활인들을 위해서 예전처럼 아들 딸네들이 음식하고 잔치 준비하는 그런 거 없더라. 뷔페룸에 이벤트 진행하는 사회자가 모든 걸 다 알아서 하는...
남들 다 하는 그런 잔치라도 없으면 참 섭섭한 법이라, 올해 어머니 칠순도 비슷하게 구상하고 있었다.
마음이야...

그런데, 어머니께서 별안간 잔치 말고, 그냥 가족 모두 해외여행이나 가자는 제안을...

그러고보니, 주위에서 가끔 부모님 모시고 해외 나들이 다녀왔다는 얘기도 들리긴 하던데... 전혀 그런 걸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명색이 여행사를 한다는 아들이 참...

물색하고 말고도 없이, 거의 만장일치로 정해진 장소는 발리!!


 





여행기간 : 2018.1.4~1.13
작성일 : 2018.8.5
동행 : 대가족 3대, 11명
여행컨셉 : 가족 여행







한 번쯤 누구나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고, 유럽이나 미대륙에 비하면야 가까운 편이기도 하지만,
실제 발리를 여행지로 선택하는 게 참 쉽지는 않다.
 
일단, 비행시간이 길다. 나야 십 수시간을 비행기에 갇혀 본 적도 있지만, 허리가 틀리는 건 사실. 발리까지 직항은 7시간 정도 예상해야 하니...

그러다보니, 당연히 항공권도 동남아 다른 곳들에 비하면 다소 높은 편이다.
항공권은 6개월 전이나 닥쳐서 구매할 때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확률이 높은데, 이것도 11명 정도의 구성이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마음 같아서는 비지니스석 A클래스로 끊어서 부모님 모시고 싶지만... 쩝...
이번 여행을 위해 어머니께서 거금을 쾌척하셨지만, 자식된 도리로 차마 그 돈을 홀라당 쓰자 하기가 참...



11명이, 방학에, 도대체 어떡해야 발리에 갈 수 있나?



부산에서 배타고 후쿠오카로, 다시 후쿠오카에서 발리까지 항공을 이용하는 방법


원래는 작년 여름 휴가나 긴 휴가를 맞춰보고 가기로 했는데 (이상하게 작년은 긴 연휴가 많았다)...
방학이나 긴연휴에 항공 가격은 정말... 가격도 가격이지만, 작년 연휴나 방학에 이 나라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티켓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였다. 별도 한 두개면 어떻게 해 보겠는데, 11개 정도 따려니...
항공 물량이 동이 났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싶은 상황...

예산부터 정했다. 항공은 50만원 선이 가능한 방법과 날짜로!
항공권 포함 성인 인당 100만원, 애들은 그 보다 적은 수준으로 확 정해버리고 계획을 잡아 본다. 이걸 어쩔 수 없이 오버해야 하면, 그땐 어머니가 쾌척하신 돈으로다가...

부산에서 발리로의 직항은 없다. 서울에서 타야하는데... 비용이 추가된다.
부산에서 홍콩, 상해 등을 거쳐서 가는 방법이 대중적이다. 가격도 경유라서 약간 더 싸지만 많은 식구들이 시간을 맞출 수 있는 연휴에는 모두 넘사벽...

부산에 사는 잇점을 이용하는 획기적인 방법도 생각해 냈다. 우리야 연휴지만 일본은 아닌 날을 잡아서 부산에서 배를 타고 후쿠오카로 간다. 후쿠오카는 항구와 공항이 가까운 편. 밤에 출발해서 1박을 하는 대형 선박 경험도 나쁘지 않고, 후쿠오카발 발리 항공편 가격도 뭐 그닥...
내가 생각해도 기발한 방법처럼 보였다.^^
근데, 나 말고도 이런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았던 건지... 그렇게 시간 조율하고 항공편 알아보던 며칠 사이 가격이 폭등해 버렸다는...
사실 이 방법이 관철 가능했다해도...
우리가족들은 후쿠오카행 배편을 한 번 이용해 본 적이 있지만, 평소에도 멀미가 심한 어머니를 모시고 밤새 배를 탄다는 게... 그리고 후쿠오카에서 바로 연결이 되지 않아서 다시 하루를 후쿠오카에서 보내야 할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 항공편 아끼려다 호텔비가 더 나올 수도 있는 방법이긴 했다.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을 경유해서 발리로 가는 방법


