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의 이름을 소리 내어 불러봅니다
"가족의 빈자리가 공허함이 아닌, 나로 채워질 설렘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아침입니다."
오랫동안 저는 '누구의 부모'라는 이름표를 떼지 못한 채 살아왔습니다.
아이의 성적이 내 성적표인 양 전전긍긍했고,
아이의 끼니와 안색을 살피는 것이 제 하루의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완벽한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은 때로 저를 짓눌렀고,
그 무게를 견디는 것만이 부모로서의 숙명이라 믿었습니다.
"누구보다 빨리 달려야 했던 시절을 지나, 이제야 내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걷는 법을 배웁니다. 이 길의 끝에서 만날 진짜 내가 궁금해집니다."
얼마 전,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부모'에 관한 연재를 마쳤습니다.
마침표를 찍고 나니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원고지 칸칸이 채워 넣었던 그 수많은 조언과 위로 속에 정작 '나'라는 사람은 어디에 있었는지를요.
거울 앞에 서 봅니다.
눈가에 잡힌 주름은 아이를 키워낸 훈장이라지만,
그 눈동자 속에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은 갈증이 고여 있었습니다.
부모로서의 역할이 줄어들고 아이들이 제 품을 떠날 준비를 하는 중년의 길목에서,
저는 문득 낯선 질문 하나를 마주합니다.
"부모라는 역할을 덜어내고 나면, 나에게는 무엇이 남을까?"
이 질문은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동시에 묘한 해방감을 줍니다.
이제는 타인의 시선이나 '좋은 부모'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제가 진짜 좋아했던 것들, 잊고 지냈던 꿈들, 그리고 나만의 고유한 풍경들을 하나씩 복원해 보려 합니다.
이 연재는 완벽함을 증명하기 위한 기록이 아닙니다.
오히려 불완전한 나를 오롯이 마주하고,
부모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나를 찾아가는 서툰 여행기가 될 것입니다.
중년이라는 시기는 인생의 황혼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재발견하는 가장 눈부신 '골든타임'일지도 모릅니다.
저와 비슷한 길을 걷고 계신 분들,
혹은 이제 막 부모라는 짐을 내려놓고 공허함을 느끼는 분들과 함께 이 길을 걷고 싶습니다.
오늘부터 저는 다시, 제 이름을 소리 내어 불러보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스스로를 무엇이라 부르고 계신가요?
"부모라는 역할에 가려져 잊고 지냈던 내 이름을 다시 정성껏 적어 내려가는 시간.
늦었다고 생각한 오늘이, 가장 눈부신 시작임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