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_행복
태초에 불행을 먹는 괴물이 있었다. 그 괴물은 언제 등장했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생겼는지도, 어떤 소리가 나는지도 모른다. 마치 ‘죽음’처럼 마주한 사람만 알고, 마주한 사람은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다. 사람들이 처음 불행을 먹는 괴물을 알게 된 계기는 죽음을 경험하고 왔다던 알리기에리 단테처럼 ‘그 괴물’을 처음 보고 살아 돌아왔다는 한 아이의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자.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들려줄게.
-정말, 정말 ‘그 괴물’을 만났어요?
-만났데. 물론 나 말고 한 아이가.
-우와. 부럽다. 저도 궁금해요.
-흠. 과연 부러워해도 될까? 알고 있지? 괴물을 만난 사람들은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 거.
-알아요. 그래서 더 부러운 거죠. 살아 돌아왔고, 불행을 먹혀서 행복만 남았으니까요.
그 아이가 공원 구석에서 울고 있었나 봐. 왜, 우리 마을 사람들이 낮이면 거니는 그곳. 아이는 벤치 옆에서 잔뜩 웅크려 울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데. 하지만 아이는 누가 자기를 바라봐 주길 바랐더래. 그래서일까? 불행을 먹는 괴물이 다가왔을 때 무섭기보다는 반가웠데. 그 괴물은 마치 온 세상의 불행을 삼킨 것처럼 새까만 구름 같았는데, 눈은 아주 크고 반짝였데. 그리고 이렇게 말했데. ‘너의 불행을 내게 줄 수 있겠니?’ 아이는 ‘그 괴물’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어서 당장 울음을 멈춰 줄 구원자에게 손을 내밀었고, 괴물은 아이의 손을 잡고 눈을 꼭 감았데. 그러자 아이의 울음은 마법같이 그쳤다나 뭐라나. 우와! 신기해요. 근데 더 신기한 게 뭔 줄 알아? 아이가 눈물을 닦았을 때 검은 형상은 사라졌고 기분이 꼭 하늘 위를 나는 것 같았데. 그 기분을 만끽하며 집으로 신이 나게 뛰어갔고 아이는 활짝 웃었지. 집에 아무도 없었거든. 저녁에도.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좋겠다. 너무 너무 부러워요. 그런데 아저씨는 어떻게 그런 걸 알고 있어요?
-응, 바로 내가 그 괴물이거든. 이제 어둠 속에서 나갈 시간이야. 눈을 떠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