가격이... 그 보다 표가...
이미 이 정도의 예사스런 방법들은 발 빠른 이들이 모두 점거^^
상하이로 가면 어련히 상하이 동생들이 알아서들 해 줄꺼니까 훨씬 편할테지만 항공 티켓이 아예 없다. 심지어 두 세 대의 비행기에 나눠가서는 발리에서 도킹하는 방법도 고려해 봤지만, 다들 싫단다.
그래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된다는...

 



대만을 경유해서 발리로 가는 방법


우연히 찾아봤더니 대만 국적의 중화항공(에어차이나가 아니라 차이나에어)을 통해서 스탑오버로 발리를 가는 방법이 있었다.
가격도 성인이 50만원 중반대. 더구나 11명 한방에 다 받아준단다^^
배를 이용해서 초반부터 식구들 녹초 만들 일도 없고, 만만하진 않겠지만, 일본만큼 물가가 비싸지도 않을 대만에서 하루 자고 발리로 가는 건 어때?
아, 자유여행을 준비할 때, 제일 힘든 게 뭐냐하면... 동행인들이 이런 순간,
"알아서 해~"
라고 할 때가 아닐까?

넘은 지금 임파서블에 가까운 미션 수행중인데, 다 필요없다. 언제 가는지 그래서 각자 얼마를 내면 되는지만 관심이 있다는...

여튼 그렇게해서 1년 전 어머니의 제안으로 시작된 가족여행은, 4계절 다 놓치고 결국 해가 바껴서 올해 1월초로 항공권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1/4. 11:20 부산 출발 > 13:05 타이페이 도착
1/5. 09:10 타이페이 출발 > 14:40 발리 도착

1/12. 15:45 발리 출발 > 21:00 타이페이 도착
1/13. 07:15 타이페이 출발 > 10:20 부산 도착


이왕 타이페이에서 하루를 지내야 할 바엔 아예 2박을 하기로 결정한다.
대만도 모두 처음이라는데, 공항이 타이페이 시내와 다소 멀어서 하루만에 구경할 수도 없을테고, 그냥 공항 인근 호텔에서 잠만 자고 떠나기는 아까우니까...
발권한 곳에 전화를 해서 대만에서 하루 더 스탑오버해 달라고 요청까지 완료.
돌아오는 날 밤에 대만에 도착해서 다음날 일찍 나가야 하는게 나이드신 분들한테는 좀 무리긴 하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책. 이런 루트를 잡아낸 것에 스스로는 만족한다^^



실수였다.

첫번째 실수는 준비과정에 아무도 동참하지 않는 게 제일 힘들지 막상 떠나면 발리에 계신 행님이 어련히 다 알아서 해 주실 거라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생각했던 게 실수.

두번째 실수는...
세상에 꿈에도 생각 못한...
인터넷으로 항공 예약을 하면서 모두의 여권 영문 성명을 내가 타이핑했었다. 근데 아버지와 내 성이 다를 줄이야... 이건 뭐 무슨 막장 드라마 소재도 아니고...
이번 여행에서 나와 성이 같은 사람만 여동생까지 총 다섯명. 당연히 내 영문 스펠링을 복사해서 넣었는데, 아버지만 다르게 되어 있었다는...

