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4.18
여행기간 : 2015.4.17~4.19
작성일 : 2016.12.6
동행 : 절친과
여행컨셉 : 미니멀 오토 캠핑
신화의 마을 캠프장을 출발해서 북서쪽으로 뻗어 있는 382번 도로를 따라 차를 몰았다.
애초 계획은 간논지(관음사)와 가이진 신사를 들으려 했으나, 실제 도로에서 많이 벗어나야 하고 두 군데를 둘러 가기에는 아무리 차량으로라도 너무 많은 시간을 뺏길 것 같아서 접었다. 기실 자전거로 움직이자면 더 들르기 어려운 곳이기도 해서...
두 곳 다 최근 한국 도굴단이 허술한 경비를 틈타 국보급 문화재를 훔쳤던 곳으로 유명세를 탔다. 장물을 거래하다가 발각이 되어서 불상 두 점을 문화재청이 보관하고 있단다. 이 글을 쓰는 시점, 하나는 다시 돌려준 걸로 들었지만, 하나는 전라도 부석사에서 원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지경이며 나가사키현에서는 재발 방지를 위해서 대마도 등의 문화재를 싹 모아서 나가사키에 박물관(확실한 경비가 가능한 금고인거지)을 짓기로 했다 한다. 한때 돌려주지 않는 장물때문에 외교적 문제까지 가고 있다고도 했다.
그래봐야 위안부할머니들에 대한 일본의 면죄부를 주기로 한 한일위안부합의나 최근 이따위 시국에도 끝끝내 밀어부친 한일군사정보협정에 비하면 유도 아니지만...
상대마도의 382번 도로는 언덕과 터널을 많이 넘는다. 대신 중간 중간 해안길이 나타나면 장관이다. 해안 절벽은 별로 없고, 해발고도가 낮은 도로가 가끔 나타난다.
미네 마을에서 드물게 절벽길을 만나서 사진으로 담았다.
쓰시마 야생생물보호센터
관광객들이 오기에는 많이 외진 곳에 붙어있다.
사스나 좀 못가서 왼쪽으로 빠지는 길이 있는데 길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지도상의 방향만 보고 좁혀가도 닿을 수는 있다.
가는 길에 대마도 남단에 있던 것과 비슷한 탐조공원(버드와칭파크)이 있는데, 우리는 바로 야마네꼬를 만나러 가기위해 그냥 지나쳤다. 탐조공원은 무진장 넓은 공원이라고 보면 된다.
표지판을 따라 가다보면 도로가 끝나는 곳에 주차장이 있다. 입구쪽에 안내도가 그려져 있는데, 센터 건물은 넓은 부지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속하고 멀리 산 정상까지 전체가 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산 중턱까지는 차로도 움직일 수 있어서 다시 차를 타고 올랐다. 이곳이 북단이고 한국과의 거리도 가장 가까운 곳이라서 멀리 바다 너머 부산(혹은 거제)땅도 보였다. 산 위에는 새매들이 잔뜩 날아다녔다.
센터 건물은 아까 있던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조금만 들어오면 연구동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입장료는 없다. 전시는 주로 야마네꼬에 대한 것과 자연환경의 보존을 위한 생활 속 실천들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는데 하이라이트는 실제 살아있는 야마네꼬를 볼 수 있다는 것.
우리가 갔을 때는 인근 주민으로 보이는 엄마와 꼬마 한 쌍이 소곤소곤 관람을 하고 있을 뿐, 한국 관광객들은 전혀 안보였다.
바로 얘가 여기 산 지 벌써 십년이 넘은 '후쿠마'라는 야마네꼬다.
야생 삵인데, 섬의 특징상 10만년 전 쯤 육지와 연결되었을때 건너와 아종으로 진화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단다. 제주도의 노루가 대륙의 그것과는 덩치부터 좀 차이가 나는 것처럼, 얘들도 우리나라 삵들보다는 덩치가 작다.
실제 내가 낙동강에서 만났던 삵보다도 덩치가 작아보였고 모난 귀가 아니라 둥글둥글한 귀를 가지고 있었다. 가장 큰 특징으로는 정수리 뒤로 두 줄의 하얀색 띠가 있는 거라고 한다.
보호받고 있는 거긴 하지만, 매일 똑같은 공간에서 이렇게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삶은 지 인생으로 봐서는 큰 희생이다. 종족의 번식과 수명을 지킬 수 있는 희생말이다. 본인이 십자가를 지겠다고 다짐하지는 않았다는 게 걸리는 문제다. 인간이 개체수를 급감시켰고, 이제는 다시 복원한다고 가두고...
미안하다. 우리가 아는, 잘하는 방식이 이런 거 뿐이란다.
근데 정말 그 전날 이사리비 공원에서 봤던 그 들고양이와 닮아도 너무 닮았다. 우리가 본 게 진짜 야마네꼬 아니었을까?
사스나의 소바 공장
사스나는 대마도에서 손꼽힐 정도로 이쁘게 자리잡고 있는 마을이었다. 차가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할 때부터 저 아래 포구 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만이 꽤 깊숙하게 들어와서 마을 중앙의 작은 시내와 연결이 되어 있어서 마을로 들어가기 위해 다리를 건널 때 보니, 다리 밑에 복어들이 노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내의 경사도를 봐서 기수역이 제법 상류까지 이러지는 것으로 보였다.
