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마레 Apr 10. 2024

100명의 마레가 산다

제 0화. 내 이름은 금숙, 명래여고 담임

배우가 찍고 쓰는 단편영화이야기


'말해주면 어디가 덧나니?'


금숙의 말은 영신에게 닿기도 전에

후드득.


그럴 줄 알면서도

금숙이 내뱉은 흡사 긴 한숨 같은 그 말.


대본리딩
 단편영화 '안녕의 세계' 중에서

 친구의 무단결석으로 인한 소문과 균열을 다룬 여고생들의 이야기, '안녕의 세계'


 지칠 대로 지쳤어

  감독님이 내게 말해 준 여고 담임 금숙의 캐릭터.

화장기도 목소리도 힘을 뺐다.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는 걸 아니까.


 촬영 전 기운 없는 몸을 만들어야지.

식단조절도 했다.

그래도 눈초리만은 예리하게.

그럼에도 목소리는 강단 있게.

그렇게 푸석푸석한 강철금숙이 되어갔다.


우리들의 세계는 안녕할까

영화 덕분에 40년 만에 다시 찾은 교실.


부디 안녕하길 바랐다.

돌이켜보면 나의 학창 시절이라고

별반 달랐을까.


미주알고주알 스타일은 아니었던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내색하는 게 서툴다.


<우리 반 학생들, 대기시간 배우님들과>




<추웠던 1월, 촬영현장>







                                                              


그래도 한 번쯤 말이나 꺼내볼걸.

 저 진짜 힘들거든요.


 알면서도 모르는 척.

계속 말을 캐물으며 마음만 탐색할 뿐.

그래서 이 영화의 인물들은 누구 하나,

 속시원히 털어놓지 못한다.


얘들아, 아무 말이라도 좀 해주라.

선생님 속이 시커멓게 탄단다.

그래도 너희들만 하겠냐만.


말해주면 어디가 덧나니?



S#13   INT. 교무실 – 명래여고 (오후)


방과 후의 교무실,

금숙의 옆자리에 영신이 앉아있다.

금숙은 영신을 보지도 않고

본인의 일을 처리하는 중이다.


금숙

왜 안치던 사고를 치고 그래?


영신

… 아니에요.


금숙

뭐가 아닌데.


금숙이 그제야 의자를 돌려

영신을 본다. 깊은 한숨소리.


금숙

뭔 일 있으면 좀 말하면

 어디가 덧나니?

교직생활 동안 이런 애들은

또 첨 본다.


혼잣말하듯 말하는 금숙을

영신이 빤하게 본다.

 

금숙

가봐.

 

(안녕의 세계, 13 씬  대본)


그럼에도,

누군가 한 사람쯤은

안녕의 세계를 향해

 긍정의 종이비행기를 날려주겠지.

그래, 그럴거야 분명.



안녕의 세계

2023/Fiction/Color/20min

각본/연출: 정연지  

출연: 장재희, 이한누리, 장마레, 소중한 배우들

제44회 청룡영화상_청정원단편영화상 본선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_로컬시네마부문


<2023 서울독립영화제 포토월에서>








우리들의 안녕에 주목한

정연지감독의 영화로운 시절을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배우가 찍고 쓰는 단편영화이야기

 '100명의 마레가 산다'

장마레의 브런치는 매주 수요일.



곧.

[연재 브런치북]

업그레이드버전으로

금숙의 이야기가

찾아옵니다.


https://https://brunch.co.kr/brunchbook/mare10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