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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답사 7_미우다 해변

2015.4.18

by 조운

여행기간 : 2015.4.17~4.19
작성일 : 2016.12.7
동행 : 절친과
여행컨셉 : 미니멀 오토 캠핑





미우다 해수욕장


한국전망대를 기점으로 북 끝단까지 찍고 살짝 남쪽으로 내려오면 대마도가 지닌 보석같은 해변을 만난다. 바로 미우다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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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한 쪽에 관리사무소가 있지만, 시즌에만 오픈을 하는 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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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크지는 않다. 하지만 물빛이 다르다. 백사장이 자연스런 기울기로 바다까지 이어져서 수심이 그렇게 깊지도 않고, 얕은 물 바닥이 온통 백사라서 바닷빛깔을 더욱 청량감있게 만들어준다. 만으로 쑥 들어온 해수욕장이라 파도가 거의 없으니 당연히 물속에 기포가 적어서 더욱 그렇게 보이는 듯하다. 봄이라 아직 물이 찰텐데도 마구 들어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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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한 가운데 조수간만에 따라 섬이 되었다가 백사장과 연결이 되었다가 하는 봉긋한 바위가 미우다의 화룡점정이지 않을까? 그 꼭지에 난 작은 소나무 한 그루가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매력적이진 않았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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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바닷가로 들어서면 해변의 약간 오른쪽 부분이다. 해변을 따라 왼쪽으로 좀 걷다보면 언덕 아래 샤워실이 있다. 건물 바깥에도 발을 씻을 수 있는 곳이 따로 있고 물도 잘 나왔다. 시즌이 아니라서 그런지 샤워실 문은 잠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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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실 옆 귀퉁이에는 화장실과 큰 누각(?)같은 것도 있다. 용도가 뭔진 정확히 몰라도 거진 대마도의 해수욕장 마다 있는 걸로 봐서는 그냥 그늘을 제공하는 곳이려니...

이때 휴대폰 문자를 확인한 J의 낯빛이 흐려졌다. 제수씨가 둘째를 가져서 만삭인데 감기몸살로 고생하고 있단다. 그렇구나. 어린 시절 다닐때와는 다르구나. 이제 우리도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빠구나.
걱정은 되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만약 떠나려면 지금 판단해야 했다. 그래도 J의 처형이 집으로 와서 보살펴주고 있다 하니... 처형은 동생의 열이 너무 심해서 혹시 태아에게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안절부절하고 있단다.
일단 아주 위험한 상태는 아니라지만... 이후 J의 웃음을 볼 수 없었다.

그나저나 이럴때 꼭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되는 건 왜일까? 당시는 대륙의 실수도 출시되기 전이라 고질적인 아이폰의 급방전이 늘 애로사항일 때였다.
급한대로 화장실에 있는 전원에라도 꽂아보려 했는데, 어떻게 화장실에 콘센트 단자 하나 없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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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말한 화장실과 샤워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온천(목욕탕) 옆으로 길이 이어진다. 그 길 끝에 널찍한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듬성듬성 나무 데크를 박아둔 언덕이 있다. 캠프장이다.
미우다 캠프장. 지금까지의 대마도 캠프장과 달리 바다가 절벽 위에 있어서 주위가 훤하게 뚧린 곳이다. 여긴 시즌에만 운영을 하고 고정형 텐트를 데크 위에 설치해 두어서 통으로 대여를 하는 곳인데, 4월이라 텐트도 없이 데크만 놓인 채 한적했다.
사실 2박을 계획하고 왔지만 첫날 신화의마을 캠핑장만 미리 예약을 한 상황이라 숙소 문제도 해결하긴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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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지나쳤던 온천욕장의 모습이다. 내부를 들어가 보진 않았지만 건물 규모로 봐서는 중소규모의 동네 목욕탕 정도인 듯 했다. (여긴 다음에 국경마라톤대회 참가기에서 자세하게 다루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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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다 해수욕장 주차장 입구와 정반대로 난 길로 가면 미우다 펜션이 있다. 평지에 방갈로 형태의 펜션인데 괜찮은 시설이긴 하지만 살짝 가격대가 높은 느낌이었다. 일본이니까 그정도야 뭐 하는 수준이어서, 만약 해수욕장 오픈 시즌이 아닐때 캠핑 장소를 못 찾게 되면 대안으로 고려해 볼 만한 곳이라 생각하고 객실 타입별로 비어있는 방들을 구경했다. 방갈로가 여러 동이 있어서 많은 인원도 수용가능할 듯 했다. 물론 미리 예약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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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미우다에서 히타카츠항까지 가는 길에 있는 아름다운 해안 절벽길을 따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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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 이어지던 직선 도로가 오른쪽으로 꺾이는 곡각지 절벽위에 이런 표지가 있다.
러일전쟁시기 러시아군이 대마도로 진격하던 곳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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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절벽 아래를 보니, 참 무모한 상륙작적이었고 그래서 참 많은 희생이 있었겠구나 생각된다. 사진에는 안보이지만 지금은 어부들이 얕은 곳에서 뭔가를 채취하는 심심한 풍경만을 보여주고 있어서 저 표지가 없었다면 이곳이 그런 살육의 현장이었음을 전혀 짐작할 수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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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깃발과 일장기가 나란히 게양된 곳에 추모비까지 세워두었다. 전쟁은 절대 아니다. 다른 건 몰라도 감히 확언할 수 있다.