우리가 사스나를 간 이유는 게스트하우스를 보기 위해서였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인데, 실은 지난 번 모기하마에서 캠핑장 문제로 고초를 겪을 때, 전화로 도와줬던 분이 운영하는 곳이래서 부러 찾아왔다.
하필 손님들 태우고 데이투어 중이라 없었고, 일하는 일본 아주머니 한 분만 계셨다.
낡은 폭스바겐(실제 폭스바겐 차량인지는 모르겠다. 일본산도 비슷한 모양의 모델이 있어서) 밴을 두대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 중 한 대를 타고 나간 모양이었다. 아주머니로부터 전화번호를 받고 통화만 간단하게 했고, 대신 객실을 좀 둘러보도록 허가를 받았다.
아주머니 말씀으로는 예전부터 숙박 장소로 썼던 곳인데, 최근 사장님이 인수를 해서 몇몇 방은 다다미를 싹 걷어내고 온수보일러를 깔았다 한다.
주인도 없고, 일하시느라 바쁜 분에게 미안해서 대충 둘러보고 나올 수 밖엔 없었다. 시내 중심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게 좀 그랬지만, 조용하고 아름다운 사스나 마을에 온다면 숙박지로는 딱 좋은 선택이라 여겨졌다.
끼니 때가 되기도 해서 마을 어귀 사거리에 있는 관공서 경찰분께 이 마을에서 뭐가 제일 유명하냐고 물었더니 바로 옆에 있는 물레방아를 가리키신다.
"소바도장"
팔각형의 지붕을 이고 있는 넓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더니, 정 중앙이 조리실이고 그 주위에 테이블이 있는 아주 큰 식당이었다. 단순히 소바를 말아서 판매만 하는 곳이 아니라, 직접 소바를 만들어 볼 수도 있게 해 두었는데, 우리가 갔던 이날은 이런 걸 좋아할 만한 또래나 취향층이 없어서 실제 체험하고 있는 사람은 볼 수가 없었다. 아예 단기 실습 코스도 운영을 하고 있었고, 한쪽 코너에는 사스나와 대마도의 특산물을 판매하는 부스도 있었다.
소바맛? 쥑인다~
한국전망대
진짜 대마도의 최북단이다. 심지어 전망대는 바다쪽으로 뽀족하게 튀어나온 반도같은 모양의 언덕에 자리하고 있어서 대마도에서 위도상 가장 높은 곳이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면 부산을 향한 바다가 나타난다. 실제 부산과 거제도가 육안으로 보인다고 하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먼 바다에 해무가 좀 있어서 긴가민가 하면서 어렴풋했다. 뿐만아니라 광안대교 불꽃놀이를 하면 여기서도 생생하게 보인단다.
참 가까운 남의 나라 땅 대마도... (부산까지 50km가 채 되지 않는다. 대마도의 긴 쪽 양 끝 직선거리보다 부산까지의 직선거리가 더 짧다^^)
전망대에서 부산쪽을 바라보면 중간에 작은 섬이 하나 보인다. 전망대에 비치된 망원경으로 보면 섬에 는 기상관측, 천문관측과 관계 있음직한 건물들이 보이는데, 일본 해상자위대의 기지란다.
섬에서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포구마을이 있다. 그 마을 뒤쪽 산에 있는 나무의 우점종이 이팝나무라고 한다. 이팝이라면, 양산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다(양산 시목이거든). 하얀 쌀알같은 꽃잎이 마치 나무에 때 아닌 눈이 내린 것처럼 소복하게 피는 이색적인 식물인데 온 산에 이팝이 피는 6~7월이 되면 참 볼만 하단다. 근방에는 수국으로 도배된 수국로드도 있는데 6월 말 7월 초면 꽃놀이 관광객들도 상당하다고 한다. 4월은 그냥 '푸르구나아~'
한국전망대 터 한 켠에는 "조선국 역관사 순난비"라는 비석이 있다. 조선시대 통역사(역관사)들이 부산을 출항해서 대마도로 오던 중 풍랑으로 전복되어 전원이 참담하게 죽은 사건을 기리는 비다.
비석 앞 선돌에는 100명이 넘는 인원의 명단과 당시의 상황에 대해 기록해 놓았다.
판석에는 당시 침몰한 배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 시절 역관을 요즘으로 따지면 엘리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일텐데, 전국에 내로라하는 일본어 통역관들이 한 날 한 시에 수장된 것은 목숨을 잃은 사람과 유가족들에게 뿐만 아니라 나라 입장에서도 큰 사건이 아닐 수 없었을 것 같다. 당시 왕이 집무를 제대로 봤는지, 혹 7시간 정도 딴 짓을 했는지 까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침몰되고 소식이 조정에까지 들어가는데만 며칠이 걸렸을테니 지금과는 달리 당일 지도자의 근태 정도가 큰 의미는 없으렷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기리는 비와 서울의 파고다공원 팔각정을 모방해 만든 전망대에서 부산쪽을 보면 해상자위대 섬이 제일 잘 보이는 야릇한 풍광이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광의 점수도 앞선 에보시다케보다 못한 듯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