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감사한 일
언젠가부터 나의 안부를 가장 많이 물어오는 연락이 '안전 안내 문자'가 되었다. 2017년 포항 지진 이후로 서서히 통화량을 늘리더니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주기적으로 삭제해야 할 만큼 서신이 쌓여가고 있다. 답장은 보낼 수 없는 일방적인 소통이지만 누구보다 꾸준히 나의 안위를 확인한다. 오늘은 특별히 각기 다른 세 가지 종류의 안부를 전해왔다.
첫 번째는 코로나 확진자 알림이었다. 지난해 2월 대구는 코로나로 인하여 부정적인 의미로 새로운 하늘과 땅이 열리게 되었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라는 속담처럼 가혹한 선행학습을 거친 대구 시민들은 이후로 다른 어떤 도시보다도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했다. 방역수칙 역시 꾸준히 잘 지켜서 코로나를 잘 이겨내고 있다. 이후 일 년 하고도 절반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전 세계가 코로나와의 재수생활을 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 같다. 더 어렵게 변형된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대구 역시 일일 확진자 72명으로 예외가 되지는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안티 백서(anti-vaxxer)라고 불리는 백신 접종 거부자들과 백신 접종자 간의 사회갈등, 심지어 부부 사이의 갈등도 놀랍거나 드문 사례가 아니라고 한다. 나와 아내는 서로 마음이 맞아 둘 다 백신 1차 접종을 마쳤고 2차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1차 접종자가 국민의 70% 이상을 넘어서는 9월 말 10월 초에는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위드 코로나'로의 방역 전환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와의 공생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도 하고는 있다. 운이 좋게 가족이나 친인척 중에는 아직 코로나에 감염되거나 격리된 사례는 없다. 격려하고 위로하며 시간에 기대는 수 밖에는 왕도가 없을 것 같다.
두 번째로 호우로 인한 범람 알림이었다. 신천은 대구 도심을 가로지르는 얕은 천이고 작은 지역 자치구들의 경계이기도 하다. 대구는 비로 인한 피해가 적은 편이기는 하지만 신천은 꽤 자주 물에 잠기기도 한다. 자연재해란 예측도 불가하거니와 예측한다고 해서 달리 손쓸 방법이 없다. 그냥 겸허히 몇 발짝 물러서서 그것이 지나가기를 바라고 기다릴 뿐이다. 야간운동 삼아 산책을 하기 위해 신천을 찾았다. 출입제한을 하지 않고 있었기에 경대교 아래 신천으로 내려갔다. 밤낮없이 하루 종일 쏟아붓던 폭우도 이제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하였다. 아직 잔존하는 먹구름이 둥근달에 커튼을 쳐 놓은 밤이었다. 흐르는 물의 방향을 거슬러 오르며 걸었다. 일시에 과도했던 강수량을 소화하느라 신천은 거세게 흘러 내려가며 자정 하기에 바빴다. 오늘 밤 자정이 지나면 서서히 잦아들 물살 같아 보였다. 자연은 복구하려는 능력도 뛰어나다.
마지막은 실종아동을 무사히 발견했다는 알림이었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은 부모가 되어보니 더 잘 알겠다. 아이는 부모의 영혼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부라고 하기는 과대 포장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혼의 일부라는 표현은 확실하다. 아이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부모의 영혼이 조각나버린다는 것과 동일한 고통이라고 하면 비견이 되려나 모르겠다. 이제 나에게는 실종 아동 알림은 곧 부모의 영혼 유실과도 같은 동의어의 알림처럼 느껴진다. 어제는 아이를 찾는다는 알림이 왔었는데 오늘은 다행히 시민들의 관심과 제보로 아이를 안전하게 발견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다. 가족이 안전한 하루를 보내는 것만큼 감사한 일이 더 있으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잔디밭에서 목줄을 하고 있는 고양이는 주인을 잃은 고양이인가 길고양이인가 궁금했다. 고양이에게 실례가 되지 않을 만큼만 가까이 다가가서 관찰했다. 나를 경계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아 사람의 손을 탄 고양이 같았다. 고양이는 평온한 하루를 보냈는지 아니면 갈 곳을 잃은 당황을 감추기 위한 여유로운 척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방황하는 털들을 정리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역시 고양이의 속내는 알 수 없다. 잃어버린 고향이 있다면 고양이가 속한 곳으로 너무 늦기 전에 찾아가기를 그리고 내일 아침은 그의 가족과 보내기를 바라본다.
오늘 하루 건강했고 자연재해를 입지 않았고 가족이 안전하면 된 것 아닌가 싶다.
밤 11시, 선선한 바람이 셔츠 사이로 파고 들어와 이제 가을인가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매미는 마지막으로 울음을 쥐어짜 냈다. 귀뚜라미는 솔로로 풀벌레들은 화음을 쌓아가며 서서히 소리를 높여갔다. 내일도 이번 가을도 올해도 안전이 지속되기를 기도한다. "안전하십니까?"라고 물어오는 문자에 "네 저는 안전합니다"라고 회신하고픈 감사한 마음이 드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