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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케치 Feb 25. 2020

(이태원 클라쓰) 단밤 포차에서 일하는 최승권에게

이스털린 역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많이들 하는 말이다.실제로도 그렇다.그런데, 적어도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는 않는다.사람은 변할 수 있으며, 청춘의 삶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우리 모두는 사회적 관계와 환경에서 성장한다.그 성장통에서 누구의 삶은 다소 묽고 어떤 삶은 조금 짙게 칠해졌을 뿐이다. 삶의 척도는 상대적이라지만 삶을 채워간 물감이 짙을수록다른 색감을 덮어도 채색되기 어렵다. 그러나 그저 그뿐이다. 누구든 삶의 색은 바꿀 수 있다. 물론 그 변화가 쉽지는 않다.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삶의 고됨이 세상을 조금 삐딱하게 살아도 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주어진 관계나 환경 탓으로 돌리기엔 우리네 청춘은너무나 눈부시다. 시작이 늦어서, 덜 배워서, 실패했다고 해서,삶의 색마져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변할 수 있는 시간은 아직 유효하며,새로운 색감으로 다시 짙게 그리면 된다. 그 뿐이다. 네가 말했듯,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고 시간의 농도는 늘 상대적이니까 말이다.나 또한 주어진 환경이나 관계가 부끄러울 때가 있었다.그러나 그 덕분에 사회와 부지런히 소통할 수 있었고,세상을 조금 더 다양한 시선에서 볼 수 있었고,어리석지 않고자 노력할 수 있었다.그리고 내 삶만큼이나 다른 누군가의 삶 또한 소중함을 배웠다.돌이켜보면 부끄러운 것은 환경이나 관계가 아니라 가난한 마음이었다.그래서 더욱 최승권, 네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너로 인해 누군가는 희망을 갖고, 다시금 용기를 내고,조금은 삶의 다른 색을 입혀보려 시도할 것이기에 말이다. 예전 동료가 찾아와 단밤에서 일하는 네게 유혹을 권할 수 있다.그깟 포차가 뭐고,서빙이 뭐냐며,흔들 수 있다. 혹여 그때가 찾아와 흔들린다면, 이스털린 역설을 생각하길 바란다. Richard Easterlin, Easterlin Paradox경제학자 리차드 이스털린이 돈, 행복 그리고 시간에 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위 그림과 같이 소득(빨간 선) 상승이 단기간에 행복(초록 선)을 만들 수는 있으나 장기적 관점에서 행복을 유지시켜 주지는 못했다.  2018년 우리나라 GNIGross National Income는 3만불을 넘어섰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사는 우리 청춘들이 이전 세대들보다 행복하지는 않다. 실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10명 중 2명(22%)만행복하다 답했으니까 말이다. 언젠가 4만불, 5만불을 넘으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10명 중 8명이 행복할까라는 물음에도 이스털린 역설은그렇지 않다고 말해주고 있다.시간의 농도가 상대적이듯, 행복 또한 상대성을 갖기 때문이다. 지금 잘하고 있다. 충분히.바람이 있다면, 네가 다시 입히려는 삶의 색이, 시간이,누군가에게 위안을 주고, 용기를 주고, 다시 칠할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한다. 네가 그랬듯이. 무한히 성장할 너의 가치를 응원하며, 스케치 ps. 참,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하니 서빙할 때는 마스크 꼭 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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