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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답사 5_신화의 마을 캠핑장과 와타즈미신사

2015.4.17~4.18

by 조운

여행기간 : 2015.4.17~4.19
작성일 : 2016.12.5
동행 : 절친과
여행컨셉 : 미니멀 오토 캠핑



와타즈미 신사


에보시다케에서 바라보는 전망에 취해 하마터면 해가 넘어가는 줄도 모를 뻔 했다. 급하게 다시 하산.
캠프장을 스쳐 지나 왔던 길을 잠시 되돌아 가서, 해안에 붙어 있는 와타즈미 신사에 차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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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최고 인기 명소답다. 시간을 가리지 않고 일정 규모의 사람들이 늘 저렇게 도리이를 찍거나 도리이를 배경으로 자신을 찍는다.


IMG_0727_wide1080mark.jpg?type=w773 도로에서 신사를 뒤로 하고 찍으면 도리이 3개가 보인다

와타즈미신사에는 본당 앞으로 총 다섯 개의 도리이가 일렬로 늘어서 있다.
그중 2개는 아예 바닷물에 잠겨있다. 바닷물까지 도리이를 심어둔 것은 이 신사에 기거하는 신이 용왕의 딸이기 때문이란다.
당연히 바다로 들락거리도록 해둔 것인 바, "토요타마히메노미코토"라는 여신은 일본 천황 신화(우리의 환웅 신화처럼)의 등장인물인데, 우리로 치면 웅녀쯤 되는 듯하다.
하늘의 총각 신이 바다의 공주를 보고 첫눈에 반해 낳은 아이와 공주의 이모 사이에 애가 생겼는데(그러니까 엄마의 여동생과 근친상간이긴 하나 신화에서 그런 것 쯤이야), 그 애가 1대 천황이 되었단다.
하고 많은 성스러운 곳을 제끼고 하필 작은 섬이 건국신화의 무대라는 게 별로 믿기지는 않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덕분에 여기 일대 자연공원의 이름도 "신화의 마을"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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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도리이를 지나면 신사마다 의례 있는 세신수가 있고, 그 뒤로 스모장이 있다. 매년 개최하는 스모경기에 대한 정보도 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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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도리이부터는 이런 금줄이 늘어져 있다. 여러 관문 중에서 여기서부터는 신성구역이라는 나름의 표시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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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도리이를 통과하고 뒤를 돌아보면 멀리 바다와 산에 신비감을 더하는 석양빛이 드리우고 있다. 오른쪽에 있는 연못물은 바닷물이다. 도로 아래로 구멍을 뚫어서 조수간만에 따라 물이 들락 거리면서 물이 찬 연못이 되었다가 땅이 드러났다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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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황혼의 이 시간에는 거의 물이 다 빠져 나가고 일부 고여있는 물만 있었다. 연못 뒤로 보이는 스모장 뒤켠에는 쪽배도 하나 있다. 바다로 볼일 보러 나가는 신이 타고 언제든 이 연못을 통해 출항할 수 있겠구나 싶게. 설화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세밀하게 구조화 해둔 배치가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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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 앞마당까지 와서 돌아보면서 찍었다. 석재 도리이 속에 또 도리이가 있다. 그렇게 바닷물까지 다섯 개의 도리이가 일렬로 쭉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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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 앞에는 신사의 유래에 대한 소개 게시판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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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쪽 본당 옆으로 난 길에 들어서서 찍은 사진이다.
좁고 길쭉하게 된 본당의 전실은 주로 제사를 지내거나 하는, 인간들을 위한 공간이다. 그 뒤로 맞배지붕형식의 후실은 전실보다 바닥이 조금 높고 신이 기거하는 금단의 공간이다. 두 공간은 신이 비를 맞지 않고 다닐 수 있도록 계단이 있는 회랑으로 연결되어 있다. 대부분의 신사 구조가 이러한 듯했다.

