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취미 중 하나는 그림 그리기예요. 언니는 일주일에 한 번씩, 몇 년째 같은 화실에 다니고 있어요. 그곳엔 늘 물감 냄새가 가득하지만, 나에게 그 냄새는 조금 특별해요. 코끝이 간질간질하면서도, 묘하게 사람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냄새.
“아, 이건 언니 세계의 냄새구나.”
나는 그렇게 느꼈어요. 언니는 캔버스 앞에 앉으면 다른 세상 사람이 돼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롯이 자신 안으로 깊숙이 잠수하는 듯했죠. 그 시간 속의 언니는 참 예뻤어요.
고요하고 집중한 눈빛, 그리고 아주 살짝 미소 짓는 입가. 그 모습이 마치 세상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구하는 사람 같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언니가 나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날따라 내 옆에서 유난히 오래 앉아 있더니,
“바람아, 오늘은 너를 그릴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언니의 붓끝이 나를 따라 움직일 때마다, 나는 조용히 숨을 죽였어요. 혹시라도 한 번의 움직임이 언니의 선을 망칠까 봐... 그렇게 한참이 흐르고, 언니가 그림을 보여주며 물었어요.
“바람아~ 너야. 잘 그렸어?”
나는 언어는 몰라도 마음으로 대답했어요.
“응, 언니. 너무 예뻐. 언니의 눈에 비친 나는 세상에서 제일 따뜻해.”
그림 속의 나는 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언니가 내게서 본 사랑, 신뢰, 그리고 함께한 시간들이 그 붓질마다 담겨 있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얼마 후, 언니가 그 그림으로 아트페어에 나가게 되었어요. 설렘과 떨림으로 가득한 언니의 마음이 전해졌어요. 그리고 기적처럼, 그 그림이 팔렸어요. 세상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언니가 본 나의 모습을 사랑하게 된 거예요. 언니는 나를 꼭 안고 말했어요.
“바람아, 우리 해냈다!”
나는 엉덩이를 마구 흔들며 언니의 손바닥을 핥았어요. 그건 나만의 ‘잘했어, 언니!’라는 하이파이브였어요. 그날 밤, 나는 언니 옆에 누워 생각했어요.
“언니가 나를 그린 게 아니라, 아마 사랑이 언니를 통해 나를 그린 거겠지.”