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예술이다

편백나무 사우나의 의미를 찾아서

by 바론

나는 미술관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에 미술관이 있어서 혼자라도 자주 방문하였다. 다른 도시나 나라로 여행을 할 때도 미술관이 있으면 잠시라도 들리려고 하는 편이다. 내가 유럽에서 태어났다면 아마 예술가가 되었을 거라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었다. 나의 대답은 "그랬더라면 아마 플랜더스의 개를 끌어안고 성당에서 얼어 죽은 네로가 나였겠지"였다. 그렇다고 미술을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다. 무언가 있어 보이려는 허영도 아니고 그냥 미술관에 가면

마음이 편해질 뿐이었다.


대구에도 제법 큰 규모의 전시가 가능한 대구미술관이 생겼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벗어나지 않고도 쿠사마 야요이, 김환기 같은 작가의 작품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은 그래도 운이 좋게 문화복지를 제법 누리고 사는 셈이다. 가족과 함께 故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 전시를 보기 위해 미술관을 찾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한 작품은 이인성 작가의 '노란 옷을 입은 여인상'이었지만 뜻밖에도 이상한(?) 물건에 눈길이 갔다. 마치 편백나무로 만든 사우나처럼 보이는 내 키보다는 커 보이는 설치작품이었다. 아이를 돌보아야 하기도 하고 진지하게 감상할 시간은 없었다. 대충 작품 설명을 훑어보았다.



박현기(1942-2000)의 작품인 <무제(ART)>

목재를 조립해서 만든 건축적인 구조의 설치작품이다.

미술가이자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한 그는 우리의 감각과 지각이 공간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건축적 언어로 보여준다

관람객은 구조물 안으로 들어가 공간을 경험할 수 있고 그 속에서 바라보는 또 다른 공간을 느낄 수 있다.


아이는 미술관을 지루해했다. 미술관은 언제 끝나냐며 칭얼대기 바쁘다. 다행히 미술관에도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엘리베이터였다. 미술관의 엘리베이터는 외관이 투명한 통유리로 만들어져 있었다. 매일 타기도 하고 단순한 수직운동을 반복할 뿐인 엘리베이터인데도 유리를 통해 바깥 풍경을 볼 수 있고 내부의 부속품들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 그것 또한 아이에게는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되어 주었다.

아내는 3층 전망대에서 조금 쉬기로 하고 나와 아이는 투명 엘리베이터를 몇 번을 오르내렸다. 나와 아이는 1층으로 내려와서 3층의 아내를 올려다보며 손인사를 하였다. 아내는 나와 아이를 내려다보며 신기하다는 듯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얼마 후 다시 3층으로 올라와서 아내가 찍은 사진을 보았다. 놀랍게도 사진 속 편백나무 사우나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3층에서 내려다본 그 작품은 자신이 A.R.T라고 드러내 놓고 말하고 있었다. 3층까지 올라오지 않은 다른 사람들은 편백나무 사우나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게 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라고 하는 사람보다 '그건 이런 의미가 있을 수 있겠구나.' 하며 생각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우연히 발견한 편백나무 사우나가 숨겨둔 ART라는 글자에서 아트의 의미를 발견한다. 우리의 삶은 분명 의미인데 삶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고 살아갈 때가 많다. 어쩌면 삶과 예술의 공통점은 감추어진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삶이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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