우리나라의 향교나 서원을 가 봐면, 삼문을 경계로 그 앞의 명륜당은 주로 후학들이 수련하거나 강학하는 공간이고 그 뒤로는 대스승(공자를 비롯)의 위폐가 모셔져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권능의 시각화는 현재 권력의 유지에 보탬이 되는 법이니까, 물리적 권력이든 정신적 권위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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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을 따라 길게 뿌리를 드리운 소나무가 있다. 신사의 주인공이 뱀으로 변했다는 설화를 뒷바침하듯 한 마리 뱀을 연상시킨다. 아니면 나무로 인해 그런 설화가 지어진 게 아닐까 하는 추리도 가능하지 않을까.

본당 뒤편으로도 길이 뻗어있다. 그 뒤로 쭉쭉 뻗은 침엽수들 사이로 들어가 보고 싶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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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황혼이 들어섰고 캠핑장에 텐트도 치지 않은 상태라 오늘은 석양의 빛깔을 간단하게 타임랩스로 담기로 한다. 그렇게 잠시 더 황혼을 즐기다가 이내 캠핑장으로 돌아갔다.



신화의 마을 캠핑장


대여용 텐트는 6인용으로 널찍했다. 비록 봄 이래도 조석으로는 꽤 쌀쌀했다. 빌린 침낭이 우모는 아니지만, 새벽의 살랑한 기온을 막고 편하게 자기에는 충분했다. 사이트마다 은은한 조명이 달린 테이블이 있고 각 테이블 옆에는 110V 콘센트 단자도 2구가 구비되어 있었다.
지난 번 가스를 못 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우드스토브를 하나 준비해 갔는데, 캠프장 주위에 떨어진 나뭇가지 중에서 빠싹 마른 놈들을 골라 밥도 지어먹고, 고기도 구워먹고, 심지어 커피도 내려 마셨다.
분쇄한 원두가루와 모카포트를 챙겨 갔는데, J가 가방에서 로스팅한 원두와 휴대용 핸드밀을 꺼냈다. 덕분에 천국의 맛을 음미할 수 있었다.
아는 사람만 안다. 야외에서 원두를 갈아서 먹는 이 맛...

워낙 유명한 캠프장이라서 우리 말고도 사이트마다 텐트들이 좀 있었다.
우리 옆에는 처이 2명, 맞은 편에는 홀로 캠핑 온 처이. 그리고 대각선 맞은편에는 우리와 같은 배를 타고와서 안면이 있는 청년 둘이 도착했다. 둘이서 로드바이크 자전거에 트레일러를 달고 배를 타기에 유심해 봐뒀는데, 캠프장 체크인 마감 시간인 6시까지 맞춘다고 죽을 힘을 다해서 왔단다.
나중에 실제 저전거 라이딩으로 오게 될 때를 대비해서, 관리사무소에 계신 분께 실제 여기에 6시까지 도착하려면 좀 빠듯하다고 더 늦게는 체크인 안되냐고 물었더니, 공식적으로는 18시까지지만 미리 연락을 주면 20시까지도 체크인은 가능하단다. 사람 좋게 생긴 아주머니가 관리를 하고 있었는데 니이에 사는 마을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관리를 하고 있어서 부르면 바로 달려올 수 있다고 한다.
캠프장의 운영 모델이 마을 기업인 건지, 시에서 운영하는데 마을사람들이 위탁 경영 또는 고용된 형태인지 궁금했다. 다만 일어 실력이 짧아서 궁금증 해소는 못했다는 ㅜㅜ.

우리는 말이 미니멀 캠핑이지, 모든 장비가 백패킹용이라서 형색이 좀 그랬다. 주위에서는 전부 모닥불을 피워 올렸고, 오다가 구입했다는 피데기(지나온 마을마다 반건조 오징어를 많이 내다 팔았다. 말리면서 몸통을 늘리려고 뱅글뱅글 돌리는 기계에 달아두는 게 재밌다. 하지만 경북사람들은 그렇게 부러 늘린 오징어를 하급으로 본다. 자연스럽게 도톰한 오징어가 더 씹는 맛이 있는 건 맞다)나 옥수수도 구워먹고 하는데, 우린 오로지 밥과 맥주^^

옆에 두 명이서 온 처자들이 우리가 딱했는지 오징어를 좀 나눠줘서 체면차리지 않고 얻어 먹었다. 나중에는 나무를 계속 주으러 다니니까 조개탄도 나눠주고... 처자들에게 얻어 먹는 불쌍한 중년 아재들이라니...쩝...


