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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수진 Feb 08. 2024

웃지 않는 법

어렸을 땐 덧니가 있어서 환히 웃을 수 없었다. 그래서 웃음이 예쁜 사람을 보면 그렇게 부러워했었다. 그러다 고등학생이 되어 교정을 하게 됐고 그때부터 웃는 연습을 해서 나름 웃음이 보기 좋은 사람이 되었던 것 같다. 잘 웃는 사람이 누군가의 호감을 사기에 좋으니까, 웃음이 보기 좋다는 건 아무쪼록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그랬다. 잘 웃으면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에 좋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난 웃지 않는 법을 잊은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웃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웃지 않으면 저 사람이 내가 화났다고 생각할 것 같아. 웃어야지, 웃어야 돼.


최근까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이집트에서 친구 루카스가 사진을 찍어준다고 해서 평소처럼 활짝 웃었는데 “seriously” 하며 나한테 웃지 말라고 요청을 했다. 항상 더 활짝 웃으라고만 들어왔는데 그게 뭐라고 좋았다. ’웃지 않는 나‘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 계기였다. 그 모습도 보기 좋구나. 그 이후로 난 웃지 않는 법을 알게 되었다. 웃지 않아도 되었었구나, 괜시리 지난 나한테 미안했다.


웃고 싶을 때 웃고, 웃고 싶지 않을 때 웃지 않는 방법을 아는 건 생각보다 큰 힘이라는 것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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