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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국경마라톤] 2.부산항에서의 실랑이

2015.7.4

by 조운

여행기간 : 2015.7.4~7.5
작성일 : 2016.12.28
동행 : 바다수영동호회 행님들과
여행컨셉 : 대회참가기



티케팅 실수가 대박으로 돌아오다


새벽에 남양산 지하철역에 집결.
행님 두 분의 차를 나눠타고 중앙동에 있는 국제여객선터미널로 갔다. (삐까뻔쩍한 신청사가 북항재개발터에 떡하니 오픈을 하면서 이제는 추억 속의 장소가 되겠다. 당시는 신청사 오픈 직전이었다)
차량 두 대는 터미널 주차장에 2일 주차로 처리해 놓고 터미널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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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님들 여권을 모두 챙겨서 다들 앉혀 놓고는 티케팅하러 갔다.
대마도를 오가는 국제선 중 제트포일 방식의 작은 배는 코비(한국 선사 소속)와 비틀(일본 선사 소속)이 공동으로 운영을 한다. 굳이 어떤 걸 타겠다라고 욕심을 내지 않고 예약을 하면 50% 확률로 둘 중 하나를 타게 된다. 규모나 서비스는 비슷하니 뭐...

티케팅 창구가 여러 개 있었지만, 줄이 길었다. 근데 한 군데선 나처럼 여러 개의 여권을 들고 서 있는 아가씨들 두어 명만 줄을 서 있었다. 창구 위에 "단체"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아가씨들 손에 들고 있는 여권의 개수와 지금 줄을 선 사람들의 머릿수를 가늠해 보았다.
'이쪽이 더 유리하겠는데...'

그렇게 "단체"라 되어 있는 창구에 합류.
단체 건 처리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결국 원래 줄을 섰더라면 내 차례가 되었을 시간이나 거진 비슷하게 내 앞의 아가씨 티케팅이 끝났고 직원이 내게 와서 물어본다.


어느 여행사시죠?


"예? 여행사 아닌데요?"
"녜. 여행사가 아니시면 다른 분들처럼 저기 줄을 써야 합니다. "

미칠 노릇이었다. 이때까지 여기 서서 기다렸고, 분명 "단체"라고 되어 있어서 줄을 섰는데, 처음부터 "여행사 전용"이라고 표시를 했더라면 애초 줄을 서지도 않았을 거다... 등등 항의를 좀 했다.
직원은 누가봐도 중간 간부급으로 보이는 여자 분이었는데, 그 분도 완강하게 원칙을 강조했지만 표정이나 어투는 부드러웠다.
행간에서
'니 같은 애들 첨 아니다. 이런 일 여러 번이다.' 라는 게 읽히는 노련한 대처.
덩달아 나도 웃으면서
'당신들의 안내 문구에 오류가 있어서 벌어진 일이다. 그러니 내 시간을 더 뺏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라.'고 자분자분 따졌다.
그러는 사이 멀리 앉아서 기다리던 행님 한 두 분이 다가왔다.
우리 행님들 또 욱하는 분들이라 상황이 좀 험악하게 돌아갈 수도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왠 걸 이 분들...
"조운아, 그냥 저기 가서 줄 서자. "
엥?
이거 이상한데...
시간적 여유는 많았고, 어차피 출항하는 배편도 이거 하나 밖엔 없어서 줄은 아까보다는 좀 줄어 있기도 했다. 이러는 시간에 줄 서 있자는 뜻인가 했더니, 나중에 그런다.


그 아가씨 참 이쁘더라 야...


헉!. 아재들이란...
여튼 약간 더 어필을 해 보다가 결국 직원이 하라는 대로 줄을 섰고, 결국 거의 마지막 티케팅 손님으로 창구 앞에 서게 되었다.

내가 줄을 서 있는 동안도, 내가 창구 앞에서 여권을 주고 티켓 수속을 진행하는 중에도 유심히 나를 보던 아까 그 직원이 창구 안에서 우리 티켓 발급을 하던 부하 직원에게 와서는 귓속말로 뭔 말을 하고는 옆에 서서 지켜보는 게 아닌가.
그때 갑자기 티켓 창구 직원이 티켓과 함께 배안에서 사용 가능한 맥주(또는 음료) 쿠폰을 인원수만큼 같이 주겠단다. 그리고 좌석도 2층 맨 앞 가장 전망이 좋은 자리로 주겠다고...
놀란 우리에게 아까 나와 설왕설래했던 직원이 한마디한다.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하기도 하고 해서...


하하...
이거 아까 내가 한 어필에 대해 자신의 원칙을 지켜 내긴 했으나, 일말의 오류에 대한 인정은 했다는 뜻? 그리고 끝까지 원칙을 고수할 수 있도록 양보한 것에 대한 답례? 뭐 이런 거 아닐까나...

행님들은 조운(동호회에서 내 별명, 맞다. "상산 조자룡"의 그 조운)이가 엉뚱한데 기다리는 바람에 늦어졌니, 니 하는 게 다 그렇지 뭐... 등등의 핀잔을 주다가 갑자기 태도가 180도 바꼈다.
인생사 세옹지마라나 뭐라나^^


코비 1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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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님들~ 조운 덕분에 시작이 좋다이~'

2층은 계단을 올라오면 좌석이 쫙 배치되어 있는데, 뒤로 돌아서 좁은 통로만 지나면 맨 앞에 딱 한 줄, 그것도 8석만 있는 자리가 있다. 통창으로 가는 내내 바다를 볼 수 있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다른 좌석들과 달리 앞 공간이 넓어도 너무 넓어서 완전 퍼스트클래스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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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1시간 남짓이지만, 우리 밖에 없는 저 공간에서 저러고 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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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앉아서 오륙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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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쪽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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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으로 들어가는 제트포일 선이 다 보였다.


히타카츠 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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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메르스가 기승을 부리던 때다. 배는 이미 도착했는데 일본 방역 당국에서 직원 2명이 올라와서는 저렇게 열이 있거나 한 사람이 없는 지 확인을 했고, 열 감지기까지 들고 와서는 일일이 비춰 보았다.
보통 입국 심사 전후로 방역 관련 검사를 하지만, 그냥 요식행위로만 보였는데, 혹시나 일본으로 전염이 될까봐 아예 배에서 내리기 전부터 저런 1차 검사를 진행해야만 했나보다.


image_7902770701482901350673.jpg?type=w773 히타카츠 국제터미널 앞


이즈하라보다 더 작은 히타카츠 항.
맨 마지막에 나오는 행님들을 기다리는 동안.
국제터미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시골 어촌 마을 같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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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이르긴 했지만, 점심부터 먹기로 했다. 히타카츠 주도로 바로 뒤편의 이면도로를 따라 적당한 식당을 찾고 있다. 방금 배에서 내린 사람들이 동시에 식당에 찾아 들어서 늦게 움직인 우리들이 한번에 다 들어갈 식당이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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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라고는 안쪽 큰 방 밖에 남지 않은 한 식당에 들어갔다. 자리만 있으면 된다는 맘으로 들어갔는데, 맛도 나쁘지 않았고 분위기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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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예약한 렌트 차량에 나눠탔다.
캠프장 체크인 마감 시간까지만 돌아오면 되니까, 짐을 모두 차에 실었다.
나와 함께 운전한 행님은 워낙 운전 경력이 오래 되어서 그런지, 반대쪽 운전석에 대해서 금새 적응을 했다. 나만 잘하면 되는데...

뭐, 일단 날씨나 기온도 적당하고... 시원한 대기를 가르며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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