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이제야 제법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느낀다. 이제서야. 그동안은 그저 젊은이라고 느껴왔다. 젊은이, 청춘. 하지만 이제 난 제법 어른이 된 것 같다. 한국나이로 서른하나고, 이제 곧 만나이도 서른이 되니까 이제 정말 어른이 되었다.
그래서 어떤 어른이 되었느냐 하면, 지 멋대로 사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세상에, 내가 이런 어른이 될 줄이야. 내가 이런, 이런, 대책없는 어른이 될 줄이야. 과거의 나는 상상도 못했을 건데, 그날의 나는 이러지 않길 바랐을 건데 미안해서 어쩌나.
하지만 그냥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날의 내가 오늘의 나를 만나면 참 좋아할 것 같다고. 와,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냐며 어떻게 그렇게 성격을 다 바꾸었냐며 참 좋아하고 행복해할 것 같다. 그때의 나는 눈치도 많이 보고, 심하게 나보다 남을 생각하고, 싫은 말 못하고, 상처 받느라 고생 참 많이 했지.
지 멋대로 사는 어른이 된 지금의 나는 정반대다. 쓸데없는 눈치는 절대 안 보고 일단 나를 먼저 생각한 후 상대를 생각하고 싫은 소리도 잘하고 상처는 종종 받아도 회복력이 아주 좋다.
어쩜 이런 어른이 되었나. 어찌 이런 어른이 되었나. 나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 어른이 되었다.
아주 마음에 드는 옷을 입었다. 아주 아주 마음에 드는 옷을 입었어. 내 마음에 꼭, 아주 아주 아주 꼭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