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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수진 Nov 07. 2023

마음이 동날 때까지

끝까지 간다

어느 순간부터 끝장을 보는 걸 좋아하게 됐다. 무엇이든 결국에는 끝이 있는데 애매모호하게 중간에 멈춘다거나 마음에 덜 찼는데 만족하게 되면 항상 아쉬움이 남았다. 아마 수많은 아쉬운 순간들이 모이고 모여 이 마음가짐을 만든게 아닌가 싶다.


이번 여행은 내가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동날 때까지,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까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매번 일정을 앞뒤로 다 잡고 나가는 여행은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거나 더 머물고 싶다거나 할 때 돌아갈 날짜가 정해져있어서 그러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아주 질릴 때까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슬슬 이 마음의 끝이 오고 있음이 느껴진다. 자꾸만 한국이 생각나고 기쁘게 들어갈 수 있겠다는 느낌. 주짓수도 하고 싶고 동기언니랑 친구들도 보고 싶고 얼른 한국가서 꾸미고 놀러가고 싶고 집가서 엄마 반찬에 밥도 먹고 싶다. 그리고 언니들도 한국에 와서 오랜만에 온가족이 모이는 순간이 왔다.


멀어져봐야 떨어져 있어야 비로소 그 소중함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사람 마음이라는 건 정말 신기하고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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