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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Aug 30. 2018

저는 이 책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합니다.

이 책은 전 직장에 있을 때 당시 팀장님께서 저희 팀원들에게 선물로 준 책입니다. 당시에는 정신없이 일했고, 퇴직한 지금은 몇년 째 미뤄둔 책을 먼저 보느라 이제서야 보게 되었네요. 독서 관련 어플을 몇 개 쓰고 있는데 이 책에 대한 점수가 굉장히 후하더군요. 저는 이 책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조금 써보려고 합니다.


처음에 이 책을 읽었을 때는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저자가 가지고 있는 '자유'의 정의와 '디자인'을 '제안'이라고 생각한 사고방식에서는 감탄을 금치못했습니다. 그런데 읽으면서 느껴지는 감정은 처음의 감정이 아니었습니다. 내용이 많은 책이 아닌지라 두시간 정도만에 다 읽었는데 읽다보니 조금 짜증이 나더군요. 제 성격이 비틀려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도금을 해놓은 납덩이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겉보기에는 그럴듯하고, 나름 값어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 본질은 납덩이일뿐인 그런 책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저자는 고객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것을 '디자인'이자 '기획'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명제 자체는 저에게도 굉장히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이것의 예시로서 본인의 사업 성과들을 말하는데 이 내용들을 듣고 있다보면 과연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과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같은 것인가하는 기분이 듭니다.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예시 중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츠타야서점과 다케오 시립 도서관이 있습니다. 저자는 츠타야서점이 매출액 기준 최고의 서점이 된 이유는 츠타야서점이 다른 서점과는 달리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과연 그럴까요? 제 생각에는 단지 일종의 범위의 경제가 아닐까요? 


범위의 경제(Economies of scope)란 하나의 기업이 2가지 이상의 제품을 함께 생산할 경우, 2가지를 각각 따로 생산하는 경우보다 생산비용이 적게 드는 현상이다.
- 위키백과 中


간단히 말해서 떡볶이 하나를 파는 것보다 떡볶이, 김밥, 순대, 튀김, 오뎅까지 같이 파는 것이 더 효율이 좋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츠타야서점의 예로 돌아가서 보면 책, 음반, 영화를 사거나 대여할 수 있습니다. 즉, 일반적인 서점이 '책을 산다'는 하나의 선택지일 때 츠타야서점은 '책을 산다', '음반을 산다', ' 영화를 산다', '책을 빌린다', '음반을 빌린다', '영화를 빌린다'라는 여섯가지의 선택지가 주어지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범위의 경제가 적용된 결과이지 저자가 말하는 것저럼 '제안 내용에 따른 분류로 서점 공간을 재구축'했기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례로 우리나라의 오프라인 서점 1위인 교보문고만하더라도 핫트랙스를 매장에서 같이 운영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선택지의 범위를 넓힌 결과 매출이 올랐다고 보는 편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자는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매장을 비교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넓이로 인해 진열되는 상품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온라인 매장보다 고객으로 하여금 매력이 떨어지게 느껴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비교를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비교해보면 기존 서점보다 더 많은 선택지를 부여한 츠타야서점이 범위의 경제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시인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요?

pp. 78~79.
pp. 82~83
pp.84~85.

다음은 다케오 시립 도서관입니다. 전 이 내용이 가장 짜증이 났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사회구조 등 비슷한 점이 많지요. 아마 이 부분도 우리나라와 다를 바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이 내용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내용인지 우리나라를 예로 들어서 설명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어느 시립도서관의 사서라고 가정해봅시다. 어느날 갑자기 당신이 살고 있는 시의 자치단체장이 국내 오프라인 서점 1위인 교보문고 대표이사에게 찾아가서 '시립 도서관 이용률이 적은데 시의 경비를 쏟아붓기 아깝다. 이용객을 늘리려면 휴관일을 줄이고 개관시간을 연장하고 싶은데 시가 운영하면 어렵다. 교보문고에서 운영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고 교보문고 대표이사가 당일에 승락하는 겁니다. 교보문고가 운영을 하게 되면서 당신은 시 소속 사서에서 교보문고가 위탁 운영하는 도서관의 '접객 담당자'가 되었습니다. 위탁운영이 되면서 당신은 전국에서 쓰고 있는 한국십진분류법 외에 유일하게 이 회사에서만 쓰고 있는 22종 분류법이라는 별도의 분류법을 외워야 합니다. 그리고 보존서고에 있는 18만권의 책을 모조리 꺼내서 이 새로운 분류법에 맞게 분류하고 관리용 바코드를 붙이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러한 작업을 하는 동안 리모델링이 완성되었습니다. 완성된 도서관을 보니 스타벅스가 입점해있고, 음악이랑 영화를 대여해주는 공간과 교보문고 지점도 들어와있습니다. 그리고 휴관일을 없애고 10시~18시였던 개관시간이 09시~21시까지로 연장되었습니다. 기존의 인력만으로 운영을 하든, 사람을 더 채용해서 운영을 하든지간에 당신은 기존 출근시간보다 일찍 출근하는 날과 아홉시를 넘어서 퇴근하는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이렇게 상황을 우리나라인것처럼 번역해보았습니다. 과연 이 상황이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으신가요? 만약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해당 시의 자치단체장은 아마 만신창이가 되었을 것입니다. 다른 당과 언론은 물론 소속 당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엄청났을테니까요. 그리고 저 시립도서관의 사서였을 당신은 아무 불만이 없었을까요? 저는 결코 그럴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적극적인 사람이라면 시위를 하든 국민청원을 하든 어떠한 액션을 취할 것이고, 소극적인 사람이라도 불만을 품었을 것입니다.


