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8.20
여행기간 : 2014.8.19 - 8.20
작성일 : 2016.11.15
동행 : 같이 살아 주는 분과 그녀의 아들들
여행컨셉 : 드라이브
"왜 하루만 자?"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서 카라반과 작별을 고하고 "메인 이벤트", 원래의 목적지인 "국립생태원"으로 출발.
한적한 시골을 달리다가 정문 주차장에 주차하고 티케팅을 하면, 넓은 길만 있고 아무것도 없다. 일종의 셔틀인 오픈카(?)를 타고 제법 올라가야 한다. 우리는 천천히 구경도 하면서 걸어갈까 생각도 했는데, 셔틀이 자주 와서 그냥 그걸 이용하기로 했다.
걸어가면서 나타나는 다양한 식물군들을 찬찬히 보면서 올라가는 것도 추천할 만 하다. 근데 아이들이 이 오픈카를 타면 즐거워한다는 거...
방문자센터가 나타나면 본격적으로 국립생태원이 시작된다.
우리는 하다람광장에서 내렸다. 내리자마자 놀이터가 있어서 잠시 애들이 현혹되기도 했다.
사전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로 갔던 터라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전체 생태원은 구역별로 다양한 체험과 관찰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우리는 중심부에 있는 에코리움부터 일단 들어갔다.
로비 천정에는 각양각색의 동물모형이 걸려있다. 나무로 만든 건데, 크기도 아주 크고 만듦새도 뛰어 났다.
에코리움_열대관
도착해 보니, 시간대 별로 전문 해설사분들이 안내를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마침 도착과 동시에 프로그램 신청이 가능해서 미처 적응도 하기 전인데 목에 패찰을 걸고는 다른 가족들 틈에 섞여서 안내를 받으면서 다녔다.
큰 수족관에는 외국의 어느 강 환경을 그대로 재현해 두었다고 한다. 진지하게 각 생물들의 습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여러 꼬맹이들.
아기자기한 전시관들의 지붕은 저렇게 투명한 유리로 덮여서 햇살이 그대로 들어오게 해 두었다. 머리 위로는 살아있는 반얀트리 나무의 줄기가 길게 늘어진 구역을 지나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여느 식물과 달리 줄기가 땅으로 뻗어서 그대로 뿌리를 내리는 신기한 나무. 어른들 키에는 더러 머리나 얼굴이 닿기도 했지만, 애들이 손을 뻗어도 잘 닿지 않는 정도로만 줄기가 내려와 있었다. 실은 내려와도 애들이 만지고 따고 해서 더 못내려오는 건지도^^
새 순의 색감이 참 이뻤다.
에코리움_사막관
전문가 분의 상세한 눈높이 설명과 함께 에코리움 곳곳을 누볐다.
지구상의 각 기후별로 전시관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여기는 사막관.
그래서 덮다.^^ 대신 건조해서 그렇게 싫지는 않았지만, 애들은 건조하고 삭막한 곳에서 아빠처럼 큰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던 같다.
그나마 사막관 끝자락에 애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귀여운 동물들이 있었다.
프레디독.
프레디독은 어제도 아산생태곤충관에서 만났던 아이지만, 애들한테는 귀여움을 독차지 했다.
덕분에 대열에서 뒤쳐지고 말았고, 이제부턴 설명 없이 우리끼리 다녀야 했다.
뭐, 그것도 나쁘진 않았지만^^
온대관
온대관은 우리나라의 산천을 묘사했다고 한다.
낯익지만 눈여겨 보지 않았던, 아니면 이제는 멸종 위험에 처한 동식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돌로 착각할 수도 있는 자라.
자라가 사는 곳에는 작은 송사리들이 같이 있었다. 자라 왼쪽 앞다리 밑에 고놈들이 보인다.
온대관은 우리의 산림 지형처럼 낮은 곳, 높은 곳을 구분해서 계단으로 오르내리면서 둘러보게 해 두었다.
우리는 다 계단을 올랐는데, 아직 자라와 숨바꼭질 중인 둘째.
제주의 곶자왈을 재현했다고 하는데, 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웠다.
온대관은 전시실 중간에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동선을 안내하고 있는데, 꼭 나가봐야 한다.
바깥에는 두 종의 동물이 기다리고 있다.
하나는 독수리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이놈.
수달이다.
고마운 건, 야외에는 마치 어느 계곡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다는 것.
물도 흐르고 바위 덩이들도 있고, 나무나 풀도 울창하다. 그 어디쯤을 커다란 종지를 뒤집어 엎은 것처럼 해 둔 곳에는 독수리들이 살고 있다.
