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발견한 나의 엔진

"1등 없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다시 마주하는 법"

캐나다에서 보낸 15년은 제게 커다란 '쉼표'이자 '느낌표'였습니다.

한국에서 앞만 보고 달리던 특수교사였던 저는,

토론토의 교실에서 비로소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며,

'성적'보다 소중한 것은 '성장' 그 자체라는 것을 온몸으로 배웠어요.

그곳엔 1등이 없었지만, 대신 자기만의 속도로 빛나는 수많은 아이가 있었지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많은 분이 제게 물으셨어요.

"30년이나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지치지 않나요?

더군다나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한국 교육 환경에서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엔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경쟁이 일상이 된 이곳에서

제가 보고 온 '1등 없는 교실'의 기적이 과연 뿌리 내릴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하지만 교실 문을 열고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과 마주하는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제 안에서 멈춘 줄 알았던 엔진이 다시 힘차게 고동치기 시작했다는 것을요.


pexels-on-vixion-232224433-20211339.jpg 아이들이 떠난 빈 교실에 남은 것은 온기였습니다. 그 온기를 품고 저는 다시 한국의 교실로 향합니다.


캐나다가 제게 선물한 엔진의 연료는 바로 '비교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누군가와 비교해 얻는 우월감이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한 뼘 더 자란 아이의 손을 잡아줄 때 느끼는 순수한 기쁨이지요.

아이의 장애가 '극복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삶의 한 부분'임을 인정하는 여유가 생기자,

30년 차 교사인 저의 교실에도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교실은 여전히 치열하고 때로는 차갑게 느껴지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이제 압니다.

순위표의 가장 윗줄이 아니어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요.

캐나다의 숲에서 배운 '공존'의 지혜를 한국의 교실이라는 화분에 옮겨 심는 과정은,

저를 다시금 설레게 하는 새로운 '엔진'이 되었습니다.


unnamed (28).jpg 캐나다의 숲이 제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의 엔진이었습니다.

이 매거진에 써 내려간 20편의 기록은 단순히 캐나다 교육에 대한 찬사가 아니에요.

한국 땅에서 다시 일어선 한 교사의 고백이자,

우리 아이들에게 "너는 존재 자체로 이미 충분하다"라고 말해주고 싶은 간절한 응원가입니다.

이제 저는 다시 엔진을 가동해 보려 합니다.

비록 1등은 없을지라도, 모두가 주인공인 교실을 꿈꾸며 말이죠.

저의 글쓰기와 교육은 캐나다에서도, 그리고 이곳 한국에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입니다.

그동안 제 진심이 담긴 글을 함께 읽으며 공감해 주신 모든 독자분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여러분의 삶에도 여러분만의 고유한 엔진이 기분 좋게 돌아가기를 소망하며,

저의 브런치북을 닫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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