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는 특별한 시간이 아닌, 따뜻한 교류입니다
발달 지연 아동을 키우는 부모님들은 늘 고민합니다.
'언제 따로 시간을 내서 놀이 치료를 해줘야 할까?' 매일 반복되는 식사, 옷 입기, 잠자리가 숙제처럼 느껴질 때도 많지요. 하지만 언어 자극은 거창한 교구나 특별한 놀이 시간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와 하루 24시간을 함께 하는 가장 평범한 생활 자체가 가장 풍요로운 언어 자극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 평범한 일상을 '놀이'로 바꾸는 작은 마법을 소개하려 합니다.
식사 시간은 아이의 요구 표현을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 있는 최고의 기회입니다.
아이가 손가락으로 반찬을 가리킬 때, 우리는 습관처럼 바로 줍니다. 하지만 이때 잠깐 멈춰보세요.
아이의 눈을 맞추고 부모님이 먼저 "이거 주세요" 또는 "밥 줘"와 같이 정확한 단어나 짧은 문장을 천천히, 명확하게 들려줍니다.
아이가 따라 하려 노력하거나, 하다못해 입 모양만이라도 낼 수 있도록 2~3초 정도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말하지 못하더라도 괜찮습니다.
부모님이 목표 단어를 들려준 후 음식을 건네주면서 아이의 행동과 단어를 일치시켜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자극이 됩니다.
더 나아가, 음식의 맛이나 식감을 함께 표현해 보세요. "이 국은 뜨거워 호호", "과자가 바삭바삭 소리가 나네", "딸기가 달콤해!"라고 과장되게 말해주면, 아이는 맛과 느낌을 언어로 연결하는 법을 배웁니다.
목욕 시간은 물이라는 감각적인 환경 덕분에 아이의 집중도를 높이고 새로운 어휘를 익히기 좋습니다.
평소에 쓰지 않던 위치와 개념 관련 단어를 자연스럽게 노출시켜 보세요. 장난감 오리를 물 속에 넣었다가 "나왔다!" 하고 꺼내면서 위치 부사를 반복합니다.
컵으로 물을 퍼 올리며 "쏴아", "퐁당" 같은 의성어/의태어를 들려주는 것도 좋습니다.
씻는 행동 자체도 훌륭한 언어 놀이가 됩니다.
"수건으로 머리 닦자", "비누로 거품 만들자"라고 말하며 신체 부위 명칭과 동사를 함께 사용합니다.
아이가 자신의 몸을 만지면서 말과 행동을 연결하면 이해력이 훨씬 높아집니다.
옷 입기는 순서 개념과 색깔, 신체 부위 명칭을 익히기에 완벽한 활동입니다.
먼저 순서를 숫자와 함께 말해줍니다.
"이제 바지 입을 시간이야. 바지 하나, 양말 둘." 그리고 옷을 입힐 때마다 "팔을 넣어볼까?", "손이 쏙! 나왔네"라고 말하며 신체 명칭과 동사를 강조합니다.
오늘은 아이에게 색깔 선택권을 줘보는 건 어떨까요?
"노란색 옷을 입을까, 파란색 옷을 입을까?"라고 물어보고, 아이가 좋아하는 색깔을 선택하면 그 단어를 여러 번 반복해 줍니다. 아이의 작은 선택이 언어 자극의 첫걸음이 됩니다.
일상 속 작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언어 자극 기회로 만드는 것이 발달 지연 아동에게 가장 중요합니다.
특별한 교구는 없어도 됩니다. 아이의 눈을 보고, 따뜻한 목소리로 이야기해주는 부모님의 목소리 자체가 최고의 언어 장난감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조금 더 확장하여, 주방의 냄비와 수저처럼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방 도구를 활용한 감각 놀이와 언어 확장법을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