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거짓말 같은 현실 앞에서

프롤로그] 캐나다 토론토, 경쟁이 사라진 교실에 도착해서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며 이 말을 얼마나 자주, 그리고 진심으로 할 수 있었을까요?

입으로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행복하면 됐지"라고 말하면서도,

눈은 아이의 받아쓰기 점수와 학원 레벨 테스트 결과에 흔들리곤 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경쟁의 트레드밀 위에서,

잠시라도 멈추면 영영 뒤처질 것 같은 공포.

그 속에서 "1등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말은,

어쩌면 우리 스스로를 속이는 가장 슬프고 잔인한 거짓말이었는지도 모릅니다.

niral-parmar-agbFCnNJPws-unsplash.jpg 좁고 치열했던 한국의 경쟁 사회에서 벗어나 캐나다의 '넓고 느긋한' 캐나다로 이주

그래서 떠났습니다.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

서울의 자가 아파트와 안정적인 '김 부장'의 삶이라는 익숙한 기득권을 내려놓고

캐나다 토론토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것이 대단한 용기였는지, 아니면 비겁한 도피였는지 그때는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단 하나,

내 아이만큼은 이 숨 막히는 '등수 놀이'에서 해방시키고 싶다는 간절함이었습니다.


pexels-ian-taylor-2156586581-34507618.jpg 자유로움 그 자체인 곳 캐나다의 교육 환경


도착한 캐나다의 교실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정말로, 1등이 없었습니다.

아이의 성적표에는 몇 등이라는 숫자 대신,

아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가 빼곡한 문장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옆 친구를 이겨야 내가 사는 전쟁터가 아니었습니다.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성장하면 그것으로 충분히 박수받는 곳이었습니다.


처음엔 의심했습니다. 뼛속까지 'K-교육'의 경쟁 DNA가 새겨진 한국 엄마의 눈에는

이 모든 것이 너무나 느슨하고 안일해 보였거든요.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이러다 경쟁력 없는 나약한 아이로 자라는 건 아닐까?'

한국식 '빨리빨리'와 선행학습에 익숙했던 제게,

아이의 속도를 하염없이 기다려주는 캐나다식 교육은 또 다른 불안의 시작이었습니다.


pexels-rdne-8035144.jpg 경쟁을 멈추고 비로소 보이는 아이의 행복한 성장


적응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낯선 땅의 높은 '언어 장벽'은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인 저의 멘탈까지 무너뜨리곤 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시련 앞에서 불안은 파도처럼 밀려왔고,

때로는 공황 상태에 빠져 낯선 도시 한복판에서 멈춰 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불안에 떨며 주저앉아 있던 그 시간에도, 아이는 자라고 있었습니다.

경쟁의 압박이 사라진 공간에서,

아이는 비로소 남의 시선이 아닌 온전한 '나'를 마주하기 시작했습니다.

1등을 강요하지 않는 교실에서 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에 가슴이 뛰는지를 스스로 탐색했습니다.


pexels-thought-catalog-317580-904616.jpg "1등 없는 교실,캐나다 교육이 가르쳐준 것들"


이 책은 그 치열했던 낯선 땅에서의 적응기이자,

한국의 특수교사 출신 엄마가 온몸으로 부딪히며 깨달은 캐나다 교육의 본질에 대한 기록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아이를 명문대에 보내는 '엘리트'가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세상에 기여하며 살아가는 '행복한 전문가'로 키우는 법을 배웠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 번의 시험에서 1등을 하는 것이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단단한 마음 근육, 즉 회복탄력성을 길러주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의 학원 스케줄을 짜며 남몰래 한숨 쉬고 있을

대한민국의 수많은 부모님에게 이 글들을 바칩니다.

"1등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말이 더 이상 거짓말처럼 느껴지지 않는 현실이

지구 반대편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당신에게 작은 숨구멍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경쟁을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자, 이제 그 '1등 없는 교실'의 문을 함께 열어보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