이제 도서관 이용객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도서관은 아름다워졌습니다. 서점이 생기고 스타벅스가 입점해있습니다. 그리고 일년에 백만명이 찾아옵니다. 기존 사용자 생각에는 도서관이 아니라 관광지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도서관은 본질적으로 책을 읽고 대여해주기 위한 공간입니다. 그 외의 편의시설등은 사실 부가기능에 불과하지요. 이 공간이 본래의 목적에 맞게 운영되는지는 저로서는 의문이 듭니다. 왜냐하면 일년에 백만명이 방문하는 곳이면 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한다는 곳이고, 그건 그 자체로 독서에 상당한 방해가 되니까요. 과장을 붙여서 이야기하자면 사람들이 많이 오는 맛집에서 이어폰을 쓰고 책을 본다고 해도 독서에 집중하기는 쉽지 않을겁니다. 굳이 그런 짓을 할 필요가 없기도 하고요. 저자는 본인의 회사가 도서관 운영을 맡은 후 방문객이 늘었다고 말은 하지만 대여수가 많아졌다고는 하지 않습니다. 저 백만명 중에 몇퍼센트가 다케오 시민이고, 독서를 목적으로 온 사람들일까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이 책의 저자는 고객 가치를 제안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휴먼스케일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제안을 강조하지요. 그렇다면 다케오 도서관을 살펴봅시다. 여기서 긍정적인 가치를 제안받은 사람이 누구인가요?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도서관 이용객인가요? 둘 다 아닐겁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대상은 다케오시장 뿐입니다. 그리고 다케오시장의 마인드는 사실상 공공사업을 하는 사람의 마인드가 아닙니다. 공공사업은 '이용객이 20%이므로 시의 경비를 쏟아붓는 것은 시민의 전체의 이익이라는 측면에서 아깝다'가 아니라 '이용객이 20%라도, 이용객이 있다면 도서관과 같은 가치 있는 사업에는 투자를 한다. 또한, 나머지 80%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라는 정신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전자가 최대의 이윤을 내는 기업의 방식이라면 후자는 최후의 1인에게까지 혜택이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공공행정의 방식입니다. 영화 [굿윌헌팅]의 주인공의 역량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천재적 두뇌 외에도 도서관이 제공하는 책들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명심해주십시오. 영화일 뿐이라고 말하실 수도 있지만 돈없고 빽없는 사람이 가장 쉽게 지식을 접할 수 있는 곳이 도서관이라는 점은 부정하실 수 없을 것입니다. 적어도 공공 도서관이라면 단 한명의 이용객이라도 있다면 그 한 명을 위해서라도 운영되어야 합니다.


사실 이건 인상에 의한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일지도 모릅니다. 읽을수록 이 저자에 대한 거부감을 느껴서 짧은 책인데도 읽는 내내 이 책을 읽어야하는지 고민을 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말하는 라이프스타일 제안이나 휴먼스케일도 클라인 다인섬 아키텍쳐의 휴먼스케일이라는 개념이 좋아보이니까 가져다가 마구 가져다 붙이는 걸로 보입니다. 실제로는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존의 경영 논리에 더 충실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그저 자신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제 생각에 저자는 최대의 이윤을 얻을 수 있는 대상에게 원하는 '제안'을 할 수 있는 능력있는 기업인입니다. 서점산업에 대해 로망을 가지고 있는 저로서는 전형적인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가가 운영하는 기업이 일본 오프라인 서점 1위라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오프라인 1위가 교보문고라는 것에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고 신용호 전 회장님은 많은 고객가치를 제안했습니다. 가장 큰 가치는 역시 서점에서 책을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업자의 이념에 의해 교보문고에서는 사지 않더라도 장시간 독서가 가능했습니다. 사실상 교보문고는 책을 팔았다기보다는 미래를 팔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어디까지나 그 이념에 맞게 운영되었습니다. 업계 1위의 교보문고에서 그렇게 공간을 개방했습니다. 현재 초대형 서점들은 대부분 독서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놓고 있습니다. 이것은 굉장히 큰 변화입니다. 제가 어릴 때 기억에 있는 서점들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없었습니다. 책을 사들고 근처 앉을만한 구조물에 앉아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든 안사든 서점에서 책을 읽습니다. 읽다가 재밌으면 사는 거지요.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제안이 아닐까요? 왜냐하면 결과적으로 지식을 더 민중과 가깝게 개방시켰다는 의미니까요. 


쓰다보니 결말이 교보문고에 대한 찬양으로 끝났네요. 사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책을 수용할 때 그대로 수용하지 말고 비판적으로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내용이 무조건 옳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이 책에 대한 독서경험을 예시로 같은 텍스트를 보더라도 사람마다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력서를 쓰든 제안서를 쓰든 어떠한 글을 쓰다보면 글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과대포장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그리고 세상에 던져진 글은 저자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읽히며 독자들에게 수용됩니다. 자기계발서가 많이 읽히는 우리나라 도서 시장의 특성상 이러한 수용 매커니즘은 반드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계발서는 생각하는 힘을 키운다기보다는 방향을 제시하는 기능이 크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는 교육실태로 인해 비판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의식적으로라도 비판해서 읽어야 한다는데 동의하실 거라 믿습니다. 다르게 생각한다고 해서 잘못 읽었다고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부끄러워 할 일은 본인의 생각없이 텍스트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저는 이 책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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