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_불멸
하얀이 지수를 만난 건 한 달 전이였다. 최근에 원치 않은 이별을 경험해 잔뜩 서성거리고 있는 하얀에게 지수는 말을 걸었다. 아니 건 게 아니라 뱉은 거지. 저기요. 가만히 좀 있으세요. 아니 나 지금 심란해 죽겠는데 가만히 있으라니?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졌다고 해도 정말 너무하네. 생각할수록 화가 나서 지수를 노려보며 그가 앉은 벤치에 따라 앉았다. 그리고 올려다본 얼굴은 마찬가지로 수심이 가득했다. 난생처음 본 사람이 한숨만 푹푹 내쉬고 한참 허공을 응시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갔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길래 내가 옆에 앉아도, 뚫어져라 쳐다봐도 반응이 없을까? 지수는 곧 벌떡 일어나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축 처진 어깨를 하고. 하얀은 그런 지수가 계속 생각났다. 내 고민은 잊혀질 만큼 그가 걱정됐다.
타고나길 슬프게 태어난 사람이 있을까 엄마? 하얀이 묻는다. 왜 그런 질문을 해? 갑자기 그게 궁금해졌어? 아니 그게 아니라 세상에 즐거운 일이 이렇게 많은데 웃지 않는 사람이 있더라고. 계속 멍때리기만 하더라. 슬프기만 한가봐. 보통 처음부터 그런 사람은 없지. 적어도 엄마가 만난 사람 중에 그런 사람은 없었어. 하얀은 엎드려있던 몸을 일으켜 엄마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이야기한다. 어떤 거 먼저 이야기를 해줘야 할까나. 엄마는 조잘거리는 하얀의 얼굴을 쓱 보며 고구마 먹을까 우리? 라고 말하며 움직인다. 하얀은 고개만 끄덕거리며 말을 이어간다. 하얀의 엄마는 고구마를 까며 하얀에게 건내고, 그는 고구마를 작게 베어 물며 다짐한다. 그래서 내가 꼭 웃게 해주려고! 엄마 나 이제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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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냈니? 난 아직도 여기서 너를 기다려. 그리고 오늘은 정말 정말 잊어보려해. 더이상 너를 보고싶어하지 못할거야. 사랑을 줘야할 일이 생겼거든. 달그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지수는 용기를 연다. 우는지 웃는지 모르겠는 얼굴로 용기 안에 들어있는 사탕을 집어든다. 한입에 와앙 넣는 것 같지만 사실 사탕이 입에 들어가기까지 그의 손이 얼마나 떨고있었는지 모른다. 아마 그도 모를 것이다. 사탕을 입에 넣자 빠른 속도로 녹아 없어진다. 사탕의 단맛과 입 속의 타액이 만나 금새 녹아버린다. 이제 삼키면 된다. 하지만 지나가는 시간을 1초라도 붙잡고 싶은 지수는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을 흘리지 않는 것처럼 녹아버린 사탕을 입에 머금고 있다. 잠시 뒤 사탕물이 넘어가 꿀꺽 소리를 내며 식도를 타고 내려간다. 눈물도 볼의 곡선을 따라 내려간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 이제 이곳에는 벽에 기대 주저앉은 지수의 울음소리만 가득하다. 지수는 그 누구보다 초코의 영원을 바랐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초코가 그렇게 먹고싶어 했지만 주지 못했던 사탕을 올 때마다 한 알씩 먹었다. 그리고 이 사탕을 다 먹는 날에 그리움을 멈추고 힘내서 살아가기로 했다. 초코야. 언니가 다시는 기르지 않으려 했는데 어떤 강아지가 자꾸만 언니를 따라 오더라고. 그게 마치 초코를 처음 만났을 때 같아서 무시할 수가 없었어. 그래도 언니 마음 속에는 초코가 영원히 일등인거 잊지마. 알겠지? 그리고 영영 사랑해. 언니 가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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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불멸했으면 좋겠는 대상을 생각하며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