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마도 국경마라톤] 1.여행 코디

2015.7.4

by 조운

여행기간 : 2015.7.4~7.5
작성일 : 2016.12.27
동행 : 바다수영동호회 행님들과
여행컨셉 : 대회참가기







어쩌다보니 대마도를 1년 안에 세 번째 방문하게 되었다.


image_5915387041482804650574.jpg?type=w773 제 19회 국경마라톤 포스터


바다수영동호인들이지만 우리 행님들의 아웃도어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산악회 활동을 병행하는 행님도 있고,
암벽, 빙벽, 히말라야 원정 등 한때 화려한 전적을 자랑하는 행님도 있고,
세일링에 조정면허까지 소지하고 있는 행님,
철인3종경기 심판 자격증을 가진 행님
마라톤 여성부에서 괄목의 성적을 거두는 행님(누님^^) 등등...
덕분에 사계절 명산들을 최고의 가이딩을 받으면서 즐길 수도 있었고, 1년 중 인근에서 하는 마라톤 대회에는 수 차례 참여하기도 하고, 굵직한 철인3종대회에도 한 두 번은 참여해야 한 해가 간다.

송정, 해운대, 광안리, 송도까지 따로 대회라고 멀리까지 원정을 가는 경우를 빼고는 매주 토, 일 바다에서 몇 km씩 수영을 하는 건 그냥 일상이다. 부산이 가진 장점을 참 잘 활용한다. (난 3년 전 동상의 여파로 이제 겨울엔 바다수영을 안하지만 행님들은 한 겨울도 없다^^)

대마도를 사업의 스타트 지점으로 관심있게 들여다 보다가 국경마라톤 대회를 알게 되었고, 참여해서 직접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희망자가 있을까 해서 내가 가는 김에 같이 가자는 심산으로 행님들한테 제안을 했더니... 다 가자고 난리^^
늘 받기만 하는 게 미안하기도 했고, 어쩌다가 두 번이나 꼼꼼하게 답사를 갔다 온 곳이기도 해서, 대마도 국경마라톤 대회를 핑계로 대마도 1박2일 여행의 전체를 책임지고 내가 준비, 실행하겠다 했다.

총 8인(출발은 7인. 동기 한 명은 완전 바람이 들어서, 하루 일찍 가서 미우라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국경마라톤 대회 하루 전 출발과 1박을 하기로 결정하고 일을 추진했다.



코디네이터


사람들을 인솔해서 스케줄을 세우고, 숙박을 미리 준비한다는 게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일인지 몰랐다. 단순 세팅된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코디네이터까지 하는 여행업은 전문적인 비서의 마인드를 필요로 한다는 걸 확실하게 배웠다.
이왕 업으로 시작하기로 한 거기도 하고, 예행 연습이 되겠다는 심정으로 신심을 다해 준비했다.

경기가 벌어지는 장소가 히타카츠 항에서 가깝기 때문에 도착은 히타카츠항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고, 숙박도 미우다 캠프장으로 잡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았다.
미우다 캠프장은 해수욕장 개장시기에만 운영하는 캠프장인데, 국경마라톤 전날 숙박은 마라톤 참가자에게만 예약 신청을 받는다. 작은 섬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의 성패는 뭍에서 오는 사람들의 숫자에 의존하기에 참여자의 숙박 문제를 우선하려는 정책 같다. 히타카츠의 어느 민숙보다 미우다 캠프가 대회장에서 제일 가까워서 우리에겐 안성마춤.
중앙동에 있는 쓰시마사무소에서 마라톤 예약 접수도 받아준다. 거기서 아예 미우다 캠프장까지 예약을 다 처리하고 돌아왔다.

문제는 배편이었다.


image_3423360691482806821932.jpg?type=w773

국경마라톤이 아주 큰 규모의 대회는 아니지만, 부산에서 출항하는 배편이 한정적이다 보니, 배값이 할인되는 상품은 전혀 없었다.
국경마라톤... 제목처럼 한국인들이 50% 이상 참여하는 대회라서 그런 가보다. 좌석 확보도 쉽지 않을 정도였다. 오션플라워호는 그날 이즈하라로 향하는 배편이라 포기해야 했고, 코비로 겨우 끊을 수 있었다. 돌아오는 배는 대회를 마치고 나서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도록 오션플라워호가 당일 히타카츠만 2회 운행을 해서 3시간 간격으로 있었다. 히타카츠에서 부산까지 1시간 정도니까 1시반에 1차 실어나르고 바로 다시 와서 또 실어나르는 듯 했다. 매년 반복되는 행사에 대한 선사의 노하우로 보인다.
이렇게 교통편과 숙박이라는 제일 큰 고민은 해결했고...

