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8.19
여행기간 : 2014.8.19 - 8.20
작성일 : 2016.11.15
동행 : 같이 살아 주는 분과 그녀의 아들들
여행컨셉 : 드라이브
파라다이스 도고 "카라반"
우리도 이제 나이가 든 건지...
여행 일정 중에서 숙소를 찾으면서,
온천 어때?
하는 말에 "거~ 좋지" 바로 이랬다.
그렇게 해서 잡은 숙소가 '파라다이스 도고'.
그것도 그냥 객실을 잡은 게 아니라 카라반 침대 차량.
비박(Bivouac)을 좋아하는 남편과 편안함을 추구하겠다는 아내의 절충안이랄까^^
메인 빌딩 앞에 주차를 하고나면 캠핑 사이트로 이동하기 좋게 수레가 놓여있다. 캠핑사이트 운영을 위한 리셉션에서 간단하게 예약자 확인을 마치고 수레에 캠핑 용품들을 옮기고 저 문을 통해 들어가면 된다.
원래 등에 지고 다닐 정도 만큼만 캠핑용품을 들고 다니는데, 이번엔 텐트가 필요없으니, 짐은 거의 물놀이 용품(수영복, 수경, 구명조끼)이 전부라고 봐야한다. 갈아입을 옷가지 좀 하고.
남들은 트렁크에서 갖가지 장비들을 쏟아내는데 우린 수레가 없었다면 그냥 네 명이서 들고 옮겨도 될 정도로 빈약했다.
캠핑 사이트에는 카라반 말고도 글램핑 텐트도 놓여 있었는데, 그닥 부럽진 않았다. 세상에 카라반 안에는 에어컨에 온수까지 제공된다니...
집에도 없는 침대가 세 개씩이나...
차안에 세간 살림을 넣어놓은 게 마냥 신기한 듯 침대를 보자마자 벌러덩 누워버리는 큰 놈.
"나오이라~. 그건 엄마, 아빠 끼다"
카라반 끝부분에 짧게 만들어 둔 이층침대의 커튼을 걷어내고서는 좋아서 바로 한 자리씩 차지해 버린다.
비록 카라반의 신비로운 세계에 잠시 현혹되었지만, 우리가 여기 온 목적은 온천 아니겠나?
바로 전투복(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는 것.
근방의 예술 대학에서 카라반마다 특색있는 그림을 그려놓았고, 우리 카라반을 찾기가 더 쉬웠다. 카라반에서 나오면 바로 나무 데크와 식탁용 테이블까지 있고, 한 쪽에는 그릴도 준비되어 있다. 사이트의 대부분은 잔디밭이고 애들이 공놀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즉, 맞은편 카라반과의 거리가 사생활이 충분히 보장되는 거리였다.
온천이지만 워터파크같은 시설이 있었다. 우리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물 속에서 보냈다. 우리 가족들은 모두 물 만난 고등어처럼...
정말로 우리 가족들은 물을 좋아한다. 애들 엄마는 발이 닿지 않으면 무서워하지만 꼬맹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어른들 수영장에서 놀다보니 발이 닿으면 재미없어 한다.
허기져서 더 이상 놀 수 없을 때까지 뽕을 뽑고서야 다 늦은 저녁을 준비했다.
소금과 마늘 투여는 꼬맹이 요리사들이 시연해 주시고.
준비해 간 삼겹살과 소세지를 그릴에 올리고 운영본부에서 마련해 준 나무에 불을 지피고 뚜껑을 덮었다.
백패킹에서는 전혀 누릴 수 없는 재미랄까. 삼겹살은 저렇게 군불을 밀폐시켜서 구워야 진짜 맛있는데, 배낭에 그릴을 넣어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라, 늘 아쉬운 부분이었는데.
여기서라도 제대로 된 그릴드 포그 맛을 만끽하리라, 한 번 닫은 뚜껑은 절대 열지 못하도록 엄중 단속을 했다.
그 사이 엄마는 야채를 씻어 준비한다. 그러네. 카라반에서는 싱크대도 있었다. 산에서는 계곡물에 씻거나 워터팩에 담아온 물에 씻기도 하지만, 대부분 씻지도 않고 그냥 먹었는데^^
그렇게 허기져서 쓰러지기 일보직전에야 우리의 근사한 바베큐 파티는 시작되었다....가 이내 끝났다. 게눈보다 빨리 감춘 우리의 고기들^^
이미 완전하게 어둠이 내리고 밥도 먹고... 애들 데리고 대작을 할 수도 없고...
할 게 없었다.
그런데 맞은편 카라반에선 모닥불을 피워놓았고, 꼬맹이들은 불꽃을 들고 있었다. 역시 해 본 사람이 갑이구나. 우린 오로지 아빠의 비박 캠핑 장비(무조건 최소화, 경량화)만 준비해왔는데, 그들은 밤 늦도록 놀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 준비도 착실하게 해 왔더라.
처량한 우리 아이들. 부럽지만 그렇다고 더 가까이 가기에는 자존심이 허락치 않는... 딱 저 정도 거리에서 애꿎은 엉덩이만 벅벅 댄다.
내친 김에 애들을 데리고 여기 저기 돌아다녔다. 너무 어두워서 사진을 찍을 순 없었지만, 모든 캠핑 사이트에서는 모닥불은 기본이고 불꽃을 하늘로 쏘아대고들 있었다. 뭔가 유행이구나 하는 느낌.
우리 애들은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카라반에서의 하룻밤을 그렇게 부러운 동경으로 보내야 했고 아빠는 연신
저거 별로 재미없어. 괜찮아.
하면서 괜찮지 않은 맘을 달래야 했다.
다시 우리 카라반에 돌아오니 어디서 청개구리 한 마리가 나타나서 우리 카라반에 붙어 있었다.
둘째 녀석이 바로 잡아서 손에 올려놓긴 했지만, 자기 손가락만한 녀석이 혹여 잘못 될까봐 꽉 잡지도 못하고 그 맑은 눈동자와 눈싸움 좀 하더니 다시 풀 숲으로 보내주었다.
사실 청개구리는 우리 집 앞에도 널렸다. 오히려 내가 어릴때는 무당개구리만 보였지만, 지금은 참개구리나 청개구리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양산이 갑자기 아파트 촌이 되어 버렸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체가 거진 논이었고, 양산천이 지척이니 그런가 보다.
고맙게도 우리 애들은 인위적인 놀이감에 늘 시선을 빼앗기다가도 풀, 돌, 나무, 이런 개구리나 장지뱀도 자부 만나고 반가워하고 낯설어하지 않는다.
근데 어느날인가, 둘째 놈이 도마뱀 꼬리를 4갠가 5갠가를 들고 들어온 적이 있었다. 딴에는 책에서 본 것처럼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놈들이 재밌었을 게다. 그러지 말라고 타이르는 아빠한테 그래도 죽이거나 하지 않았다고 항변을 했다.
그 놈들이 다시 그걸 자라게 하기위해서 많은 먹이도 먹어야 하고, 진짜 위험해졌을 때 더이상 자를 꼬리가 남아 있지 않아서 죽을 수도 있다는 얘기에 울먹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둘째가 도마뱀 꼬리를 마구 잡지는 않았던 것 같다. 놀이터 모래밭에 놀다가 그렇게 많은 도마뱀을 만날 정도로 우리 동네는 아직 애들이 밖에만 나가면 실컷 만날 수 있는 자연이 있어서 다행이다.
그래, 니들은 대자연이 놀이감이잖아. 괜찮아.
그리고 유행도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