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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가 서툰 아동과 교사의 첫 발자국

해야 한다'는 조급함을 버려야 하는 이유

�"놀이는 발달의 전부입니다." 교사의 어깨를 짓누르던 책임감


프롤로그에서 밝혔듯, 저는 특수교육 현장에서 놀이가 서툰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특수교사에게 놀이지도는 단순한 활동 시간을 넘어, 사회성, 인지, 운동 발달을 통합적으로 이끌어내야 하는 핵심 교육 과정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좌절했습니다.

표준화된 교구와 매뉴얼을 적용해도 아이들은 놀이의 목적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반복적인 행동에만 머물렀습니다. "오늘은 목표인 '협력 놀이'를 달성해야 하는데..."라는 교육적 목표가 저의 놀이 시간을 지배했습니다.

놀이 시간이 끝날 때마다 아이의 발달 그래프는 제자리였고, 저는 교사로서의 책임감과 조급함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놀이는 '성취해야 할 교육 목표'이자, '미달된 발달 격차'를 증명하는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pexels-rdne-8363102.jpg 아이들 스스로 놀이 주도권을가지고 참여, 교사는 가장 가까운 응원자가 되기


�첫 발자국은 '가르치려는 욕구'를 내려놓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놀이 현장에서 저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하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놀이 자체를 거부하거나 무관심할 때, 교사인 저는 아이의 실패를 교정하려는 '교사 모드'를 너무 빨리 가동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교사로서의 가르침(Instruction)'을 내려놓고, 아이의 '세계에 참여하는 동반자(Partner)'**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제 아이디어가 아닌, 아이의 '현재 관심사'와 '가장 편안한 행동'을 먼저 관찰하고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놀이지도의 첫 발자국은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비언어적 표현을 읽고 아이의 놀이 세계에 '진입하는 것'입니다. 이 단계에서 교사는 놀이의 주도권을 아이에게 완전히 양보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pexels-8pcarlos-morocho-2150734957-35173875 (1).jpg 아이가 좋아하는 물건을 통해 놀이 패턴으로 확장시키기

�아이의 '반복 행동'을 '놀이 패턴'으로 확장시키는 방법


제 학생 중 한 명은 항상 자동차 장난감을 일렬로 나열하는 행동만 반복했습니다.

교사 입장에서는 '창의적 놀이'나 '조작 능력'으로 확장시키고 싶었죠.

하지만 강요하면 아이는 바로 놀이를 중단했습니다.

저는 '나열하기'를 '놀이 패턴'으로 인정하고, 그 놀이의 테마에 미묘한 변화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1단계 (공감): 아이 옆에 앉아 저도 블록이나 공을 나열하며 '공유된 평행 놀이'를 했습니다.(가르침 X)

2단계 (확장): 나열된 자동차 앞에 '정지 표지판' 모양의 블록을 놓거나, 자동차를 '차고'에 넣는 시늉을 하며 '목적'을 부여했습니다.

3단계 (상호작용): 아이의 자동차가 제 차를 '추월'하거나 '충돌'하는 등,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소리와 반응을 추가했습니다.


놀랍게도 아이는 나열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순서 지키기', '대기', '역할 인식'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기 시작했습니다. 놀이가 서툰 아이들에게는 '버려야 할 습관'이 아니라, '확장의 출발점'이 되는 핵심 패턴이 있다는 것을 배운 순간이었습니다.


pexels-pavel-danilyuk-8441839.jpg 모두가 즐겁게 함께하는 참여 수업


� 다음 이야기 예고: 실패에 좌절하지 않는 교사를 위한 '놀이 기록'의 힘


다음 편에서는 아이의 놀이 거부와 실패 상황을 '놀이 실패'가 아닌 '의미 있는 교육 데이터'로 전환하는 구체적인 놀이 기록(Play-Data) 작성법과, 이를 통해 교사가 조급함을 관리하고 다음 교육 목표를 설정하는 노하우를 공유하겠습니다.

현장에서 헌신하시는 모든 선생님들께 이 글이 작은 위로와 실질적인 지침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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