다음으로는 스케줄을 잡아야 한다.
대회가 아침 일찍이니 하루 전에 가는 게 맞긴 한데, 아침에 도착해서 그것도 이국 땅에서 멀뚱 하니 시간만 죽일 순 없는 거고, 괜찮은 곳으로 다들 모시고 가고 싶었다.
대마도에서 딱 하루만 관광을 해야한다면, 단연 신화의 마을에 있는 에보시다케 전망대와 와타즈미신사인데, 대마도에서의 교통편을 어떻게 잡아야 할 것인가?


%EC%8A%A4%ED%81%AC%EB%A6%B0%EC%83%B7_2015-07-02_%EC%98%A4%EC%A0%84_9.34.55.jpg?type=w773 대마도 버스 시간표


버스로 갈 것인가?
인원이 8명이라서 렌트보다는 버스가 나을 것도 같은데,


%EC%8A%A4%ED%81%AC%EB%A6%B0%EC%83%B7_2016-12-27_11.38.32.png?type=w773

구글에서는 편도 1시간 30분 정도로 나오지만, 실제 꼬불꼬불 산길을 가기도 하고, 아침에 입국해서 점심 먹고 한참을 시간 보내다가 오후에 버스를 타고 거기 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하루가 끝날 것 같았다. 그리고 '니이 마을'에 내려서 에보시다케까지 걸어가는 것도 만만찮고, 시골마을에 택시가 있을리도 만무하고...
어쩔 수 없이 차량을 렌트하기로 했고, 인원수에 맞게 두 대를 빌리기로 했다. 즉 우리 중 최소 두 명이 국제면허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거고, 렌트가 24시간제니까 약간 오버차지가 발생할 지도 모를 일인데다가 이렇게 뜨거운 날에 그런 조건으로 렌트가 가능한 지도 확인해 봐야했다.
지난 번에 전화번호를 받아 놓은 히타카츠의 렌트카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당일 차량 대여가 다 차서 큰 차도 없고 경차도 없단다. 하는 수 없이 약간 더 비싼 소형차 2대를 빌려 뒀다.

아참, 큰행님이 꼭 동전파스를 사야 한다고 해서 중간에 면세점도 잠시 들러야 했다. 이래 저래 잔 일정들도 반시간 단위로 조정해서 일정을 세우고 나머지 예상되는 문제점들까지 정리해서 모두에게 통지했다.


IMG_0850.PNG?type=w773

그러나, 단체 카톡방의 대답은 "ㅇㅋ" 또는 "응".
뭐야?
뭐긴 뭐겠노. 다들 알아서 하라는 거다^^.
좋아. 이왕 인솔하기로 맘 먹은 거 확실하게 해 주겠어^^.
예산안도 꼼꼼하게 항목별로 다 세웠다.

근데 신기한 건 그렇게 손이 많이 가는 일인데도 이거 생각보다 체질이다. 심지어 재밌다. ㅋㅋ
전체 경비를 무조건 1/N로 잡았는데, 행님들이 나중에 고맙다고 다들 동전파스(?) 한 개씩 사서 준다.
그러면서,


야, 니 이렇게까지 하고 니 경비정도는 빼야 우리가 덜 미안치.



ㅎㅎ 다음엔 그러마 했다. 실제 사업을 스타트 하면 당연히 그렇게 하거나 내 경비뿐만 아니라 인건비도 책정을 해야겠지만, 이번은 온전히 예행 연습... 말하자면 행님들이 나의 모르모트 였기에 ㅋㅋ

아직 사업적으로 시작한 건 아니지만, 행님들이 훌륭한 코디였고, 덕분에 아무 준비도 없이 몸만 와서는 극진한 대접 받았다며 만족하는 걸 보면서 제법 뿌듯함도 느껴진다. 어라, 이거 재밌는데...
예약 연습을 하게 해 준 행님들한테도 고맙다.
이번 일을 계기로 명함에 감히 "Travel Designer"라는 직함을 넣기로 했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 되겠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대마도] 답사 9_그리움을 채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