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 남매 중 넷째
엄마는 종종 내가 태어났을 때의 이야기를 한다. 그때는 우리 집이 많이 힘들어서 나를 가지고서도 줄곧 라면만 먹곤 했다고 한다. 여러모로 힘들었을 때 내가 태어난 거다. 내가 태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전까지 남자아이가 없어서였다. 할머니와 아빠께서는 남자아이를 정말 원하셨는데 우리 집에서는 계속 여자아이만 태어났다. 사실 나 이전에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가 남자였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에 태어나지 못하고 떠나버렸다. 그 덕분에(?) 내가 태어날 수 있었던 거다.
넷째까지 여자아이로 태어나니 아빠는 나를 정말 미워했다고 한다. 할머니도 마찬가지다. 초등학생 때 거실에 내 사진이 크게 걸려있었는데 할머니는 얘가 뭐가 예쁘냐며 첫째 언니로 사진을 바꾸라고 했다. 어려도 다 알고 다 상처 받는다는 걸 모르셨나 보다. 엄마는 가끔씩 갓난아이 때 내가 울면 아빠가 나를 크게 혼냈다며 나에게 말해주곤 했다. 나는 기억이 안 났지만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괜히 속이 상했다.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결국 나겠지만, 뭔가 어린 나는 나와 별개로 존재하는 어린아이인 것처럼 느껴져서 안쓰럽다.
환영받으면서 태어나지 못했던 나지만 그럼에도 태어날 수 있음에 감사하다. 태어날 수 없었던 수많은 가능성을 뛰어넘어 지금 여기 존재함에 감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잘 자란 나 자신도 너무 대견하고 또 키워준 우리 엄마 아빠도 감사하다. 나의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과정과 끝은 창대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