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4.19
여행기간 : 2015.4.17~4.19
작성일 : 2016.12.5
동행 : 절친과
여행컨셉 : 미니멀 오토 캠핑
부시시 일어났다. 잠을 설쳐서인가 좀 늦게 텐트 밖으로 나왔다. 간밤에 비도 살짝 오고 해서, 가뜩이나 여기저기 부러진데다, 한쪽이 젖은 텐트를 보니 우리 꼴이 딱 노숙자더라.
공중화장실에서 머리를 감았다. 이왕 도루보 소리까지 들었는데 하면서.
다행인 건, 밤새 끙끙 앓던 제수씨의 고열이 약간 내려갔다고 한다. 태아때문에 해열제도 못 먹고 오로지 몸으로 견뎌낸 게 안쓰러웠다.
우린 원래 일정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오후 배를 타기 전까지 스시강 단풍나무 숲길과 킨의 은행나무, 그리고 모기하마 해변까지 39번 도로를 따라 가 보기로 했다. 어제 접촉했던 민박집 주인이 자전거타기 좋은 코스 중에 모기하마에서 큰 도로 말고 바로 단풍나무 숲길로 가는 지름길이 좋다고 해서 그 쪽도 가보기로...
침엽수가 우점종인 건 맞지만, 이름은 단풍나무 숲길이다.^^
단풍나무 철이 아니라 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테지만, 침엽수가 빼곡하게 뻗은 시원한 언덕길은 한여름이라도 쉬어가기 좋은 코스인 건 분명했다.
이즈하라에서 히타카츠 방향으로 올 땐 몰랐는데, 반대방향으로 가니까 정상에서 내리막길이 아주 고불고불한 게 함부로 속도를 내면 큰일나겠다 싶었다. 차량이 그렇게 많이 없긴 하지만 길이 워낙 좁고 중앙선이 없다. 주의 구간이다.
킨의 은행나무는 단풍나무 숲길을 통과하고 쭉 이어지는 내리막이 다시 완만해 질때 쯤 나타난다. 바꿔말하면 킨의 은행나무에서 단풍나무 숲길로는 줄곧 오르막이라는 거^^
한 여름에 왔을 때와는 전혀 다른 싱그러움을 건넨다. 저렇게 늙은 나무가 매년 새로 태어나듯 단장을 할 수 있다니... 어렸을 땐 전혀 느껴보지 못한 느낌... 부러움같다.
나무가 부러웠다. 붙박이로 있는 게 핸디캡이라 여겨 늘 동정적인 마음이 먼저 들었는데 나무가 부러워지는 나이가 되어 버린 거다.
사진기를 들자 들어가 버리셨는데, 은행나무 바로 앞에 있는 집에 노부부 두 분이 사신다. 작은 은행나무 한 그루와 더 작은 화단에서 화초를 만지시더니 수줍은 듯 들어가 버리셨다. 다음에 와도 또 뵐 수 있기를...
모기하마에 도착했다. 해수욕장에는 꼭 저렇게 햇살을 피할 수 있는 오픈에어의 건물을 두고 있다. 여긴 석재로 되어 있다. 그 뒤로 샤워실과 화장실까지 깔끔하게 구비되어 있고.
파노라마로 담으니 진짜 좁아보이는데 저 정도는 아니다. 부산에서 얼마 멀지도 않은데 바다 색은 왜 이리 다를까? 연안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바닷물은 깨끗한가 보다.
아무도 없는 봄날의 해수욕장에서 망중한을 잠시 즐겼다.
강한 도전 욕구로 저기 보이는 해변 끝 바위까지 가 보려 했는데, 시간이 한정이라...
저 숲과 해변 사이로 작은 냇물이 바닷물과 만난다. 바닷가 백사장은 강과 면해 있는 경우가 많다. 강이 싣고 온 모래가 머무는 방식인데, 여기처럼 아예 백사장으로 바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다대포를 비롯한 부산의 해수욕장처럼 낙동강이 어마어마한 모래를 공급하고 그게 조류를 따라 일렁이면서 오랜 세월 흩뿌려서 만든 것들도 있다.
시멘트와 콜타르로 순식간에 만들어 내는 것들에, 다시 리모델링하고 더 길게 넓게 높게 만드는 광경이 일상인 도시에 살면서 오랜 세월이 만들어 내는 풍경이 그리울 때가 많다. 자연이 그리운 거다.
사람들이 아무리 행복을 쫒아도 2% 부족한 허함은 그런 오랜 세월이 만들어 낸, 계속 만드는 중인, 제행무상이라 고정된 건 하나도 없지만 그렇다고 급작스럽지도 않은 자연의 느리디 느린(실제로는 전혀 느리지 않다. 달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속도는 1초에 1.1km 정도라니...) 변화가 그리워서이지 않을까?
제발 나와 자전거로 떠나는 사람들이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이라도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굳이 대마도가 아니어도 되지만, 어딜 데리고 가더라도 내 맘 속에 꼭 간직하도록 노력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