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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Jul 16. 2018

Welcome

처음 시작을 어떤 소재로 어떤 글을 써야 할까 고민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읽었던 책이 가장 적절하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환대에 관한 책이고, 앞으로 제가 쓸 글의 방법론이 담겨 있는 책이며, 제가 쓴 글을 누군가가 읽어주신다면 그 분께 이 책과 같은 의미가 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자크 데리다, 문성원 역,《아듀, 레비나스》, 문학과 지성사, 2016

이 책은 두 개의 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엠마뉘엘 레비나스의 장례식을 위해 쓴 조사인 <아듀>와 그 다음해에 개최된 레비나스 헌정학회에서 개막 강연이었던 <맞아들임의 말>입니다.

누군가 이 책을 보시고자 한다면 전공자에게 강독을 받으시길 권해드립니다. 저 또한 사설 교육기관에서 강독으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을 혼자서 읽었다면 아마 열페이지도 읽지 못했을 지 모릅니다. 


이 책은 환대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데리다에게 있어서 존재란 타자의 부름에 '예'라고 답하는 자입니다. 따라서, 타자는 항상 주체보다 앞서 있고 우월합니다. 우리는 이 타자를 환대하며 맞아들여야 합니다. 타자는 주체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주체가 타자를 받아들이면서 상처를 남깁니다. 이 상처야말로 우리를 중지시키고 우리를 우리 안에서 우리 너머의 존재가 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저는 저와 제 글이 그런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만약 누군가 제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제 글이 그 분에게 환대받는 글이었으면 합니다. 동시에 제 글이 그 분을 중지시키고, 그 분께 상처를 남기고, 그렇게 하여 그 분이 그 분 안에서 그 분 너머로 갈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제 글이 그 분의 삶 속에서 유령처럼 출몰하기를 바랍니다.

저는 그 분이 누구이든지 어떤 분인지를 가리지 않고 환대할 것입니다. 그 분의 부름은 저를 중지시키고 제게 상처를 남길 것입니다. 이 상처는 저와 제 글이 저와 제 글 안에서 동시에 저와 제 글을 넘어서도록 해 주리라 믿습니다. 그 분의 존재는 아마도 제 일상속에서 유령이 되어 출몰하여 제가 계속 글을 쓰는 힘이 되지 않을까요?


저는 위에서 제가 앞으로 쓸 글의 방법론을 이 책에서 가져오겠다고 말했습니다. 데리다는 이 책에서 레비나스의 사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동시에 레비나스의 사상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데리다는 레비나스의 사상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레비나스를 읽고 있습니다. 그가 레비나스를 읽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레비나스는 직접적으로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레비나스의 논의를 계속해서 추적하면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


데리다는 레비나스를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레비나스를 읽고 있습니다.

저 또한 미력하게나마 데리다를 따라해볼까 합니다. 저는 앞으로 제가 읽고 있는 책이나 영화에 관해서 글을 쓸 것입니다. 그러나 그 글은 책이나 영화와 관련된 글임과 동시에 책과 영화 너머의 글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책과 영화의 어느 꼭지를 잡아서 그 부분을 읽고자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읽으시기에 불편한 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황당하고 이상할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그런 제 글이나마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다면, 데리다의 말을 빌려 환대해보고자 합니다. <Wel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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