이걸 언제 알았냐하면, 김해 공항에서 발권하면서 알게 된다. 이제 1시간 반만 지나면 출발하는 항공편 티켓 카운터에서 말이다. ㅜㅜ


인터넷으로 예매한 발권처에 전화를 넣었다.
자동응답...
계속 자동응답... 시간은 자꾸 가고 이제 보딩타임까지 불과 15분이 남은 상황.
어렵게 통화된 직원은 불가하다는 말만...

저기... 정 안되면 한분은 빼고 발권을 해 드릴까요?


중화항공 카운터의 직원도 안타깝지만 예약자명과 여권상의 성이 달라서 발권은 안된단다. 사무실에도 전화를 해보지만 돌아오는 답은 같다. 여기서 민증까고 우리 아버지라고 얘길해봐야...
그때, 약간 더 나이가 있어 뵈는 직원이 다가왔다.


11명 모두 비행기를 타려면, 한 분 꺼만 새로 현매를 하는 방법 뿐입니다.


식구들 모두 어떻게든 해결되리라는 표정들이다. 사태가 정확하게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지 아는 사람도 나 뿐이다. 아침에 공항까지 태워다 준 'J'에겐 계속 발권처에 전화를 해 보라고 하고
티켓 박스로 향한다.

대한항공 발권처에서 중화항공 티켓 구매를 대행하고 있었다.
총 네번의 플라이트 비용을 현장구매하면 비용이 200만원 남짓이란다... 음...
살짝 고민이 안된 건 아니다. 준비과정 내내 이렇게 긴 일정으로 일을 팽개칠 수 없으니, 빼고 가라고 노래를 하신 아버지... 겨우겨우 설득해서 모시고 온 거니... 전후사정 말씀을 드리고...

안된다. 가족 모두 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때 티켓박스 직원분이 열심히 뭔가를 두드리더니...


우선 타이페이까지만 발권을 하시구요. 거기서 나머지 세 번의 플라이트 구매를 저렴하게 할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시는 건 어때요?


물론 부산에서 대만까지의 티켓 한장 가격이 다른 식구들 네 번의 플라이트 비용과 맞먹는다.
그래도 울면서도 겨자를 입에 넣어야 할 상황인 거지. 그렇다고 완전히 안심은 아니고... 잘하면 아버지는 본의아니게 혼자서 오랫동안 대만 관광만 하셔야 하거나, 부득이 내가 남아야 할 상황도 고려해야만...

일단, 그 다음은 그때 생각하자, 뭔 수가 생기겠지? 정안되면 돈 다 주고 발리행 발권하면 되고...

 

그래서 어렵사리... 거의 보딩타임이 끝나갈 때쯤 어떻게 탑승까지는 성공했다.
ㅎㅎㅎ
이건 시작부터... 언제 한 번 여행 중에 우여곡절 없었던 적이 있었냐만은 이번은 대가족이다. 그것도 칠순잔치를 대신하는... 좀 그냥 넘어가나 싶었는데... 시작부터 액땜 세게 한 판 한다.^^

 

빌어먹을, 중화항공은 너무 좋다... 놓칠뻔한 비행기라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
좌석도 널찍하고 기내식도 이 정도면 진수성찬.
게다가 직원들이 정말 친절하다. 11명 중에서 애들만 5명인데, 모두에게 트럼프 카드 한 세트씩 나눠준다.
뒷면에는 전부 밝게 웃고 있는 스튜어디스 사진이 붙어있는...(지금도 가끔 애들이랑 이때 기내에서 가르쳐 준 원카드 게임을 한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이 모든 상황을 나와 둘만 공유해던 'J'가 우리가 타이페이에 머무는 동안 50만원대로 아버지의 나머지 항공권을 모두 끊어 놓았다는 거~ 휴...

왜 그랬을까? 이렇게 대가족이 움직이는 여행을 왜 자유여행으로 잡았을까?
왜 그랬을까? 이렇게 다사다난할 게 뻔한 이번 여행을 왜 열흘씩이나 잡았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낙동강 따라, 드론 촬영기 2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