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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닮은 Nov 25. 2021

한량이지만 밥벌이합니다.

지난 편에 고백했듯이, 나는 서비스업에 적합한 성격이 아니다. 그럼에도 생계를 위해, 또 내가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하며 지내기 위해 주말 동안 서비스직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가족사진 스튜디오에서 더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있도록 예쁜 옷을 입혀주는 일. 이렇게만 소개하면 꽤나 낭만적인 일인 것 같지만, 나는 주말 아르바이트생이고 주말은 이 가족 스튜디오의 대목이기에 하루 종일 평균 17팀 정도의 가족들 촬영을 쳐내야 한다. 말 그대로 '쳐내야'....... 이곳에서 일한 지 어언 2달이 넘는 시간이 흐르고 있고, 그동안 내가 불친절하다는 이야기를 두 번이나 들었으니 나는 정말 친절하지 못한 인간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겠다. 처음 보는 이들이 느끼기엔 말이다. 친한 친구들은 나를 친절하고 배려 있다고 이야기해주는데. 아무래도 짧은 시간 동안에는 나의 친절함을 마구 뿜어낼 재간이 없다.


오늘은 스튜디오 실장님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에 온 전화 한 통은 받지 못했고, 카톡으로 전화하셨냐고 여쭤봤다. 다시 전화가 오시기에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 하신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 내가 다이아 목걸이 도둑으로 몰렸었다는 말을 말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우리 동네에는 '하이테크'를 동네 문방구에서 훔치는 장난이 유행한 적이 있다. 장난이라고 하지만 엄연히 도둑질이긴 하다. 너나 할 것 없이 아주 평범한 친구들도 그런 도둑질을 해댔는데, 그때에도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유혹조차 느낀 적이 없는 선량하고 정직한 시민이라 자부한다. 그런 내가 도둑으로 오해를 받다니. '아, 나 이 일 오래 할 수 있을까.'부터 시작해서 서러움과 '와, 나 이런 취급까지 받으면서 일 정말 해야 하나?' 등 짜증과 어이없음이 몰려왔다.


그 손님은 내가 아무래도 그 목걸이를 탐내서 빼라고 이야기를 했으며, 본인에게 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cctv를 돌려 보자고 강력 피력한 후에야 제 손으로 목걸이를 뺀 것과 제 동생 가방에 고이 모셔 목걸이를 넣어둔 것을 확인했다고. 그러면서 나를 의심한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고 꼭 사과를 전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모델 일을 하면서 정말 값 비싼 명품을 입으면서도 슬쩍하고 싶다거나 값 없이 갖고 싶다는 마음조차 느낀 적이 없는데, 이런 동네 스튜디오에서 남의 물건에 탐을 내 도둑질이나 하는 아르바이트생 취급을 받다니. 신세 한탄과 나의 처지에 대한 연민이 절로 밀려온다.


이런저런 생각이 몰려오는 걸 간신히 억누르면서 현실에 함몰되지 말자고 다짐한다. 나는 5일을 한량으로, 2일을 밥벌이로 지내기로 마음먹었으니까. 사회생활이란 게, 밥벌이란 게 원래 이토록 고단한 일일 것이라고.


그건 그렇고. 친절하게 하는 건 대체 어떻게 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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