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번째 이야기
오늘은 집 주변에 있는 독립책방 '살롱 드 북' 을 갔다. 알게 된 지 얼마 안됐는데 주인 언니도 친절하셔서 자주 가고 있다. 항상 가면 책 한 권을 사들고 오는데 오늘 본 책은 가격이 조금 나가서 그냥 두고 올 수 밖에 없었다.
책 이름은 '알록달록' 이었다. 사진과 짧은 글만 적혀 있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 책은 온통 그 작가가 좋아하는 사진과 행복 그리고 사랑이 담겨 있었다. 글만 보는데도 덩달아 나도 행복해지는 기분이었다.
그 책을 보고 나도 내가 느끼는 행복을 생각했다. 행복이라고 하면 아주 큰 것을 떠올리게 되는데 사실 그런 행복은 자주 오지도 않고, 언제 올 지도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불행하게 만든다. 그래서 가끔은 큰 행복만 행복이라고 여기고 지금의 나에게 불만을 갖는 것 같다. 난 왜 남들처럼 여행도 못가고 알바를 하고 있는거야! 처럼
나는 여행을 갈 때 큰 행복을 느낀다. 노는게 좋으니까 당연히 그렇게 느끼겠지만 그 행복은 내 일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행복이다. 힘들고 지겨운 일들을 다 견디다가 떠나는 해방감에 큰 행복을 느끼게 되는게 아닐까?
여행을 길게 가게 됐을 때 어느 순간 여행이 일상처럼 느껴져서 지겨웠다. 게다가 다시 일상이 그리웠다. 아이러니하다. 그렇게 도망치고 싶던 일상을 다시 그리워한다는게. 그러면서 일상에서의 행복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생각보다 일상은 행복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신기하게 내가 짧게 그린 이 그림들로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느꼈다고 말했다. 너무 신기했다. 잊고 있던 일상의 행복을 알아서 였을까? 뇌는 쉽게 속는다고 한다. 이 그림을 보고 뇌가 그 상황을 생각하고 행복을 느낀 것 같다. 자주 그려야겠다!
오늘 일을 하다가 나는 너무 쉽게 익숙해진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니까 아주 좋은 일이 생겨도 그 순간이 지나면 금방 잊고 불만을 갖는다는 것이다.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난 그 기준을 낮추기로 했다.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큰 행복이 와도 난 다시 그 행복을 잊고 더 큰 것을 원하게 될거다. 내가 가진 것 중에 당연한 건 없다. 정말로. 매일 그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