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수진 Nov 06. 2020

할 수 있다면 좋은 것만 주자

131 번째 이야기

 

환경은 나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줄까? 4년 전쯤부터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하곤 했다. 그때는 한창 커뮤니티를 즐겨했었고 그곳에서 많은 정보를 얻으며 자투리 시간을 때웠다. 그러던 중에 나도 모르게 스스로가 그 커뮤니티 안의 의견을 나의 의견인 것 마냥 흡수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들이 맞다고 하면 맞았고 아닌 거라면 아니었다. 그 안에서 나의 주관적인 판단은 너무나 쉽게 무너져 내렸다. 그때였다. 내가 더 이상 커뮤니티라는 것을 하지 않기로 다짐했던 때가.


최근 들어 자극적인 콘텐츠가 쏟아지고 댓글이 난무한다. 필터링이 없는 단어들은 모두 자연스럽게 나에게 흡수되었고 내면을 조금씩 어지럽히고 있다. 내가 뱉어두고 당황스러웠던 언어 선택, 나도 모르게 하는 무의식적인 생각. 그것들은 사실 모두 내가 직접 보고 흡수한 것들이었다. 나도 모르게 내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스스로가 넓혀지고 있었다.


어느 책에서 읽었던 이야기 중에 내가 하는 말들은 공기 중으로 돌다가 땅으로 가고 강으로 가고 이곳저곳에 떠돌다가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내가 마시는 물로, 먹는 무언가로 또는 수많은 어떤 것들로. 터무니없는 이야기일 수 도 있을 테지만 나에게는 이 이야기가 크게 와 닿았다. 내 말이 알게 모르게 어딘가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겠구나. 그리고 당연히 안 좋은 말은 나에게 가장 안 좋겠구나.


사람들은 말한다.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고 좋은 것만 주어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어른은 아닌가? 어른 또한 할 수 있다면 스스로에게 좋은 것만 주어야 한다. 이제 스스로에게 주는 것을 정하는 당사자는 본인이다. 시끄럽고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되도록이면 나에게 좋은 것들을 보여주고 주어야지. 오늘도 다짐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회의 신 카이로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