DSC07988_wide1080mark.jpg?type=w773 사이트 하나를 빌려서 여러개의 텐트도 칠 수 있다

아침이 되었다. 밤늦도록 노닐 던, 최다 인원(4명)의 팀만 한 밤중이고, 다들 부산스레 짐을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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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 편 홀로캠핑족 처자는 헬리녹스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나중에 귀국하는 배에 같이 올랐는데, 샌들과 반바지 차림에 자기 덩치만한 커버를 씌운 배낭을 매고 한 포스 하고 서 있던 기억이 난다.
진정한 뚜벅이 백패커. 그렇다고 장비를 단촐하게 준비하진 않아서 괜찮을까 싶었는데, 현존하는 가장 가벼운 장비들(그래서 고가다)로만 세팅을 해서 다니고 있었다. 여성 혼자, 멋졌다.

DAC는 텐트 폴대만 전문으로 만드는 우리나라 강소기업이다. 전세계에서 명성이 높고 점유율도 장난이 아니라 들었다. 알루미늄 폴대 가공 하나로 세계를 평정. 거기서 야심차게 내놓은 아웃도어 의자가 헬리녹스라는 제품이다. 비싸서 엄두를 못내지만 요즘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 절정이다.
얼마전 신문에서 읽은 DAC(동아 알루미늄) 대표의 창업기에는 알루미늄을 다루던 작은 기업체 사장시절, 남들이 쉽게 따라오기 힘든 분야를 찾다가 오로지 텐트 폴대만 생산해 보자고 시작했단다. 후발주자들이 넘볼 수 없을 정도의 과감한 기술투자(이 업계에서는 세계 최초로 대규모 강풍 실험 연구동도 지었단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리라.
자신을 믿는 것...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 만큼 많은 지식과 사색의 결과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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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 입구는 저런 구조물이 있어서 도로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침 밥을 짓기 전에 간단하게 전체 캠프장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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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단막이 있는 진입로 옆에 관리사무소가 있어서 체크인을 하면 차단막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준다. 잔디밭 속에 어린이 놀이터도 보인다.

한 사이트가 워낙 넓어서 1~2인용 텐트는 댓 개 정도 치고도 남을만 했다. 아무것도 없이 와도 캠핑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물론 식재료는 준비해 와야 한다.
좋은 캠핑장과 멋진 경관과 인근의 관광자원이 있지만, 딱하나 너무 외진 곳에 있다는 것이 자전거 캠핑족들에게는 핸디캡이다.
진정한 라이더들에게야 뭐... 그리고 여기와서 보고 느낄 만족에 비한다면야...
대마도 남단에 있는 아유모도시 캠프장은 안 봤으니 제외하고 대마도에 있는 캠프장 중에서는 단연 최강 조건이다.

그렇게 편안하게 밤을 보내고 짐을 꾸려서 이틀 째 여정을 시작했다.
나오는 길에 다시 와타즈미 신사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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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한 켠의 연못터는 어제와 달리 물이 제법 불어서 오롯히 연못의 꼴을 갖추고 있었다.


바다 쪽으로 난 구멍을 통해 송송 물이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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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속 도리이도 밑단이 물에 많이 잠겨 있었다. 묵은 색을 버리고 움트는 연두빛의 산이 바다물에 그대로 담겨진 고즈넉한 아침의 와타즈미 신사. 매력적이다.
누구네 집인지, 주인은 참 좋겠다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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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저녁이라 안보이던 이동식 카페가 들어서 있었다. 일본인들은 우리나라의 커피가 좀 싱겁다고들 하는데, 우리 입에는 여기 커피가 더 싱거웠다. 길커피라 그런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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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미신사는 아무 배경지식이 없어도 제법 오래 머물게 된다. 이날은 바쁜 일정이 있고, 말하자면 출장인지라 오래 머물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지만(그런 것 치고도 꽤 오래 있었다)
다음 번 국경마라톤대회를 핑계로 왔을 때는 훨씬 더 오래 머물렀던 것 같다. 사람들이 갈 생각을 않으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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