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_잘 사용하지 않는 말
하나. 둘. 하나. 그리고 둘. 하나. 하나 반. 둘. 다시 둘.
입술은 시옷이 아닌 디귿의 모양으로만 움직인다. 셋은 끝내 내뱉지 못한채. 그렇게 영원히 하나. 그리고 둘인 것이다.
하루는 얕은 개울물 속에서 참방거렸다.
비가 오면 우비와 장화를 신고 맑은 빗물을 흙탕물로 흐리면 즐거우니 지저분한 물이라도 즐길 수 있었다.
또 하루는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담궈진 발을 빤히 쳐다보았다. 맑은 물 아래 움직이는 발과 차가운 온도는 몸을 서늘하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그 느낌이 묘하게 좋았다. 함께 들려오는
바람 소리도 나뭇잎의 살랑임도 모두.
아무리 더운 여름 한 가운데 있어도 괜찮았다.
견딜 구석이 있었다.
잠시 잊고 지내다 다시 알아챘을 때는 바다였다.
겨우 더운 여름을 지내왔는데 아주 꽁꽁 추운 바람이 새겨지는 겨울 바다.
음, 한 때는 좋아한다고 생각했지 않았어?
아니 아니. 겪어보니 너무 춥더라.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기운이 너무 차가워서, 매서워서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손에 입김을 후- 불고 여러 번 비비면 온기가 생겼다. 그 작은 낙원으로 겨울을 났다.
그렇게 그렇게 바다 위에서 살았다.
개울물처럼 잔잔할 때도 있었고,
시냇물처럼 작은 물결이 스칠 때도 있었다.
하지만 파도를 잊었다. 겨울에 바다를 처음 마주했을 때는 바다에 뛰어들지 않았으니까. 파도를 나는 법은 배우지 못했는데.
우비도 장화도, 튜브도 없어. 바다 속에 있어서 온기를 만들어 내지도 못해. 어떡하지?
물살 사이에서 기억들이 어룽거린다.
그 기억들 사이에서
내 표정은 어룽어룽. 어룽어룽.
어룽어룽.
하나. 둘. 마지막으로 셋. 진짜 셋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