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_편지
1967년. 8월 5일. 오늘은 날씨가 많이 더워요.
저번 여름, 우리 함께 천변을 거닐던 순간을 기억해요. 왼손은 등 뒤에, 오른손은 차양막을 만들어 제 이마 위가 햇볕에 타지 않게 가려주었죠. 혹여 눈이 부시면 큰일이 난다며. 제가요, 눈치가 빠른 걸로는 저희 회사에서는 일등인거 모르셨나요. 그렇게 하시길래 아. 저 사람은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 나와 만남을 하고 싶구나. 라고 확실하게 마음 먹었죠. 그래서 저도 종착역을 두고 선로를 달리는 기차가 되어 당신을 종착역 삼기로 했죠. 추후에 당신은 더운 걸 참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는 참 놀랐어요. 저는 정말 몰랐어요. 대체 사랑이란 뭘까요? 뭐길래 별볼일 없게 생긴 저를 당신이 홀딱 빠지게 만들어버린 걸까요? 그래서 당신의 다정함에 저도 홀딱 빠져버렸답니다. 이렇게 보고싶게 만들어두고 멀리 가시면 어떡하나요. 당신은 참 무책임한 사람이네요.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간 것이니까요. 사랑하는 마음 속에 기다리는 마음도 있으니 제 걱정은 마세요. 잘 기다리고 있을게요. 당신을 그리워하는 제게 친구가 책 속에 라일락 꽃이 나오는데 참 낭만적인 향을 가졌다고 하더라고요. 읽어보니 라일락은 유럽에서 참 화사하게 핀데요. 유럽이면 당신이 있는 곳이잖아요. 저도 참 많이 공부했어요. 몸이 머니까 마음이라도 가까웠으면 해서.
그래서 말인데, 우리 나중에 함께 살면 화단에 라일락 꽃을 심어두면 어떨까요? 낭만을 가득 안고 살면 꽃나무가 필 때마다 우리 마음은 늘 봄인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당신도 같은 마음으로 저를 그리워하길 바라며 이만 마칠게요. 보고싶다 말해도 당장은 닿지 않을테지만, 제 몸과 마음의 방향은 늘 당신이 있는 쪽을 향해 있어요.
-편지 속 시간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가 독일로 건너갔을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