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유 없이 무너진다

지금은 내가 나를 안아줄 차례

barna-kovacs-kHBb07eXKC0-unsplash.jpg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있는 사람 실루엣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문득, 울컥할 때가 있다.

말 한마디, 지나가는 풍경,
혹은 아무 일도 없는 고요 속에서
마음속 무언가가 무너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괜찮은 척, 웃는 척, 할 수 있는 척.
누가 기대고 싶다고 하면 내 어깨 내어주고,
나도 기대고 싶은 날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사람들은 강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강함은
넘어지지 않는 게 아니라
넘어진 채로 일어나는 연습이었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내가 너무 멀리 와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았고
누구도 물어오지 않았다.
내가 잘 가고 있는지,
지금은 어떤 마음인지.


그래서 나는 늘 스스로를 다잡았다.
“이 정도쯤은 괜찮아.”
“다들 이렇게 살잖아.”
익숙한 체념이 하루를 지탱해줬다.

하지만 가끔은 이유 없이 무너진다.


설명할 수 없는 불안과,
손에 잡히지 않는 공허가
천천히 마음을 흔든다.

외로움은 큰소리를 내지 않는다.


조용히 옆에 앉아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본다.

그러다 어느 순간,
숨이 막힐 만큼 가까워진다.


그럴 땐 누군가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
간절해진다.


말을 꺼내지 않아도 괜찮고,
애써 밝게 웃지 않아도 되는 곳.

그런 곳은 아직 없지만,
나는 나에게 그런 사람이 되려고 한다.


내가 나를 안아줄 차례다.
남들이 몰라줘도,
내가 알고 있으니까.
버텨낸 밤, 눌러 삼킨 말,
고요 속에서 울지 않으려
입술을 깨문 수많은 순간들.


지금의 나는
그 무수한 '참아낸 나'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까, 오늘의 나는
약한 게 아니라,
충분히 강했고,
지금도 나는 잘하고 있다.


오늘도 괜찮은 척을 잘 해낸 나에게
조용히 건네는 말.

“네가 이렇게 버틴 걸
아무도 몰라도, 나는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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