덩치 큰 독수리한테야 역부족이겠지만, 그래도 나름 넓은 구조물이라서 다른 맹금류 전시 동물원처럼 아둥바둥 지내 필요는 없어 보였다. 창공을 날지는 못하지만 날개를 쫙 펴서 이쪽에서 저쪽으로 시원스레 이동하는 모습은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아... 수달.
수달이 좋아하는 식생환경을 배치하고 넓은 활동 영역을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그 속에는 숲도 있고, 물도 있고, 바위들도 있었다. 마치 수달 식구가 사는 동네에 우리가 놀러간 느낌.
수달이 어느 바위에나 숲에 숨어 있으면 우리는 볼 수 없다. 생김처럼 수달이 장난끼가 많고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서 오히려 우리가 가면 피하거나 하지 않고 같이 놀려고 하는 듯 이리저리 우리를 구경했다. 물이 고인 제법 큰 못 가운데를 가로질러 투명한 벽을 세우로 수달이 물속에서 헤엄치는 모습도 볼 수 있도록 한 것도 좋았다.
고성에서 만났던 독수리나 상주 경천대에서 만났던 수달만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나마 여기있는 이 녀석들은 좁아터진 곳에서 매일매일 밀려드는 사람들의 시선에 스트레스 받아하는 다른 곳들의 놈들보다는 나아 보였다.
국립생태원이 연구와 전시, 교육을 목표로 하는 곳이기에 좀더 습생 환경을 고려한 설계를 하지 않았을까.
어쩔 수 없이 동물원을 찾지만 늘 그곳에서 느끼던 자괴감이 그나마 여기서는 덜했다. 아이들에게도 생명들이 원래 살고 있는 환경을 같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고.
이 외에도 "극지관"이 있다. 여름인데도 시원하다 못해 약간 서늘했다.
살아있는 펭귄들을 볼 수 있고 개마고원이나 타이가의 산림에 대한 이해를 돕는 전시물들이 있었다.
중간에 "4D관"도 있는데 인원이 많이 들어갈 수 없어서 약간 기다렸다가 봤던 것 같다.
모든 전시실을 다 돌고 나오면 가족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벽이 있다.
참 괜찮은 아이디어인 게, 그렇게 찍힌 사진들이 생태원에 전시된 동물들과 함께 거대한 물고기가 되어 바다를 헤엄친다. 나와 생명이 하나의 생태계 속에 있다는 걸 은유적으로 깨치도록 한 것 같다. 사진의 크기나 배치가 계속 변해서 잠시 후 다시 찾아보는 재미도 있고.
주마간산이긴 했지만, 그렇게 에코리움을 쭉 훑어보고는 2층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요기도 간단하게 했다. 아직 운영초라 그런지 메뉴가 다양하지도 않았고, 식재료 준비도 원활하지 못한지 되는 메뉴보다 안되는 메뉴가 더 많긴 했지만.
그리고 애들과 약속한 대로 놀이터로 향했다.
놀이터로 가는 길은 연못 사이에 흙으로 길을 낸 곳이다. 연못의 규모가 방대한데, 다 둘러보지는 못하고 가는 길목을 조금 돌아서 이곳저곳 살폈다. 세심하게 물풀들의 이름들이 붙어 있어 좋았다.
짜짠~. 드디어 하다람 놀이터.
아이들에게 제일 인기 좋았던 짚라인(?).
도대체 몇 번을 탄던가...
미끄럼틀도 아기자기하게 만들어 놓았다.
속상할 정도로 아쉬웠지만, 또 먼길을 가야한다는 강박증에 5시 정도에 움직였다.
아까처럼 오픈카 셔틀을 타고 정문 입구로...
마지막으로 정문에 있는 새싹 모양의 상징 탑 앞에서 한 컷.
네 식구의 얼굴에 아쉬움이 막 묻어난다.
개관에 맞춰 보도된 신문에서는 식생대별로 식목이 되어 있는 식물 군락지부터 연구부지 등 오늘 우리가 봤던 것들보다 훨씬 더 많은 곳들이 소개되어 있었지만, 한나절 정도로 그 모든 곳들을 둘러 볼 재간은 없었다.
우리는 여름 말고 다른 계절에도 한 번 더 와보기로 했지만, 부산에서의 거리때문에 그 약속을 지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좀더 애들이 자라서 생태계에 대한 호기심이 더 왕성해지면 카라반이든 백패킹이든 묶어서 한 번 더 도전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