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5.24
여행기간 : 2015.5.24
작성일 : 2016.12.23
동행 : 우리집 꼬맹이들과
여행컨셉 : 마실
도시 이름에 "산"이 붙는 게 그냥 붙은 게 아니다.
부산, 마산, 양산...
인근에 김해도 있고 밀양도 있지만, 산이 붙지 않은 도시들은 옛부터 논답이 그나마 형성되어 있던 곳들인데, "0산"이라는 지명은 논이 참 귀한 곳들이다.
부산만 해도 농사 지을 수 있는 땅이라고는 강 둔치 정도였다. 그나마 4대강 사업 이전에는 낙동강을 중심으로 전답이 좀 있기도 해서 "부산농민회"라 칭하는 단체가 있었다. 근데 지금은 낙동강 제내지에서의 모든 농업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철거한 바람에, 농민들이 반강제로 김해 등으로 이주 한 상태다. 그래서 아예 들이라 칭할 만한 논이 없다.
반면에 양산은 그래도 낙동강과 양산천의 삼각주를 중심으로 물금이라는 제법 거대한 들을 끼고 있었다. ... 한 10년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지금은 양산신도시의 확장으로 그 논들이 전부 2~30층의 고층 아파트 촌으로 천지개벽을 해 버렸다. 또 하나 삼각주에서 꽤 넓은 비중을 차지했던 낙동강 양산쪽 제내지의 농토들도 4대강 사업으로 모두 공원이 되고 말았다. 이게 모두 10년 안짝에 벌어진 일들이다.
여튼 난 그 논을 갈아업고 지어 놓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파트 한쪽은 금정산 장군봉이 우뚝 솟아있고, 반대쪽은 오봉산이 그리고 그 사이의 한 면은 천성산이 자리하고 있다. 유일하게 낙동강과 김해땅을 향한 곳만 시야가 뚫려 있는 곳이 지금 사는 곳이다.
금정산도 무시로 올라갔었고, 천성산도 한 때 참 많이 돌아다녔는데, 오봉산은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비록 맛만 봤지만 오봉산 너머 토곡산, 그리고 자전거 훈련 코스로 자주 갔던 천태산, 울산 쪽으로 쭉 올라가 영축산을 필두로 한 영남알프스도 몇 번 갔는데... 오봉산이 좀 낮다보니 산책 삼아 언제라도 가면 되지 하는 맘으로 늘 미루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 꼬맹이들과 손잡고 실실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집에서 애들 엄마가 차로 우리를 실어줬다.
물금에서 화제로 가는 차도는 오봉산을 빙 둘러 간다. 검색해보니 가는 길 중간 쯤 삼전아파트 옆으로 등산 입구가 있었다. 시간이나 애들의 체력을 봐서 서남초나 오봉초, 양산경찰서로 내려오는 코스 중에서 선택하기로 했다. 어디로 내려와도 우리집까지는 그리 멀지 않은 셈이니까.
우리가 어렵사리 셀카로 어떻게 찍으려고 끙끙대고 있으니까 지나가던 등산객 한 분이 핸드폰을 달라고 하시며 찍어줬다.
저 멀리 휘어진 낙동강 상류쪽이 시원하게 보인다. 바로 뒤에 보이는 동네는 김해 매리다. 부산 사람들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매리취수장이 있는 곳이다. 그렇게 취수한 물이 사진 속의 저 매리교(수관교)를 지나 강을 따라 쭉 매설되어 내려가다가 구포다리의 수관을 통해 부산으로 공급된다. 하지만, 부산사람들은 이 물을 똥물이라고 불렀다. 짧게는 상주에서부터 길게는 안동, 원천지를 따지면 태백에서 발원하는 낙동강이 부산까지 닿는 동안 대구, 구미를 포함해서 우리나라 인구의 1/3이 모여사는 도시들을 지난다.
길게 이러져서 내려오는 동안 수백 개의 지천들이 합류하기도 한다. 아직 대도시말고는 하수관거가 제대로 안 되어 있는 곳이 많다보니, 정말 영남지방의 똥물이나 농약, 거름, 그리고 비점 오염원들이 낙동강으로 총 집결해서 같이 내려온다고 보면 된다.
그나마 얼마전까지는 낙동강의 풍부한 모래가 자연 정화를 해 줘서 고령 등 수질이 늘 좋지 않은 일부 구간을 빼면 2급수는 그런대로 유지하면서 부산에 이르게 되었다. 근데 2년 넘게 강모래를 쌓아 둘 곳도 없을 정도로 퍼내고 중간 중간 보를 막아 더 이상 모래가 내려오지 못하는 4대강 사업을 해 버려서 지금은 자연 정화의 기능도 상당부분 훼손되었다.
게다가 오염원은 그대로 두고 보만 쌓았더니 느려진 유속 때문에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녹차라떼"의 기승이 반복되고 있다. 녹조를 일으키는 남조류는 맹독을 가지고 있어 인체에 치명적이다. 하여 이 맹독을 잡기 위해서 기준치도 제대로 정해 놓지 않은 침전제를 다량 사용하고 있단다.
그래서 낙동강 물은 더 이상 똥물이 아니란다.
그냥 "독물"이란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강의 자연 정화 기능을 복원할 생각을 해야하는데, 그러자면 보를 엎던지 수를 내야 한다. 웃긴 건, 철면피라 했던 일 되돌리는 거에 무슨 양심의 가책을 느끼겠냐마는 그게 돈이 되면 모를까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형 국책사업을 저지르느니 미르나 케이 같은 것들로 재벌들과 기브&테이크 하는 게 훨씬 간단하고 쉬우니 뭐...
