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의 전화가 남긴 것들
전화는 평소처럼 걸려왔습니다.
“블로그 보다가 연락드렸어요. 협찬 영상 하나만 올려주시면 사례비를 드릴게요.”
처음엔 친절했고, 자연스러웠습니다.
평소 하던 일이라 별 의심 없이 수락했고, 링크를 받자 영상 파일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단체방에서 돈이 오가는 모습을 보았고 사람들의 반응에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그 호기심이 바로 함정이었습니다.
며칠 사이에 일이 전개되는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빨랐습니다.
몇 명이 짜인 각본처럼 움직였고, 저는 그 속도에 휩쓸렸습니다.
그리고, 사흘 만에 제 통장은 텅 비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도 저는 ‘찾을 수 있다'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니 지인에게 돈을 마련해보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니까요.
우연히 이 일을 ChatGPT에게 이야기하다가 ‘팀미션사기’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말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팀’으로, 조직적으로, 계획적으로—그들은 제가 모르는 많은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블로그 활동, 이름, 연락처까지—모든 게 준비된 듯 보였습니다.
이건 단순한 기술 범죄가 아니라 ‘심리전’이었습니다.
그들은 신뢰와 긴급함을 동시에 자극해 사람의 판단을 흐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판단의 희생자가 되었을 뿐입니다.
그 뒤로는 경찰에 연락했고, 집으로 경찰관이 와서 경찰서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접수를 마친 뒤 담당 경찰관의 말은 세게 박혔습니다.
“돈을 찾을 생각을 한다면 오지 마세요.
이 돈은 대부분 해외 계좌나 대포통장으로 흘러갑니다. 돌려받을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그 한 문장은 제게 현실을 깨우쳐주었지만, 동시에 뼈아픈 좌절이었습니다.
더 속상했던 건, 주변 반응이었습니다.
제가 밤잠을 설칠 정도로 괴로워할 때, 누군가는 “그런 걸 당하다니 멍청하네”라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제가 당해보니 알았습니다. 누구나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의 한마디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그 한마디가 가슴을 더 아프게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글을 씁니다.
부끄러움 때문에 숨길 일이 아니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알리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잃은 것은 피 같은 돈이지만, 누군가의 예방은 제 글 한 편으로도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찰이 해준 말이 계속 마음에 남습니다.
“보상은 기대하지 마세요. 대신 예방을 배우세요.”
그 말의 의미는 차갑지만, 현실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경각심을 키우는 일입니다.
저는 비록 돈을 잃었지만, 이 경험으로 누군가의 경고등이 되고 싶습니다.
당신에게도, 당신의 가족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