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_수영장
1
-선생님 저는요, 어떨 때마다 제가 금붕어 같아요. 아닌가? 금붕어 같아지고 싶은 것 같기도 하고요.
한의 말을 듣고 담당 의사는 키보드를 두드렸다. ‘금붕어’, ‘투영’ 등의 단어를 차트에 적어두었다. 한의 꼴깍-하고 넘어가는 침소리를 들으며 다시 한의 이야기를 듣는다.
-금붕어 좋아하세요?
2
은의 작은 수족관을 보며 한은 검지손가락을 톡. 가져다 댄다. 한의 손끝에는 빨간 금붕어 한 마리가 있고, 한은 그런 금붕어의 움직임을 따라 곡선을 그려간다.
-한아, 한 마리 줄까? 걔, 배 잘 봐봐. 알을 품었더라.
-은아, 얘는 여기 있어서 행복할까? 아니 불행할까?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은은 자신의 할 일을 했다. 한은 자신의 세계에 빠지면 이야기를 듣지 못하니까. 은의 카페는 오전 아홉 시에 오픈한다. 하지만 일요일이면 한 시간 일찍 문을 연다. 한은 일찍 오면 힘이 들 텐데도 일요일 아침에는 손님이 오지 않아 온전히 몰입하여 수족관을 구경할 수 있다며 꼬박 꼬박 잊지 않고 온다. 그리고 저렇게 한참을 손으로 금붕어의 움직임을 따라다니기도 하고 산소 장치에서 나는 뽀글뽀글 뽀그르르 소리에 맞춰 뻐끔거린다. 은은 그런 한을 보면서 사실 금붕어의 환생일지도 모른다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정성을 들여 바라보며 정신이 팔려 남의 이야기를 듣지 못할 리가 없다. 그래서 가끔 금붕어처럼 기억력이 짧을까 내 이름이 무언지 아느냐고,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하냐고 물었다. 다행히 한은 파하 웃으며 눈물까지 보였다. 자기가 진짜 금붕어인 줄 아느냐고 말이다.
3
-긴 꿈을 꿨어요.
-꿈 속에서는 환자분은 어떤 상태셨나요?
한은 눈을 천천히 감는다. 그리고 간밤에 꾼 꿈을 떠올리며 질문에 대답한다. 파랗고 투명한 물 속에서 눈을 뜨고 있었다. 한은 이상하다 생각했다. 내가 물이라고? 하지만 나는 물을 무서워하는데… 아 꿈이구나. 그럼 여기는 바다인가? 한은 몸을 더듬거리며 움직였다. 한의 움직임에 따라 물의 흐름도 같이 따라 움직였다. 팔다리가 붕 떠있고 볼은 숨이 가득차있었다. 눈은 바다 속이라고 생각하기엔 무색할 만큼 잘 떠졌고 몸은 매끈매끈 마치 비늘과 같이 무지개빛으로 빛났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가
-주변에는 무엇이 있었나요?
-음. 제가 아까 바다 같다고 말했었나요? 바다인줄 알았는데요. 그게 아니더라고요.
의사는 차트에 오늘 날짜를 적고 다시 단어들을 적는다. ‘꿈’, ‘현실’, ’연결‘
-사람들이 아주 많았어요. 다 저와 똑같았어요. 그래서 알았죠. 드디어 내가 금붕어가 됐구나. 이곳은 어항이구나. 신기하지 않나요? 제가 물 공포증이 있었다고 말한 적 있나요? 제가 전에 물에 빠져 죽을 뻔 했거든요. 그리고 물을 생각하면 너무 캄캄하고. 죽고.. 음 그런거. 아시죠.
-네. 그럼 본인이 금붕어 같이 느껴지셨나요?
-아니요.
-그럼 무엇이라 생각하셨나요?
-기어이 되었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가보려고요. 그곳에.
-살아지죠?
한은 고개를 끄덕인다.
4
-은아, 내가 금붕어를 왜 좋아하는지 말했었나?
-아니. 그러네. 언제부터 그렇게 좋아했지?
-잊잖아. 아파도. 힘들어도. 배가 고프고 울고 싶어도 결국 잊잖아. 손으로 금붕어를 따라가면서 뒤돌아 헤엄치면 아 얘는 이만큼에서 잊구나. 얘는 이만큼이네. 해.
-같이 가줄까?
-응. 그래주면 고맙지.
가수 한로로의 ‘금붕어’ 라는 노래를 듣고 쓰여진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