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6.8
여행기간 : 2014.6.7-6.8
작성일 : 2016.10.31
동행 : 같이 살아 주는 분과 그녀의 아들들
여행컨셉 : 드라이브
아침에 눈 뜨자마자 어느때보다 열심히 챙겨서 밖으로 나가려는 꼬맹이들.
엄마의 성화는 아랑곳하지 않고 위험하고 무모한 짓들로만 하루를 채우려고 작심을 했나보다.
숙소가 언덕 위에 있고, 길을 따라내려가면 엑스포가 열리는 곳으로 연결이 되긴 했지만, 어제 숲길을 따라 재밌는 어트랙션들이 있음을 확인했기때문에 우리는 숲으로 내려가서 해안을 따라 가기로 했다.
사진으로보니 아주 위험해 보이지만,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아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즐기면서 포구까지 내려올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었다.
그래도 그냥 애들 따라다니는 것만으로도 벅찬 마눌님.
가파른 언덕 사면을 따라 정말 길게 뻗은 미끄럼틀. 한 번 더 타려면 거의 등산을 해야하는데도 지칠 줄도 모르고 즐겼다. 어른이 탄다고 뭐라고 할 사람도 없는 듯해서 타보니... 재밌긴 한데, 엉덩이가 좀 아팠다.
포구쪽에 거의 다달으면 자연사박물관이 있고, 그 앞마당에도 저렇게 초식공룡 하나가 애들에게 머리를 내 주러 기다리고 있다. 왜 아이들은 저런 걸 보면 꼭 올라가야만 할까?
실은 나도 올라가보고 싶긴 했지만, 주위에 보는 눈들이 많아서... 패스
포구 앞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충무공을 기리는 탑이 있고, 왼쪽으로는 군함이 보인다.
군함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그쪽으로 가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딱히 대단한 게 있지는 않지만, 저렇게 큰 배에 올라가 보는 것만으로 좋을 나이니까.
그런데 나중에 물어보니 전혀 아니랬다. 애들은 이구동성으로 배는 무조건 무서운 거라서 타기 싫다는 게 아닌가.
세월호는 전국민에게 트라우마를 남겼고, 이건 아이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아이들이 이 배를 탄 건, 가만히 서있고 출항하지 않는 배라는 걸 알아서였단다.
잠시 후 진짜 배를 탈 때, 처음에는 울상이 되어서 싫다고 했다. 정말 몰랐다.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상처도 확인하게 될 줄은.
배에서 내려 자기들이 탔던 군함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저 길을 따라 왼쪽으로 조금만 가면 고성을 공룡나라로 만들어 버린 그 공룡발자국을 만날 수 있다. 비와 바람의 풍화작용도 차단하는 구조물을 씌워 놓고, 은은한 조명빛을 받도록 해 두었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겼지만, 공룡은 죽어 발자국을 남기더라는...^^
워낙 은은한 불빛인데다가 많은 아이들이 있어서 사진이 제대로 찍힌 게 없기도 하고, 어느 게 발자국이고 어떤 게 그냥 바위에 난 상처인지 구분할 재간이 없어서 사진은 패스.
애들도 처음엔 실제 공룡이 낸 발자국을 신기해 했으나... 이내 시들해졌다.
그 발자국 외의 모든 공룡들은 다 만들어진 것이지만, 만들어진 다른 모든 것들보다 "실존하는 날것"이 더 실재같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길을 따라 포구를 거닐다가 애들이 발견한 게 바위에 껍질만 남아 있는 굴 밭.
그 사이사이로 작은 게들이 왔다갔다 하면서 아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결국 형아와 동생이 나란히 한 마리씩들 잡았다.
자꾸 꼬물거리는 걸 계속 들고 다니기 힘들어서 바닷가에 다시 풀어 줄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공룡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프테라노돈을 토피어리로 만든 장식 아래에서 사이좋게 아이스크림 나눠먹는 형재애. 뭐 먹는 거 갖고 싸울 때가 더 많지만.
우리는 엑스포가 열리는 곳 바로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어제 한 번씩 다 둘러본 곳이고 인파 속을 비집고 돌아다니는 것 대신 다른 걸 해보로 했다.
마침 요트를 탈 수 있는 곳이 있어서 바로 티케팅하고 승선.
우리가 탄 "질풍"이라는 경량급 요트.
세일링을 하며 바다를 가르는 로망이 없는 남자가 있을까?
요트 치고는 좀 작은 규모이긴 했지만 그렇게 비싸지 않은 요금에 제법 오랬동안 바다를 누볐다. 당항포는 거의 석호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라서 파도나 너울도 거의 없었다.
바람마저 없어서 돛을 펼치지는 못하고, 요트에 달린 정박용 작은 모터가 배를 아주 천천히 움직여 주었다.
정말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요트 위에서 아이들은 신기한 듯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작아도 있을 건 다 있었다. 선실에는 침대도 있었다.
이 요트의 경우, 중고로 오사카에서 약 2천만원 정도에 구매해서 가져왔다고 했다. 이것저것 묻는 대로 귀찮아 하지 않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 잘생긴 총각 선장은 아이들하고도 잘 놀아주었고 재미난 친구라 좋았다. 특히 우리 마눌님이 좋아했던 것 같다는...
총각 선장은 블루투스 스피커에 자신의 폰을 연결해서 분위기 있는 최신 발라드를 틀어주기도 했고, 아이들이 키를 잡고 배를 조종 할 기회도 주었다.
사진도 찍어주고.
선글래스도 빌려주고^^
고성 공룡엑스포에 가는 사람 있다면 적극 강추!!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모르겠지만, 배멀미 걱정도 별로 없고, 익사이팅한 경험은 아니지만 한 시간 정도 물 위에서 힐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경험인 건 분명하다.
우리 가족에게는 행운이기도 했고.
이날 이후, 어떻게하면 2,000만원을 벌어서 요트 하나 살까 고민하는 남편과 한심한 듯 쳐다보는 아내가 탄생했지만서도.
정말 진지하게 찾아보기도 했다. 중고로 사더라도 우리에게 만만하진 않지만, 정박해 두는 계류비가 또 무시못하겠더라구. 역시 요트는 돈 많은 귀족들의 레져인건가...
그냥 바다수영이나 열심히 하련다. ㅜㅜ
1박의 짧은 일정으로 공룡을 만나러 가자고는 했지만, 신나하는 애들과 달리 엄마 아빠는 인파와 긴 줄에 시달릴 생각에 썩 즐겁게 출발하진 못했다. 하지만 막상 엑스포장에 오니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애들도 처음엔 거대한 실물 크기의 공룡들에 눈이 팔렸지만, 이내 놀이터나 바다 게 같은 것들을 더 찾았다. 그리고 자칫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요트같은 정적인 체험도 싫어하지 않고.
첫째 녀석은 이제 공룡의 세계에서 살짝 나오려는 중인 것 같고, 둘째는 아직 한창 공룡들 속에서 살고 있다. 더 커서 공룡이 인생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되기 전에 얘들을 데리고 다시 한 번 가 볼 수 있을까? 아니 그렇게 훌쩍 커 버리고 나면 당항포해전이나 해산물, 요트를 만나고 살짝 공룡 맛을 보고 가도 되겠지.
'공룡나라' 고성이 아니라 '충무공' 고성으로 돌아가는 것이 조금 아쉬울 것 같기도 하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아빠가 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