그러고 보면, 대통령마다 지 주머니 챙기는 방식은 자신이 어릴 때부터 배운 혹은 잘 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한 듯하다. 이대통령은 현대에 있을 때 지금의 낙동강 하구둑을 시공했으니 토목으로 뒷돈 챙기거나 맹지를 순간적으로 몇 십배 값어치를 올려서 땅투기하는데 능한 것이고, 재벌 삥 뜯기는 아버지의 트레이드 마크였으니 박대통령 부녀와 그 가신들이 시대를 건너 다시 공전의 히트를 치는 거고...
이런면에선 악질 정도로 따지자면 사실 이명박 대통령이 더 악질이긴 하다. 국정 농단이나 불법적인 갹출은 국민들 가슴에 박탈감과 스트레스를 쌓긴 하지만, 그래도 인간들끼리 저지른 거 인간들끼리 판단하고 처벌하면 되지만, 국토를 유린하고 돌이키기 힘든 상처를 남겨 대대손손 고통받게 하는 짓거리가 훨씬 추하지 않을까?
문제는 충분히 구조할 수 있는 국민들을 두고 엉뚱 짓으로 분초를 다투는 순간을 넘긴 거나, 그렇게 어처구니 없는 대처로 순식간에 수백명을 살해한 일을 마치 교통사고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도저히 악질의 정도를 따질 수 없으니... 누가 더 악질이라고 하기가 힘들구나. 혹 세월호를 일부러 좌초시켰다는 일부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건 악질이 아니라 순수한 악마.
우리집 쪽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에선 막 건설중인 아파트들이 즐비하고 더러 공사를 기다리는 빈 터도 보인다. 지금은 이 대부분의 아파트가 분양도 완료된 상태고 빈터로 보이는 곳들은 다시 건설중인 고층 건물들로 채워져 있다.
생각보다 날이 많이 더웠다. 오봉산이 그렇게 높지 않은 산이긴 해서 임경대 이후로는 거의 능선을 타는 코스였지만, 둘째가 집에 언제가냐고 물어오는 빈도가 잦아졌고, 슬슬 배도 고파온다.
내 가방엔 우드스토브와 라면만 넣어왔는데, 물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어쩌면 오봉산엔 샘이 없을 수도 있을 터...
적당한 곳을 찾다가 말라서 물이 흐르지는 않는 작은 개울터를 발견하고는 가방을 부리고 라면을 끓일 준비를 했다. 애들에게는 마른 솔방울을 주어오라고 하고 식수로 들고간 물들을 모두 꺼내 코펠에 부었다. 금새 솔방울을 셔츠에 가득 담아왔다. 솔방울이 섬유질이 많아서 쉽게 불이 잘 붙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지푸라기보다는 제법 오래 타기도 한다. 라면 몇 개 끓이기엔 충분한 양을 넣고 불을 댓다.
라면은 익어가는데... 아차!
이 정신없는 아빠가 젓가락을 안 챙겨왔네^^
아빠 젓가락 없으면 어떻게 먹어?
땔감으로 쓰려던 작은 가지 중에서 몇 개를 끊어다가 껍질을 칼로 벗기고 즉석에서 젓가락을 만들었다.
애들은 이런 모든 게 재밌는 법^^ (산에서 우드스토브를 쓰는 건 조심 또 조심)
라면 3개를 게눈 감추듯 섭취하고 좀 쉬었더니... 첫째고 둘째고 집에 가자고 난리다.
하 이놈들 라면 먹고 싶어 따라 왔구나. 뒤 늦게 이놈들의 본심을 파악한 눈치없는 아빠는 어쩔수없이 오봉산 정상을 거쳐서 양산경찰서로 내려가려던 계획을 떠나보내고 가장 빠른 코스를 선택해야만 했다.
서남초로 내려오는 길까지는 금방이었다.
흙길은 제법 걷기가 괜찮았지만 물금 신도시가 생기기 전부터 있어왔던 물금의 오래된 산동네 길부터는 아스팔트라 애들이 더 걷기 싫어 했다. 결국 양산 부산대병원까지만 가면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설득하고 다시 엄마에게 샌딩 콜을 넣어야 했다...
오봉산은 가볍게 산보하기에 좋은 코스를 가진 산이다. 너덜 구간도 없어서 무릎에 크게 무리가 가지도 않는다. 다만 샘터가 드물어서 산행시 식수를 미리 챙겨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언젠가 오봉산을 출발해 배내골로 종주를 하던가, 아예 에덴밸리를 거쳐서 영축산으로 들어서서 배내고개까지 종주를 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아직 너무 어리니까 이놈들을 달고 가려면 좀더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들을 개발해야 할텐데... 아직은 산의 매력을 느끼기엔 너무 어리니까.
엄마는 이렇게 애들을 데리고 나가면 좋아한다. 매일 밤 머시마들을 재우는데 큰 에너지를 소비하는 애들엄마는 이런 날이면 피곤해서 쉽게 곯아떨어진다고 늘 애들을 달고 다니라고 반색이지만 애들 기호까지 신경써야야 하는 나는... 이런 게 산행이라기보다는 사실 그냥 육아라고 항변한다.
실은 애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나도 즐겁고, 추억도 만들고, 집에 와서 생색도 내고...
도랑치고, 마당쓸고, 일타...
뭐 상당히 괜찮은 나들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