전쟁을 부추기는 것들은 인간이 아니다 그냥 쓰레기다.
전쟁에 기생하는 것들도 쓰레기다.
전쟁에 동참하지 않으면 파병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하는 것들도 쓰레기다.
불이익이 무서워서 전쟁에 등떠밀리는 것, 그게 바로 비극이다.
비극을 피하기위해서는 용기와 실력이 같이 필요하다.
실력은 둘째 치고 우리나라 국민들은 그럴 용기를 가지고 있는가? 다수가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나라. 이왕 특정 국가의 국민으로 살아야 할 숙명이라면 그런 나라 국민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히타카츠 항과 숙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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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타카츠는 작은 포구 도시 이즈하라보다 더 작은 곳이다. 중심로를 따라 상가들이 쭉 이어져 있고, 대부분 식당들이다. 한국 관광객들이 들고 나는 곳이라 배 시간에 맞춰서 하루에도 활성과 비활성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독특한 곳.
우리는 이즈하라에서 렌트를 하고 여기 히타카츠에서 반환을 할 수 있다는 것만 알았지만, 실은 이송료를 지불해야 했다. 말하자면 이즈하라로 기사가 차를 몰고 반납을 하고 다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소요 인건비와 경비같은 건데, 너무 비쌌다. 갔다왔다 만 하루가 가는 거리긴 했다.
그래서 지난 번 우리 후배들은 일부러 출항하는 항(그때도 히타카츠였다) 근방의 렌트카 회사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차를 빌려서 다시 되돌아 왔던 거 였다. 남의 시간을 사는 데는 돈이 많이 든다. 그게 맞긴 하니까. 그래서 달라는 대로 줬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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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장님이 제법 한국어가 능한 분이다. 그리고 민박도 운영 한단다. 그것도 많이.
그래서 몇 군데 민박집을 같이 둘러보았다. 자전거로 많은 인원이 들어와도 수용 가능한 지, 식사는 어떤지 등등을 살펴보고 물어보고 했다.
근데 캠프장에 비해서 턱없이 비싼 느낌...
한국인 주방장이 내는 회나 해물탕도 나쁘지 않은 듯 했지만, 시설에 비해서 너무 비쌌다.
우리가 다른 민박집을 알아보려 했는데, 재밌는 건 히타카츠 어느 민박집을 가려고 해도 일단 이 사장님을 거쳐야 한다는 거다. 한국어가 가능하니까 거의 민박집 소개소 역할까지 겸하고 있더라는...
문 밖에 민숙(민박)이라 적힌 곳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물어보니 어딘가 전화를 해서는 아까 그 사장님을 바꿔준다 ^^ 나 이런...

미우다펜션 아니면, 약간 떨어져 있지만 모기하마 캠프장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더 확실해졌다.
시간이 많이 늦어져서 일단 오늘은 미우다에서 야영을 하기로 하고, 모기하마는 내일 출항 시간 전에 한 번 내려갔다 와 보기로 했다.

산행대장 행님한테 빌려 온, 군데군데 약간 살이 부러진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다.


아 그리고 모두 잠든 운명의 새벽 1시, 들리는 남자 목소리...


쓰미마셍. 폴리스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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