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은 참 신비롭습니다.
과한 것은 스스로 줄이고, 부족한 것은 채우며 균형을 맞추는, 정교한 조절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 서로 주고받는 신호들은 마치 잘 짜인 오케스트라 같고,
그 섬세한 균형 위에서 우리의 기분, 에너지, 면역, 사고까지 모두 유지됩니다.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저는 약을 많이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항우울제가 '보상 시스템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중독성 있는 약’은 아니지만,
약을 통해 ‘쉽게 좋아지는 경험’을 반복하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는 중독의 매커니즘과 크게 다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사색하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거나
생활습관을 바로잡아 스스로 회복하는 경험을 쌓는 대신,
약에 의존해 다시 기분이 올라오기를 기대하는 것.
저는 그 과정에서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이 있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저희 병원에 처음 오시는 분들께는
약물치료를 병행하더라도 생활습관을 반드시 함께 정비해두라고 당부드립니다.
누구에게나 가장 필요한 것은 ‘기능’의 회복이기 때문입니다.
일주일 혹은 2주 간격으로 자주 오시라고 하는 이유도 같습니다.
약만 드리고 “한 달 뒤에 봬요”라고 보내는 순간,
회복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놓쳐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발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분들께는 약을 더 길게, 더 많이 드리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재발은 곧 “아직 우리 몸의 기능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신호입니다.
그래서 저는 마음챙김, 운동, 수면 리듬 회복, 식습관 조절 등
몸과 마음의 생리적 균형을 되찾는 방향에 훨씬 적극적입니다.
쉽게 얻은 회복에는 언제나 그만한 대가가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기능의학에 초점을 두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몸은 ‘억지로 좋아지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그 자연스러운 회복력을 되살릴 때,
증상은 사라질 뿐 아니라 재발도 줄어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환자분 스스로 “나는 회복할 힘이 있는 사람”이라는
근본적인 믿음을 갖게 됩니다.
물론 약물치료가 중심이 되어야만 하는 시기도 분명히 있습니다.
예기치 못한 사건이 겹쳐 스트레스 환경을 바꿀 수 없을 때,
수험생처럼 몸과 마음을 돌볼 여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기,
사업체나 회사에서 중요한 국면을 지나야 할 때처럼
생활 자체가 회복의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늘 이런 질문을 마음속에 품습니다.
“우리 몸과 마음의 회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과연 있을까?”
정신과 진료는 단순히 증상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기능을 되살리고, 삶의 균형을 회복하도록 돕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균형은 약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몸과 마음의 리듬을 찾는 작은 변화들이 모여
비로소 건강한 ‘나’로 돌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기능의학의 시각으로,
우리 몸이 본래 가지고 있는 치유의 힘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환자분들이 다시 삶을 살아낼 수 있는 가장 탄탄한 기반이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